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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키워낸 대학생 두 아들을 모두 군대에 보내 놓고 그저 무사히 제대하기만을 빌며 생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다. 큰아이는 전방부대 포병으로 올 12월에 전역을 앞둔 상병이고, 둘째는 한 달 전에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훈련병이다. 제철인 수박을 먹을라치면 오뉴월 뙤약볕 아래서 고된 훈련을 받고 있을 둘째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재작년 겨울 영하 10도의 추위에 큰아이가 입소하던 날, 전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향하는 녀석에게 "잘하고 있어. 꼭 차를 사서 타고 면회 갈게" 했지만 제대가 가까워 오는 지금껏 약속을 못 지키고 버스를 타고 꼭 한 번 면회 갔을 뿐이다.
그러던 중 이번 전방부대 총기난사사건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자식을 군대에 보낸 가족뿐이겠는가.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병역의 의무는 무엇이고 군대란 무엇인가? 별의별 회의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옛부터 부국강병이 모든 나라의 지상명제임을 안다. 더군다나 국토가 분단된 대치 상황에서의 군률 기강 해이가 있어서는 안될 일임도 안다. 그러기에 두 아이를 나라의 부름에 뿌듯한 마음으로 기꺼이 보냈다. 이번 사건은 신세대 병사와 구세대 병영의 불협갈등이 빚어낸 참극이니 한 병사의 개인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느니 각 언론에서는 다양한 진단들을 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차제에 개병제와 모병제의 장단점 보따리를 꺼내놓고 과연 어느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각계의 유능한 분들이 대 토론회를 가지면 어떨까 싶다. 앞으로 군당국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터지지 않도록 합리적인 근무체계로 전환해서 피끓는 젊은 병사들이 나라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군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생떼 같은 다 큰 자식들의 영정을 부여안고 통곡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어떻게 키운 자식들인데... 다행이 살아 남은 병사들은 오죽하겠는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악몽일지도 모른다. 화면에 비친 그들은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들을 당장 특별휴가로 어머니와 연인의 품으로 보내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악몽을 어루만지게 해야 된다.
새벽 두 시, 우리 부부가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면 집안은 텅 비어 있다. 허물처럼 벗어 놓은 녀석들의 옷가지를 보면 가끔 찡했던 마음은 애 끓는 유가족들을 생각해서 이제 걷어 내기로 했다. 비명에 간 젊은이들의 명복을 빈다. 비통의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자식의 죄는 밉지만 엄청난 일을 일으킨 김일병의 가족에게도 우리 위로의 말을 보내자. 어쩌랴.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을...
아들들아! 갈라진 조국에 태어나 국방의 의무를 신성시하고 대한남아의 숙명으로 알고 달려간 수십만 우리 아들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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