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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계획 5029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과 언론의 보도는 변죽을 울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는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도 보도된 것처럼 '작계 5029'는 한마디로 북한의 붕괴를 대비하는 수준을 넘어 북한 내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등 군사력을 투입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러한 계획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이 붕괴되거나 불안정에 휩싸여 있을 때 이를 방치하면 대량살상무기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위험 세력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군사 전략은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에 한미연합군이 개입할 경우 대규모의 군사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개입 주체를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 군사력으로 상정하는 것은 한국의 주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작계 5029 협상을 중단시킨 것도 '뒤늦게'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중단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한미연합사 차원에서 작계 5029를 관철할 수 없다면, 태평양 사령부가 관할하는 '별도'의 작계를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한미연합사는 연합방위체계인 만큼 한국이 제한적으로나마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태평양 사령부는 한국의 주권 '밖'에 있기 때문에 본국의 훈령을 받아 독자적으로 작전계획을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만약 미국이 태평양 사령부 관할의 작계를 만들면 한국은 그 과정에 개입할 수도 없고, 그 내용을 알기도 힘들며, 작계를 만들었는지의 여부도 모를 수 있다. 정부가 뒤늦게 한미연합사 관할의 작계 5029를 중단시킨 것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2기 부시 행정부의 군사전략을 주시하라
이러한 우려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1기 부시 행정부 때 '개념 연구'에 들어간 바 있는 작계 5030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5030'은 북한의 내부적 동요와 군사력의 소진을 유도해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꾀하는 태평양 사령부 관할의 작전계획이다.
그 위험성을 볼 때 5029 못지않을 뿐더러, 더욱 중요하게는 내용적으로 5029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030으로 북한을 흔들어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5029에 따라 북한에 군사력을 투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5030 초안은 미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의 사전 승인 없이도 태평양 사령관이 작전을 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당시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은 '위험천만한 계획'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후 작계 5030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5030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심대하다. 한반도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해칠 수 있는 작전계획을 한국과 상의 없이 미국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를 포함한 미국의 군사전략에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뿐더러, 한반도를 작전 범위에 두고 있는 태평양 사령부조차도 한국의 주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작계 5029의 향배를 결정할 가장 큰 요소는 2기 부시 행정부가 군사 전략을 어떻게 잡느냐에 있다. 지역 차원의 작전계획은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는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 및 전략 지침과 국방부 장관이 서명하는 '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QDR) 2005'에 따라 수립·변경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06년 2월에 발표될 예정인 '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QDR) 2005'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QDR에 적성 국가의 급변 사태시 군사적 개입을 포함시킬 경우, 한미연합사가 되었든 태평양 사령부가 되었든 미국은 북한을 상정한 작계 5029를 기정사실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대표적 위협 국가로 명시하면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전계획 5029를 둘러싸고 한참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을 때, 태평양 사령부의 예하부대인 7함대 사령관이 "만일 북한 체제가 붕괴된다면 상당히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북한이 붕괴하거나 불안정하게 되면 미 7함대는 북한에 투입돼(go in) 질서 회복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2기 부시 행정부, 북한 흔들면서 개입 근거 찾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기 부시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북한을 흔들면서 개입 근거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 있다. 작계 5029를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북한 체제를 동요시킬 목적으로 작계 5030도 고려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한반도 안팎에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동시에 군사 훈련의 수준도 높여왔다. 아울러 대북 정찰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이 작계 5030에 따른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작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과 올해 추진 중인 민주주의 증진법 등을 통해 대량 탈북 유도 및 반체제 세력 양성을 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 및 봉쇄 수단을 연구하고 있다. 아울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도 본격화할 태세이고, 북한 내의 군사정보를 빼내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의 대북 첩보활동도 배가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저강도 조치들은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군사력의 소진 및 군사적 동요를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계 5029는 이러한 계획들이 성공할 경우 군사적 개입에 들어가겠다는 복안을 깔고 추진해온 것이다.
2기 부시 행정부 들어 비군사적 공격 및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북한 목조르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실효성이 없는 '핵 억제력'에 매달리고 있고, 남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미동맹 재편에 상당 부분 합의해줌으로써 민족의 운명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아울러 남북관계는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남북한 정부 모두 한반도의 운명이 타자화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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