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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최종 판결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 전북 부안 계화도 어민들이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공사 중단인가, 방조제 완공인가. 추진계획 발표 뒤 약 20년을 끌어온 새만금의 운명이 16일 판가름난다.

대법원은 16일 오후 2시 새만금 소송의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대법원은 이 사안을 놓고 그동안 사업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진 점을 감안,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여는 한편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안을 다뤘다.

새만금 문제는 지난 1987년 12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 후보가 '호남표 확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새만금 간척사업'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노태우 후보는 대통령 당선 뒤 발을 빼려 했으나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담판해 사업추진에 다시 불을 당겼다. 사업이 착공된 건 1991년 11월.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에서 사업 타당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은 1996년께부터다. 그 해 시화호 오염 사건이 발생하면서 새만금 수질 문제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1998년 '새만금간척사업 백지화를 위한 시민위원회'가 발족되며 조직적 대응이 시작됐다. 2003년에는 사회 전반에 생명의 가치를 전파한 '새만금 생명을 살리기 위한 3보1배'가 진행됐다.

새만금 공방은 2001년 8월 주민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원고)이 '공유수면 매립면허 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소송'을 내면서 법정으로 확산됐다. 이른바 '새만금 본안 소송'이라고 불리는 이 소송에 대해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16일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도 바로 4년 7개월을 끌어온 이 소송이다.

[1심] 환경단체 측 일부 승소...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기대할 수 없다"

1심... 새만금 간척사업 본안소송 1심이 진행중이던 지난 2003년 7월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영숙 수녀 등이 재판을 참관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4일 "사업 자체의 경제적 타당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라는 취지로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이 때 ▲감사원 감사 결과 간척지를 농지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조차 특정되지 않은 점 ▲담수호 수질이 농업용수 기준에도 못 미치며 농지로서 경제성 평가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해 농지조성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됐음에도 농림부 장관이 필요한 처분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물막이 공사가 덜 끝난 2.7km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서 진행 중이던 보강공사에 대해서는 "공사중단 집행정지는 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당시 법원 판결은 원고의 '일부' 승소였고,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공사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에 아쉬워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적절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취소 혹은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 정도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했다.

[뒤집힌 2심] 정부측 승소... 환경단체 "정치적 판결" 반발

2심... 지난해 12월 새만금 간척사업 본안소송 2심에서 사업재개 판결이 내려지자 강현욱 도지사 등 전북도청 관계자와 새만금 찬성단체 간부들이 기뻐하고 있다.
ⓒ 전북도청
정부의 반발을 누그러뜨린 것은 그로부터 약 10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21일. "피고(정부) 패소 부분을 취소하라"며 1심 판결을 뒤집은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 부장판사 구욱서)였다.

2심 재판부는 '경제성이 없고, 수질기준 달성이 불가능하며, 주민들의 동의와 보상이 결여됐다'는 원고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거나 인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간척지를 미래의 식량위기와 남북통일 등 상황에 대비하고 낮은 식량자급률을 제고하는데 활용한다는 정부 주장도 받아들였다.

아울러 "원고 주장처럼 사업 목적이 일부 변경됐다고 해도 법률상 위법한 것이 아니며 공사의 진척정도 및 투입된 공사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업 취소가 공익상 필요한 경우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만면에 희색이었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정치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독립적이어야 할 법원이 공사를 멈췄을 경우 생길 정치적 부담을 고려, 잘못된 국가정책에 대해 법리적 절차만 따져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본안 소송 외에도, 주민들 및 환경단체(원고)에서 본안 소송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 방조제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새만금 제4공구 공사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서도 판결이 엇갈린 바 있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은 2003년 7월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업 '잠정 중단'을 결정했으나 2004년 1월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뒤집고 '공사재개'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대법원의 선택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새만금 논란에 대해 정의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처럼 그동안 법원에서도 엇갈리게 판단한 새만금 문제를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릴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박진섭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 상황실장은 "판결 쟁점은 해양 환경·수질·경제성 문제 등으로, 1심이나 2심과 동일하다"면서 "대법원이 1심 재판부처럼 사안을 꼼꼼히 검토해 판단을 내릴지, 아니면 2심 때처럼 정치적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측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최병모 변호사도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승소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며 쉽게 전망하기 어려움을 내비쳤다. 이어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새만금은 정말 (강행)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16일 대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정부는 기존 사업계획을 취소하거나 그동안 제기된 각종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질 경우 정부는 재판 다음날(17일)부터 남아있는 2.7km 구간의 물막이 공사를 4월 말까지 마무리해 방조제를 완성한 뒤 2007년부터 간척사업에 들어가게 된다.

새만금의 운명을 가를 16일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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