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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자작나무 숲’
ⓒ 박도
그림에서 사진으로

멧새소리와 자작나무가 내뿜는 입김을 들이키자 더없이 상쾌해 진다. 이 숲 속의 맑은 공기를 공해에 찌든 도시민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 싶다. 주인은 이 자작나무가 앞으로 10년 더 자라면 더욱 장관을 이룰 거라면서, 사람은 백년을 내다보고 교육시키고 나무는 몇 십 년을 내다보고 길러야 하나보다고 체험에서 우러난 말을 했다.

▲ 미술관 ‘자작나무 숲’ 주인 원종호 씨
ⓒ 박도
- 간략한 약력 소개와 원래는 그림을 그리셨다는데 사진으로 인생길을 바꾼 사연을 들려주실까요?
"저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는 원주서 다녔고요.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하였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미술공부에 회의가 오면서 더 이상 하기 싫데요.

그래서 대학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림은 공부하기에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데 견주어 사진은 셔터만 누르면 되는 걸로 쉽게 알고서 사진으로 길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붓을 던지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배워 보니까 앞이 더 깜깜하더라고요. 그림은 그리면서 자기의 생각과 사상을 담을 수 있지만 사진은 1/125초에 그 모든 걸 담아야 하니까 더 어려워요. 사진은 다른 어느 예술보다 피나는 노력과 지적인 수준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당신 사진의 주제는 산으로, 고향 산인 치악산을 많이 찍었다면서 한 외국인 교수가 당신 전시회를 보고서 미국으로 초대해 줘서 미국 버지니아에서도 한 달간 전시한 바가 있다고 했다.

이야기가 시골생활로 옮아갔다. 흔히들 도시사람들이 전원생활을 많이 꿈꾸지만 적응치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시골생활은 보통 부지런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면서, 50~100평의 텃밭 잡초에도 손을 드는 귀향자들을 본다면서 시골생활은 지극히 자연을 좋아하고 부지런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 미술관 ‘자작나무 숲’ 뒷산 위의 팬션
ⓒ 박도
미술관 운영에 도움이 될까하여 뒷산에다가 팬션을 지어놓았다고 하기에 산책삼아 올라가 보았다. 산 위에 우뚝 선 두 채가 산뜻한 모습으로 말없이 우리를 맞았다.

"팬션업을 모르고 시작했는데 후회가 많아요. 도시민들이 오셨다가 조용히 깨끔하게 쓰고 가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아요. 정말 가족단위로 조용히 쉬어가실 분이나 이곳에서 지내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분에게는 아주 싼 값으로 빌려드리고 싶어요."

▲ 영감의 오솔길, 길섶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 박도
영감의 오솔길

산책로가 아주 상큼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두 주인의 손길이 닿았다. 칡넝쿨에 야생 둥굴레, 더덕, 도라지, 잔대, 취나물들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다. 이런 자작나무 숲 오솔길을 산책하면 시심이, 악상이, 화상이 저절로 떠오르리라. 영감의 오솔길이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가 이제는 도시 중심에서 대자연이 숨쉬는 시골로 옮겨지리라 기대하면서 아쉬움을 남긴 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자작나무 숲'을 벗어났다. 예술의 본향은 자연이다. 이곳에 오면 미술 작품 감상 못지않게 천연의 작품과 아름다운 미술관의 풍광에 넋을 잃게 될 것이다.

국제 음악제로 이름난 미국의 도시 아스펜은 트레이드마크가 아스펜 트리다. 청량한 햇빛 사이로 물결치듯 찰랑이는 아스펜 트리는 음악과 예술을 묶어 주는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마스코트다.

그런데 아스펜을 세계적 고원 휴양지로, 그리고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주는 아스펜 트리가 바로 자작나무라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은 별로 없다. 기후와 환경 탓일까? 재미있는 것은 같은 자작나무라 하더라도 미국의 자작나무보다 한국의 자작나무가 훨씬 운치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 미술관 ‘자작나무 숲’ 현판
ⓒ 박도
…… 숲, 고요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맛깔스러운 미술관 '자작나무 숲'은 사진작가 원종호씨가 혼신의 힘으로 일구어 낸 역작이다. 30여 년간을 오로지 외길 인생을 걸어온 사진작가 원종호씨는 사진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집념의 작가가 아닌가 한다.

강원의 산하를 투박한 음영의 미가 강조되도록 실루엣의 아름다움으로 격상시킨 작가는 이 고장의 자연을 예술작품으로 한 차원 바꿔놓은 산 증인이다. 지천명의 작가 원종호씨는 오랜 방황을 거쳐 드디어 자신의 예술을 뿌리내릴 수 있는 둑실마을에 정착, 비로소 귀거래사를 노래하게 되었다.

척박한 산하를 갈고 다듬은 장인의 손끝을 통해 아름다운 미술관이 고요와 숲을 사이로 은은하게 울려 퍼질 그날을 위해….


- 이희수(수필가) "숲의 고요와 바람을 관객에게"에서

▲ 자작나무 숲 속의 주인 원종호 씨
ⓒ 박도


▲ 미술관 ‘자작나무 숲’
ⓒ 박도


▲ 미술관 ‘자작나무 숲’ 주인 살림집
ⓒ 박도


▲ 영감의 오솔길 길섶의 둥굴레
ⓒ 박도


▲ 미술관 ‘자작나무 숲’을 에워싸고 흐르는 맑은 시내, 휴일을 맞아 천렵을 하고 있다.
ⓒ 박도

덧붙이는 글 | 미술관‘자작나무 숲’
http://www.jjsoup.com
011-9790-6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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