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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서세원(49)씨는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서세원 프로덕션의 이사이자 자신의 매니저인 하모(38)씨를 검찰 수사관들이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30일 두명의 수사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씨는 배임증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2003년 10월 구속돼 이후 재판에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01년 서세원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영화 <조폭마누라>와 소속 연예인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사 PD들에게 홍보비 800만원을 건네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법인세 3억7천만원을 포탈한 혐의이다.

그러나 서씨는 두 차례 선고에 불복, 4월 9일 대법원에 상고해 계류 중이다.

"발가벗긴 채 서울지검 12층 복도를 개처럼 끌고다녔다"

이번 고발사건의 법정 대리인을 맡은 이덕우 변호사는 4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검찰 수사관에게 고문을 받았다는 하씨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관 2명의 고문 여부와 함께 담당 검사나 부장 검사의 고문 묵인 내지 지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서 법률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서씨와 하씨를 수사한 곳은 2002년 10월 피의자를 고문하다가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난 서울지검 강력부.

이 변호사는 "처음에는 조폭 자금의 연예계 유입과 성상납 등을 수사 대상으로 했는데 서씨에게 실제 기소된 내용은 방송사 PD 홍보비였고 나중에 조세포탈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서씨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하씨에게 고문이 자행됐을 것이라고 이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하씨는 2002년 8월 4일 아침부터 8월 5일 저녁까지 서울지검 12층 강력부 조사실에서 검찰 수사관 2명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하씨에게 "여기는 전두환이 조사받았던 방"이라는 말도 건넸다고 한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하씨가 조사실에 들어가자마자 전화번호부를 말아서 다짜고짜로 뒷덜미를 내려치고, 옆구리를 가격했다. 이후 옷을 홀딱 벗기고 수갑을 뒤로 채운 채 무릎을 꿇린 다음 발로 허벅지를 밟았다는 것.

수사관들은 또 하씨의 머리채를 잡고 수갑을 뒤로 채운 채 12층 복도를 개처럼 끌고 다녔다고 한다. 하씨는 이튿날인 5일 저녁 풀려났고 곧바로 서울 강남 방주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진단서와 진료기록에는 구타로 인한 좌상, 부종, 통증 등과 함께 "연예인 매니저인데 검찰 수사관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함"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하씨가 2심에서 증인으로 출두해 검찰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혔으나 인정되지 않았다"며 "당시 수사를 맡았던 또다른 유력 연예기획사 관계자도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 빙자, 언론에 피의사실 일방적으로 흘려"

이 변호사는 이같은 고문에 대한 폭로가 일찍 이뤄지지 못했던 배경으로 언론에 일방적으로 피의사실을 알려 사건을 부풀리는 검찰의 수사관행과 이를 받아쓰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지목했다.

그는 당시 검찰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거나 흘려준 내용을 바탕으로 쓰인 언론보도는 '황색언론도 아닌 하이에나 저널리즘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 무죄추정 원칙을 무시한 채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려 수사·기소·재판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며 "또 고문한 사람들이 무사히 넘어가지 않고 걸리면 패가망신 당한다는 걸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7월 4일 발행된 820호를 통해 하씨가 고문을 받았다는 주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또 하씨가 재판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진술을 하자 공판 검사가 검사실로 세 차례 불러 “위증죄로 구속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서세원씨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검찰에 살해된 내 이름 석자를 되찾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문한 수사관을 고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고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가혹행위를 하거나 본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씨는 업무상 출장관계로 4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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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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