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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3시30분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 룸. MS와 노벨의 뜨거운 설전을 지켜보기 위해 청중들이 이곳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디지털포럼이 마련한 '소프트웨어 전략 : 독점 대(對) 오픈소스'라는 민감한 주제의 토론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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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패널 가운데에는 수세 리눅스로 유명한 요르겐 겍 노벨 부사장과 MS 내 반(反)오픈소스 브레인 마틴 테일러 플랫폼 전략담당 전무이사가 포함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들 외에도 토론회에는 쉬리쉬 넷커 아즈텍 소프트웨어 최고전략 책임자,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MS쪽 "MS와 오픈소스 대립구도 있다는 기대 버려달라" '싱거운 시작'

▲ 요르겐 겍 노벨 부사장.
ⓒ 오마이뉴스 이승훈
토론회의 시작은 기대와는 달리 싱거웠다. 요르겐 겍 노벨 CTO와 대척점에 서 있던 마틴 테일러 MS 플랫폼 전략담당 전무이사가 "MS와 오픈소스가 대립구도에 있다는 기대를 버려주세요"라며 김을 빼놨던 것.

이어 "오픈소스는 정의의 폭이 넓기 때문에 MS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본다"며 자극적인 발언은 최대한 삼갔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독설 수준에 가까운 표현을 내뱉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의 겸손한 발언은 계속 됐다.

"예를 들어 일부에서는 소스코드를 투명하게 보이게 하고 또 고칠 수 있고…. 그런데 우리 MS에서도 소스코드를 60%까지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조정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지만 오픈소스 체제를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다."

MS도 오픈소스에 가까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또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테일러 전무이사는 오픈소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픈소스 시스템의 경우 버그를 찾는데 놀라운 능력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MS도 커뮤니티 형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은근히 친근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MS의 오픈소스를 향한 저공비행은 여기까지였다. 세계적인 리눅스 OS 개발업체인 노벨의 부사장인 요르겐 겍이 테일러에 직격탄을 날리며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것. 수세 리눅스 개발담당인 겍 부사장은 "오픈소스의 핵심은 GPL"이라고 전제한 뒤 "이는 함께 개발하고 진화시키는 것으로 그 결과에 대한 권한은 자신의 회사만 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을 고집하며 개발자가 소스코드를 독점하는 MS를 오픈소스의 광범위한 정의 안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GPL이란 'General Public License'의 약자로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지칭한다.

곧 테일러 전무이사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미국의 경우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보통 오픈소스로 전환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며 오픈소스의 선택을 시장에서의 패배와 등치시켰다. 이어 "기술의 정도라든가 시장점유율이 오픈소스 전략의 선택에 많은 영향 미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특히 그는 소비자들이 GPL과 같은 라이선스 공유개념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으면서 "나는 철학적인 토론은 하지 않으며 오로지 고객·소비자들과 대화를 통해서 그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고민할 뿐"이라고 되받았다.

노벨 "오픈소스 핵심은 라이선스 공유" - MS "나는 철학토론 하지 않는다"

▲ 마틴 테일러 MS 플랫폼 전략 담당 전무이사
ⓒ 오마이뉴스 이승훈
토론은 자연스럽게 독점 전략과 오픈소스 전략의 장점을 홍보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발언권을 넘겨받은 겍 부사장은 "오픈소스 전략을 채택하면 맞춤형으로 솔루션을 제작할 수 있다"며 소비자 친화적인 개발방식이 독점 개발전략에 비해 우위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일된 규격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효율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IT를 상업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창의적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오픈소스 전략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테일러 전무이사도 지지 않았다. 테일러 부사장은 "여러 가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제공되면서 혁신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오픈소스 S/W를 2∼3일 동안 사용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환경이 복잡해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며 오픈소스의 단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MS의 경우 시장에서 최선을 다해 여러 기술을 좀더 밀도 있게 융합시켜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데 있어 효율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토록 한다"며 "다만 그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라이선스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라고 독점 전략을 고수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2시간여 동안 벌어진 치열한 공방은 양쪽의 견해차를 조금씩 좁혀놓았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 즉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양쪽이 상호 견제·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진 것이다.

테일러 MS 전무이사는 "컴퓨터 환경은 앞으로 절반 정도는 오픈소스 절반은 독점형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말로 겍 부사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MS의 상품만 놓고 선택해야 하느냐와 여러 경쟁 상품을 놓고 고르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말로 발언을 맺었다. 소비자 선택으로 진검승부의 승자를 가리자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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