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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구 교수
ⓒ 이창기
서울경찰청 최병민 보안부장은 지난 24일 "강 교수에게 26일 출석하라는 1차 요구서를 발부했다"면서 "강 교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쓸쓸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양심적인 교수의 민족을 위한 진정 어린 글에 들어 있는 '내전' '왕건, 견훤이 일으킨 것과 같은 통일전쟁'이라는 몇몇 표현을 빌미삼아 처벌할 수가 있단 말인가.

국가보안법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강정구 교수의 글은 아무리 읽어 보아도 북을 이롭게 표현한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

북한에서는 6·25를 "조국해방전쟁, 미국의 침략을 반타격으로 물리쳐 승리한 전쟁, 세계 최초로 미국에게 패배를 안겨준 전쟁"이라고 하기는 해도 내전이라 하지는 않는다.

통일전쟁이라면 북은 실패한 전쟁을 한 것이다. 그러나 북은 한번도 6·25를 실패한 전쟁이라고 하지 않는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대군을 영토에서 몰아낸 것처럼 미군을 완전히 몰아내었기 때문에 북은 승리한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미국 스스로도 그렇고 서방나라들도 6·25를 미국이 패배한 전쟁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강정구 교수의 주장은 이런 북한의 주장과는 정확히 일치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북을 이롭게 했단 말인가.

특히 강정구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일으킨 전쟁"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남침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수구세력들이 그렇게나 좋아하고 북은 결단코 반대하고 있는 남침을 인정하고 있는데 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하는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단, 강정구 교수의 이번 글은 기존의 남과 북이 주장하는 6·25전쟁에 대한 관점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민족사적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특징이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시종일관 맥아더라는 미군 호전광의 허위와 위선을 전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무조건 미국을 추종하는 간 쓸개도 없는 노예적 사대주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민족의 각성을 촉구했을 뿐이다.

이렇듯 지금 시대에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교수의 글을, 한 부분 똑 따서 자기들 멋대로 해석한 후 국가보안법에 꿰어 맞추어 처형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파산선고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는 곧 다양성 존중이다. 이 다양성을 포기한 순간 사회는 경직되고 도식화될 것이다. 따라서 민감한 세계화 시대에 창조성을 말살 시키는 이런 독선과 독단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며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이적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수구냉전세력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강정구 교수 고발장을 들고 사법부를 찾아다니고 떼거지로 동국대학교에 몰려가 시위를 하며 악머구리처럼 떠들고 있다. 정말 자신들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정당하게 논리로 싸우면 될 것이다.

결국 강정구 교수 '통일전쟁' 사건에 저렇게 난리 법석을 떠는 수구세력들의 행동은 어떤 논리도 정당성도 없는 어거지 세력임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의지할 곳은 국가보안법뿐이다. 미국마저 폐지를 권고하고 있으며 유엔에서도 이미 폐지를 수차례 권고한 다 죽어 나자빠진 시체 같은 국가보안법에 매달려 몸부림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비참한 처지가 지금의 수구냉전세력의 처지라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경찰당국과 사법부도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의 판단이 우리 민족과 우리 민족의 역사에 도움이 되는 판단인지 아니면 친일파들의 후예 수구냉전세력을 위한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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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와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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