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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3개의 능선 7개의 봉우리 전설

북제주군 조천읍 신촌리 진드르 12번 도로에서 제주시내 방면으로 들어오다 보면 오른쪽에 펼쳐진 오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오름은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 그 봉우리의 수가 다르게 보인다. 진드르에서 보면 3개의 봉우리가 보이는데, 삼양 검문소 지점에 다다르면 봉우리 1개가 우거진 소나무 숲에 덮여져 있다. 이 오름은 원나라 순제가 탐낼 만큼 북두의 명맥이 비친 삼첩칠봉 원당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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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능선과 7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하여 삼첩칠봉이라 일컬어지는 원당봉은 원의 순제가 태자가 없어 고민하던 중 북두의 명맥이 비친 삼첩칠봉에 절터를 세웠다는 점에서 전설이 서려 있는 오름이다. 제주시 삼양동 산 1-1, 2번지에 있는 이 오름의 유래는 산의 중턱에 원나라의 당인 원당이 있었다고 해서 '원당봉'이라 이름지었으며, 조선시대 망을 보았다는 봉수대가 있어 망오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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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로 조성된 오름

전설과 문화, 종교, 역사, 레포츠의 구실에 손색이 없는 원당봉에 오른 것은 여름이 끝자락에 서 있을 무렵이었다. 원당봉에 오르기 전,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아들을 낳는 성지로 이름이 난 원당사지 오층석탑. 먼저 불탑사에 들러 3배를 하고 오르막길로 접어드니 아카시아 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산비탈 길이 나왔다. 오름 트래킹은 산천의 어우러짐 속에 피어나는 향긋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더욱이 원당봉 오르는 길은 나지막하지만 솔바람을 들이마시며 오르는 기분이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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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비를 기다리며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우제 터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산책 나온 지역 주민들이 근육을 키우는 모습이 보인다. 오름은 탐사라고 해야 제격인데, 평탄한 산책로 길이니 등산화까지 단단하게 무장을 한 나로서는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기야 표고 170m에 비고 120m 라니 단숨에 오를 수 있는 오름이겠지만, 오름 기행은 시간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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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오름은 삶의 터전

원당봉에서 서식하는 소나무, 아카시아쥐똥나무, 억새 등을 살피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니 비탈길이다. 잘 단장된 산책로 길을 걷고 있는데 수풀 속에서는 이제 막 계절의 탈을 벗고 있는 곤충들이 산책로까지 나와서 유희를 한다. 소나무 끝으로 새어 나오는 햇빛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삼양해수욕장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일 게다.

기생화산인 원당봉은 말굽형 화구를 이루었으며 지질 구조가 현무암으로 주봉인 망오름이 제일 큰 봉우리이다. 7개의 봉우리 이름도 다 의미가 부여된 것 같다. 표고 95m의 원당오름 제일 앞에는 앞오름이 있고, 망오름 위 바로 동쪽에 돋아난 오름이라 하여 도산오름이 있다. 그리고 분화구와 망오름의 언덕을 나북이 오름이라 하여 동쪽과 서쪽에 있다고 한다. 또한 앞 오름 남서쪽에는 편안하게 누워 있다는 표고 88m의 편안오름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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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맙게도 오름의 정산부근에는 돌로 쌓아 놓은 수도시설이 준비 돼 있어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수돗물을 마셨다. 마치 약수를 마시는 것 같다. 키가 큰 소나무 사이로 제주시의 전경이 훤히 내다보인다.

“저 곳은 사라봉, 저 곳은 화북과 삼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이 걸어 온 길을 바라본다. 제주의 오름 끝에 서면 늘 바다와 산, 그리고 사람 사는 ‘터’가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에게 오름은 삶의 터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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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봉 분화구는 어디 갔을까?

정상에 서면 여지없이 내리막길이 진행되고 몇 걸음 더 발걸음을 옮기면 조선시대 통신시설의 하나였던 원당봉수대 터가 산책로를 가로 막으니 이곳에서 또 한 번 흐르는 땀을 닦는 여유를 가져 본다. 원당봉수대 터는 동쪽으로는 서산봉수대와 서쪽으로는 사라봉 봉수대와 교신하였다고 한다. 원당봉수대에 새겨진 석비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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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에는 한 번, 적선이 나타나면 두 번, 해안에 접근하면 세 번, 상륙 또는 해상 점전하면 네 번, 상륙접전하면 다섯 번의 봉화를 올렸다. 원당봉에서 제일 높은 망오름을 한바퀴 돌아보는 데는 40여 분.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오름 주봉 분화구에 절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절집이 들어서기 전에는 자연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절집 앞에는 지금도 작은 연못이 조성 돼 있지만 오름의 분화구가 그대로 존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왠지 씁쓸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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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이 아쉬움을 아는 듯 연못 위에 떠 있다. 절집의 지붕 끝에는 망오름의 몸체가 보일 듯 말 듯 드러누워 있었다. 그러나 삼첩칠봉의 북두의 명맥이 비친 주봉의 분화구를 자연 그대로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더욱 짙어만 갔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제주시- 12번 도로( 동쪽)- 화북- 삼양파출소(좌회전)- 원당봉으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 주변 관광지 : 삼양해수욕장. 삼양동 선사유적지. 원당사지오층석탑. 원당사. 문강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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