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좌파정책"이라며 '1인 1주택 소유제한'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좌파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강력한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홍 의원이 제안한 방식의 주택소유제한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투기 이득을 차단하지 않은 채 주택 소유만 제한할 경우 여러 가지 편법적 투기가 발생할 수 있고, 주택소유제한 단위를 '1가구'가 아닌 '1인'으로 규정한 제한방식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진짜 좌파는 섭섭...극우적 발상"
민주노동당은 홍 의원의 제안 취지에 대해서도 "제목만 선정적일 뿐 내용은 오히려 보수적"이라며 "인기영합성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심상정 의원은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책임있는 제안이 되려면 당 입장으로 걸러져 제출되어야 하는데 실제 발의할지도 모르겠고 결국 언론장사용 포퓰리즘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홍 의원이 자신의 정책을 '좌파'로 포장하는 것은 진정으로 국민들 뜻에 맞는 정책은 좌파정책이라고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역시 "소유제한이라는 방식 자체는 일부 좌파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좌파라고 하면 진짜 좌파는 섭섭하다"며 홍 의원 "좌파정책" 주장을 일축했다.
주대환 정책위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홍 의원의 제안은 극우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장은 "이번 제안은 독일 나치 등 파쇼 정권에서 노동자들을 선동하기 위해 주장했던 것"이라며 "최근 홍 의원이 내놓은 법안을 보면 반공 이데올로기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프랑스 '국민전선'과 같은 극우정당이 창당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강력한 토지공개념은 필요하지만 소유제한이라는 방식만으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수 없고 근본적으로 투기 이익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선근 본부장은 "임대료 제한, 토지공개념, 조세제도의 3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주택 소유를 제한해도 다른 방식으로 투기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한 임대료 인상율 제한 ▲공공 공급주택 매입자에 대해 이후 공공기관에 애초 주택가격만 받고 반납하도록 하는 '주택환매수제' 도입 ▲주택 보유세 강화 및 개발이익환수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3평 두 채는 안 되고, 500평 네 채는 된다?"
'1인 1주택'이라는 소유제한 방식에 대해서도 "양이 아니라 질을 기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은 택지에 대한 소유제한을 주장하고 있으며, 주택 소유를 제한하려면 개인이 아닌 가구 혹은 세대를 기준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인이 15평 규모의 2주택을 소유하는 것은 규제할 수 있는 반면 4인 성인 가족이 500평 규모의 1주택을 각각 1채씩 소유하는 것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은 14일 정책 논평에서도 "3∼4인의 성인을 포함한 세대의 경우 각각 3∼4채의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고 반박했으며 "주택이 서 있는 토지에 대한 면적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음으로써 다른 측면의 불평등 구조를 용인할 수 있다"며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같은 이유로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지난번에도 1가구 2주택에 대해 비과세를 하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높이자고 주장했는데 한나라당이 반대한 바 있다"며 "결과적으로 홍 의원의 이번 제안도 부자를 보호하려는 한나라당의 이같은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당장 법안이 도입되면 주택이 없는 전월세 생활자들에 대한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인 1주택제도의 경우, 개인의 주택임대가 불가능해지고 결국 국가가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임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주택에 대해서는 국민 주거정책 전반의 차원으로서 보다 본질적이며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신규 건설 및 민간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주택 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강력한 토지공개념' 공론화에 좋은 기회"
어찌됐든 홍 의원 '1인 1주택' 법안은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강력한 토지공개념'을 다시 공론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진짜 좌파정당'에 제공한 셈이다.
심 의원은 "선정적인 의제로 나타났지만 홍 의원의 주장은 민주노동당이 얘기하는 토지공개념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내용을 구체화해서 토지공개념과 소유제한을 연결시키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달 말과 8월 부동산 회계문제 및 토지공개념 토론회를 연달아 열고 토지공개념 및 소유제한 문제를 당의 중심 의제로 밀고 나갈 계획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당 정책위원회와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진보정치연구소가 결합해 부동산대책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