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부적 콘텐츠를 처음 접한 후, '21세기에 부적을 주목한 이유가 무얼까?' 궁금했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세계화를 주장하니 의아했다. 하지만 의문은 잠시였다.
코리아비주얼스 변윤정 팀장은 부적의 세계시장 진출에 대해 "김치는 우리가 원조인데 일본이 '기무치'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이제 세계를 공략할 문화콘텐츠는 동양의 신비한 분위기를 담은 것"이라며 "부적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 콘텐츠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를 먼저 공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역시 의문이었다. 이에 대한 변 팀장의 답변은 다소 의외였다.
그녀는 "부적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양한 형태로 전승된 우리의 문화원형"이라며 "지금도 전국의 무속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수많은 부적이 유통되고 있는데, 우리가 개발했다고 저작권을 내세워 이들을 제재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사업분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담겨 있다. 변 팀장은 "회사가 완구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였다면 상품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했을 것"이라며 "저작권을 바탕으로 라이센스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회사 입장 때문에 독자적인 시장개척을 크게 벌이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부적 콘텐츠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우리 문화원형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해 지원한 사업이다. 때문에 이를 공공의 것으로 삼아 밑거름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시장은 다른 업체들과 함께 키우고 자신들은 해외에 시선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변 팀장은 부적 콘텐츠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국내와 해외를 분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단지 높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부적의 친근하고 대중적인 성격만을 주목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변 팀장은 "부적의 배타적 독점권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주장해야 한다"며 "부적 같은 콘텐츠는 해외상표등록을 돕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정부가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다만 콘텐츠의 성격을 국내용과 해외용 등으로 구분해 지원 방법을 달리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적은 재앙을 막고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주술 도구
코리아비주얼스의 말대로 21세기에도 부적의 의미는 유효한지 콘텐츠를 잠시 들여다 보자.
'부적(符籍)'은 재앙을 막고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주술(呪術) 도구이다. 부적은 종이에 글씨ㆍ그림ㆍ기호 등을 그린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은 부록(符麓)ㆍ부주(符呪), 일본은 호부(護符)ㆍ영부(靈符)ㆍ주부(呪符)라고 한다.
부적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한다. <삼국유사> '기이 제일 고조선'조에는 환인(桓人)이 아들 환웅에게 세상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천부인' 은 후에 왕권의 상징으로 다음 왕에게 물려지는 옥새(玉璽)를 뜻한다. 천부인이 찍힌 문서는 각 지역을 다스리는 장수(神)들에게 내리는 명령서이며, 이 도장이 찍힌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신의 도움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즉, 상징적 신표(信表)가 된다.
부적의 주술과 장식 유희 본능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만난다. 조선 여인들의 '노리개'는 이러한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호랑이 발톱 노리개'가 대표적이다. 한복의 남자용 마고자 단추는 호박(琥珀)으로 만드는데 이는 호랑이의 혼백이라는 호백(琥魄)의 와전이며 어원은 호랑이의 혼백이 깃든 옥이라는 뜻으로 악귀를 쫓는 주술 역할도 한다.
한편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버트 래드필드는 1941년 멕시코 유카단 반도에서 부족, 마을, 읍, 도시의 네 집단을 비교해 흥미 있는 보고를 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병이나 불행을 '요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코리아비주얼스는 20세기 말을 거치며 동양의 신비로움이 서양에서 시선을 끄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동양의 신비가 묻어나는 부적이 문화상품으로 서양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변 팀장은 부적의 세계화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로 "1990년대 '한자'가 문신ㆍ디자인 등으로 세계적인 유행을 끌었던 점과 몇 년 전 마돈나가 뮤직비디오에서 까만 나뭇잎 패턴인 인도의 '만디'를 몸에 그리고 나와 눈길을 잡았던 점"을 들었다. 이처럼 부적은 동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풍부한 의미도 담고 있어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생활 곳곳에 자리한 부적, 세계에 전파해 한국문화의 다양함 홍보
부적 콘텐츠 개발에는 민속학자 김민기와 인하대 명예교수 최인학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철저한 자료고증과 검수를 통해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부적 분류만도 3731건, 도안화 1000건, 현대화 41건에 이른다.
끝으로 변 팀장은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부적은 베개와 지갑 속 말고도 생활도자기, 화장품, 건물의 타일, 캐릭터상품 등 일상생활 곳곳에 자리한다"며 "부적을 세계에 전파한다면 높은 수익과 더불어 한국 문화콘텐츠의 다양함을 함께 홍보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부적은 미신이든 아니든 일상생활에 넓게 퍼져 있다. 부적의 효력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이제는 다양한 형태에 담긴 그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업성과 가치를 높인 우리 문화콘텐츠상품으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으려면 말이다. 부적 콘텐츠에 '기복부'라도 하나 붙여야 할 것 같다.
| | 기복부, 벽사부, 호신부, 소원성취부, 도덕부 등 다양 | | | |
| | ▲ 삼재소멸(위), 북두칠성부 부적. | | | 다음은 대표적인 부적에 대한 코리아비주얼스의 설명이다.
기복부(祈福符)
기복부는 복을 비는 부작으로 행복해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주술에 의탁하여 염력의 징표로 삼은 것이다. 고대에 조개가 화폐로 사용되었던 이유도 이러한 쓰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벽사부(僻邪符)
벽사부는 귀신을 퇴치하는 퇴귀부, 병을 퇴치하는 퇴병부, 액을 퇴치하는 퇴액부, 나무, 흙, 돌의 귀신을 진압하는 진신부, 여러가지 재앙이나 우환을 소멸하는 소재부 등이 대표적이다. 벽사부는 행복과 평안을 가로막는 귀신을 비롯하여 사악한 것들을 피하게 해주는 부적이다
호신부(護神符)
호신부는 신의 가호로 악귀로부터 자신을 보호받는다는 내용의 주물이다. 선신의 모습을 옥돌이나 나무, 쇠붙이로 지니기 좋도록 소형으로 만들어 항시 몸에 간직한다. 이와 함께 경문이나 주문을 외우면 더욱 효과가 있다.
소원성취부(所願成就符)
밤하늘의 별똥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 소원을 재빨리 말하면 이뤄진다는 민속은 염력으로 이를 실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소원성취부, 북두칠성부 등이 있으며 기복부, 벽사부 등과 중복된 의미를 갖는 것이 많으나 차이가 있는 것은 명백하다.
도덕부 (道德符)
선행으로 덕을 쌓는 일은 복을 받는 기본이라 하여 부적의 좌우에 도덕심을 고양하는 글을 곁들이거나 아예 글만 써붙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세시풍속으로 전해지는 입춘서(立春書)를 들 수 있다. 입춘대길ㆍ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등이 널리 알려진 것이다. / 최육상 | | | | |
덧붙이는 글 | 코리아비주얼스가 개발한 수많은 부적 중에서 나름대로 선별해 기사자료로 활용했습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에 <오마이뉴스> 독자님들의 소원성취, 금은보화, 건강 등을 기원합니다.
㈜코리아비주얼스 ‘전통 부적문화의 원형복원’ 콘텐츠 자료 열람
http://www.culturecontent.com -> 문화원형관 -> 전통 부적문화의 원형복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