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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아주 반가운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가 그런 책이다. 과거 인연 때문이다. 2003년 우리 나라 최초의 애견신문 < Dog's Life >가 나왔다. 광고비 미수가 누적되어 2004년 봄에 창간 1주년 기념호를 내고 막을 내렸지만, 지하철 판매대에서 고급 용지를 사용하는 타블로이드 신문으로서 눈길을 끌며 애완동물 관련 전문가들과 독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 앞표지
ⓒ 부키
내가 편집주간을 맡았던 그때 그 신문의 연재물 중에 바로 수의사 박대곤씨의 <동물병원 24시>가 있었다. 신문 폐간으로 더 이상 그의 재미있는 글을 연재하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수병원 홈페이지(http://www.petclinic.co.kr/)에서는 꾸준히 연재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있는 수병원 원장이며 한국수의간호아카데미 설립자. 한 마디로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애완동물들과 함께 사는 사람이다. 그의 <동물병원 24시>는 결국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를 낸 부키라는 출판사의 편집자 이서영씨의 눈에 띄어 예쁜 책으로 묶어져 나오게 되었다.

수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취재하여 쓸 수도 있겠지만, 10여 년 동안 동물의 병을 고치며 살아온 수의사가 직접 쓴 편지라서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병든 동물을 데리고 찾아온 사람들의 모습,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의 동물들의 표정과 사연들이 아주 실감나게 펼쳐진다.

이야기 속에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가 가득하다. 사람이 기르는 동물의 가장 많은 수는 역시 개. 개는 똥을 먹는다. 개는 왜 똥을 먹을까? 개가 왜 똥을 먹는지, 똥을 먹는 개를 어떻게 바로잡아줘야 하는지, 예방접종은 언제 며칠 간격으로 해야 하는지, 동물들이 주로 걸리는 피부병은 무엇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개와 고양이의 임신 기간과 임신했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동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 필요한 상식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일을 경험한다. 함께 생활하는 동물들로 인해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행복에 젖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사람 같은 동물도 있고 동물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했다. 동물을 통해 사람의 잔인함도 보았고 사람이 왜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동물병원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수많은 보호자들을 대하고 또 많은 동물들을 치료하다 보면 이야기꽃이 만발한다. 그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우리 병원 홈페이지에 동물병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동물병원은 동물의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는 각 장 제목만 보아도 유쾌하다.

1장 온 동네 개들이 나만 미워해!
2장 수의사는 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3장 엽기 병원 엽기 고객
4장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다
5장 수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뿐인가. 각 장 속의 작은 제목들은 또 어떤가. 펼쳐보지 않고는 궁금해서 못 견디게 만든다. 소제목 가운데 일부만 맛 보아도 이렇게 재미있다.

1장 온 동네 개들이 나만 미워해!
‘속’ 보이고 ‘속’ 뒤집는 보호자들 / 미용은 해도 예방접종은 안 한다? / 동물병원에서 만난 가장 고약한 사람 / 미아는 파출소, 유기견은 동물병원? / 수의사의 실수는 범죄 행위다! / 이 땅에서 수캐로 산다는 것은 / 개는 왜 똥을 먹을까? / 온 동네 개들이 나만 미워해! / 개에게 술 먹이지 맙시다! / 개가 나쁜가? 사람이 나쁘지!

2장 수의사는 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의사는 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개와 애인의 공통점 / 도둑과 개

3장 엽기 병원 엽기 고객
몸을 던져 막아라! / 잃어버린 개를 찾는 방법 / 개도 짖을 권리가 있다! /너희 개 잡종이지? / 피하고 싶은 안락사

4장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다
도대체 왜 그걸 먹었니? / 수의사는 귀신이에요? / 동물병원마다 치료비가 다른 이유 / 개도 성형 수술을 할까? / 사기 분양, 속지 맙시다!

5장 수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엽기적인 그녀? 아니, 그 아주머니 / 소꿉놀이 대신 동물병원 놀이 / 사람 수술과 동물 수술은 다르다? / 수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소제목만 보아도 느낄 수 있듯이, 애완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필수적인 참고서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꼭 읽고 싶도록 만든다. 제목뿐만 아니라 문장도 재치가 넘친다. 읽는 맛이 유쾌하여, 애완견을 멀리 하던 사람들 가운데도 생각을 달리 가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박대곤 원장에게는 이제 한 가지 직업명을 더 붙여 드려야 할 것 같다. 애완견 이야기 전문 수필가!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

박대곤 지음, 부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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