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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를) 해버리지 왜 짐을 지고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표도 깎이는데…. 그러나 분양가 공개가 꼭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는 판단이 들지 않았다. 검증 문제도 있었고. 건설업체를 비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민간 조성원가 공개는 현실적으로 더더욱 어렵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택지라고 봤다."
김수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검증의 어려움이 있고, 분양가공개가 꼭 가격인하로 이어진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IMF외환위기를 겪은 후의 우리 경제사회 분위기는 예전처럼 통제와 규제가 아닌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시장원리를 최대한 수용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린다는 '경쟁'이라는 명분에 따라 구조조정이라든지 비정규계약직 등 여러 어려움을 국민들은 감수하고 있다. 그러한 어려움을 감수하는 국민들이기에 그 '자유로운 경쟁'이 담합이나 특혜로 흐르지 않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원가공개 검증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부를 보기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제대로 검증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정부를 보고 싶어 한다. 또 예전처럼 분양가를 규제해 기존 주택보다 더 싸게 분양했던 때도 가격은 꾸준히 올라갔던 것을 국민들은 이미 경험했다.
지금의 국민들은 민간기업의 분양원가공개까지 요구하여 민간의 자율성을 훼손하라는 무지막지한 요구가 아니라, 정부소유 공기업들의 분양원가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하는 목적이기에 국민들의 세금과 온갖 특혜를 제공받는 공기업이 분양원가를 공개하여 민간 기업이 담합이 아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IMF외환위기를 겪은 후인 작금의 사회분위기로 인해 대부분 국민들이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시대정신에 합당하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은 손해 보지 않고 이익을 보려 하면서 "고통을 같이 나누고 어려움을 이겨내 가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얘기로 다른 상대에게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감언이설이라는 걸 요즘 사람들은 금방 안다.
국민들은 분양원가공개회피로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더 돈만 벌려고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8.31대책이 불로소득 환수 등을 위한 시스템구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미 명분에서 밀리는 '앙꼬 없는 찐빵 만들기'인 입법과정이기에 그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이라고 눈치채고 있다.
10·29 대책을 '정부의 실패'라고 인정하고 그러한 경험에 의해 대책을 마련했다는 핵심책임자가 자신의 것을 버리려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입장은 종부세와 양도세는 원안에서 절대로 후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8·31 대책 입법이 왜곡되면 다시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고, 그 책임은 법안을 완화시킨 사람이 져야 한다"며 책임회피를 위한 명분축적용의 말만 하고 있다.
사실 국민들은 분양원가공개문제가 사회의제가 되었을 때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러한 예상이 빗나가 야당에서 분양원가를 공시하는 입법안을 제기하고 집권여당과 정부가 반대하는 형편이 되었다. 이런 형편에 어떻게 "책임은 법안을 완화시킨 사람이 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쩌면 야당의 원가공개입법안 발의가 있는 이러한 시기가 복마전인 우리 건설 분야의 시스템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고 이것이 국가를 위한 연정(聯政)정신이 아닌가 말이다.
"건설업체를 비호하려는 것은 아니다"는 궁색한 이유를 대며 돈만 벌고자 하는 공기업과 세금만 많이 걷어 들이려는 정부자신의 이익만 챙기면서 국민에게는 손해를 감수하라는 부동산대책이기에 결국 편이 나뉘어 국민들끼리 싸움하라는 것밖에 안되고 '2년만 버티면 된다'는 얘기가 회자되는 것이다.
그렇게도 중요한 8·31 대책이라고 정부가 인식한다면 "8·31 대책이 국회통과가 안 되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 스스로 공기업의 분양원가공개를 천명하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을 보이고 설득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그래야 그 진정성을 국민들이 알고 건설업체를 비호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책임회피를 위한 명분축적용 말보다는 자신에게 불익이 있는 손해를 감수하며 제대로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음 정권에서도 바뀌지 않을 건설 분야의 공정경쟁시스템과 국민들이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바라지 않는 부동산문화를 확립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이 사즉생(死卽生)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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