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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이사장(남편)이 아내인 학장을 징계하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구성한다?'

대구보건대 김아무개 이사장이 교비 4억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검찰에 고발되어 있는 가운데, 김 이사장의 비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남아무개 학장(김 이사장 아내)을 남편이 징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6월 회계부정과 관련해 교육부 감사에서 중징계 통보를 받은 남 학장은 이달 13일 열린 1차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정직 1개월은 중징계 중 가장 약한 징계로 여름방학인 8월 중에 징계기간이 끝난다. 당초 파면 조치를 받았던 직원은 1차 징계위에서 해임으로 바뀐데 이어 같은 달 16일 열린 2차 징계위에서 정직 3개월로 줄었다.

이사회가 구성한 징계위원은 남 학장의 친구 2명과 남 학장이 임명한 교수 3명 등 모두 5명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교육부는 이사장, 학장 부부가 전횡으로 경영하는 사립대학에서 대학경영에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팀장, 계장 등에만 무거운 징계처분을 요구해 '봐주기 감사'라는 지탄을 받아 왔다.

이와 달리 대구보건대와 함께 감사를 받았던 경북과학대는 아직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이들 두 대학의 감사결과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교육부‧재단 유착에 따른 부실, 축소 감사 의혹이 재단의 솜방망이 징계로 이어지면서 재단 비리와 관련된 학내 분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보건대와 경북과학대 교수협의회는 이번 감사가 재단 비리의 일부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며 전면적인 재감사와 임시이사파견 등을 계속 요구키로 했다.

대구보건대 교협은 당시 감사 도중 감사반장이 충북교육청 관리국장으로 발령이 났는가 하면 추가 감사과정에서는 감사반원이 피감자 신분인 학교직원과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두 대학 교협은 재단의 인사채용 과정에서 교육부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대구보건대의 경우 교육부 현직 고위관리의 친척이 경리업무를 담당해 오다 최근 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과학대 역시 지난 3월 선임된 교육부 관료 출신 학장이 같은 관료를 지낸 측근을 법인 상임감사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대구보건대 교협은 또 최근 5년간 학교법인의 이사회와 감사가 실제로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교육부는 19회 허위 이사회 개최라고만 언급한 채 이를 덮어버렸다고 분개했다.

경북과학대 이사회 역시 허위 이사회를 열고 허위 회의록 작성을 방치한 이사회의 배임과 직무유기가 드러났지만 이사 중 2명만 승인취소하고 나머지 이름만 빌려주는 들러리 이사들은 그대로 놔뒀다고 교협은 밝혔다.

대구보건대 교협은 교육부가 찾은 교비 횡령액 36억원은 심지 않은 소나무 49그루 값 7억3000여만원을 조경회사에 미리 지불하는 등 교협이 자료를 통해 추정한 횡령 액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경북과학대 교협도, 재단이 유령교원 30여명을 임용해 교수 충원률을 조작한 뒤 교육부로부터 168억이라는 국고를 지원받아 횡령한 자료를 제시했지만 교육부는 2004년도 국고분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숙사와 사회교육원, 국제교육센터 등 부속 및 부설기관을 설립해 교직원들에게 수익사업을 강요한 뒤 지난 10여년동안 수억원의 수익금을 손녀 과외수업비로 사용하는 등의 횡령수법이 동원됐지만 교육부는 최근 3~4년의 일부 횡령사실만 확인하고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대구보건대 한 교수는 "사학 비리를 제대로 고치려면 교육부의 유착과 정치권 등 비호세력의 입김을 막아 내는 게 급선무"라며 "사립학교법의 조속한 국회통과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대구보건대와 경북과학대에 대한 감사를 벌여 전현직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임원 승인 취소, 관련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또 이들 대학이 불법부당하게 집행한 73억여원(대구 보건대 36억원, 경북과학대 37억여원)을 교비회계로 회수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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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창원 기자는 대구경북시민신문에서 정치와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구경북시민신문> 7월 28일자에 실렸습니다.

<대구경북시민신문>은 폐쇄적이고 답답한 대구경북을 바꾸기 위해 지난 7월 13일 창간한 개혁언론 주간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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