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이 부동산 투기 열풍에 휩싸인 가운데 현재 대한민국 구성원들의 정신수준을 정확하게 말해줄 만한 사건이 알려졌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죽전 지구에 위치한 현대 홈타운 7차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값을 올릴 욕심에 시유지인 아파트 앞 도로 부지를 시의 허가도 없이 마음대로 공원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주민들이 아파트 소유자도 아닌 임차인들에게까지 공원조성 비용 분담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용인시의 원상복구 명령에도 불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가 할 일을 주민들이 대신해 주었으니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용감하게(?)했다고 한다. 참으로 '후안무치'에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질세라 이 아파트 건너편에 위치한 아파트까지 도로부지에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용인 죽전 주민 아파트값 올리려 허가무시하고 공원 조성
위에 소개한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사회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집 값을 올리자고 시유지를 불법점유하고도 일말의 수치심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일부 용인시민들의 정신수준은 일견 과격하고 예외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대한민국 구성원들의 평균적인 정신상태도 일부 용인시민들의 그것과 본질상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용인시민들을 저렇듯 무모하게 이끌고,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대부분을 느닷없는 열병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는 병균(病菌)의 정체는 다름 아닌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리고 위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이 음습하고도 치명적인 병균은 이미 한국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사회구성원들을 온통 부동산 투기에 골몰하게 만들고 있다.
사정이 한결 고약한 것은 이 병균이 남녀노소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감염되는 데다 감염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데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병균에 감염된 다수와 그렇지 않은 소수!
물론 이 병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결 고운 윤리의식이나 도덕적 감화를 통해서 이 병균을 퇴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이 병균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는 것만이 좀비와도 같이 죽지 않는 이 병균을 퇴치할 수 있는 길이다.
'공급부족 때문에 투기 발생' 주장은 잠꼬대에 불과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할 '부동산 관련 대책 회의'를 주목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과연 대통령은 국민들의 몸을 숙주 삼아 번성할 대로 번성한 이 불사의 괴물을 처치할 수 있는 묘방을 내놓을 수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지금 세간에는 '세제 개혁 등을 통한 투기적 가수요 소멸'이라는 처방과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라는 처방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눈 밝은 독자라면 과거와 현재의 뼈저린 경험을 통해 어떤 처방이 보다 옳은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작금의 부동산 투기사태를 공급부족에서 찾는 보수언론과 주류 경제학자들,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장은 한낱 헛된 잠꼬대에 불과하다. 이는 각종 통계와 경제이론들이 뚜렷이 증거하고 있는 바다.
공급론자들은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잘못 파악하여 그 결과로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하곤 한다. 불행한 것은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내에서조차 공급론자들이 압도적 다수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통찰력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대통령의 선택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대자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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