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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 취재 : 이주빈·남소연·편정아 기자


▲ 대법원 최종 판결을 이틀 앞둔 가운데 전북 부안 계화도 어민들이 14일 해상시위를 벌이며 새만금 방조제 2공구 끝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는 바지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전북 부안 계화도 어민들이 14일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4일 오후 1시45분, 전북 부안군 계화도 양지포구. 새만금 연안피해대책위 소속 한 부부가 어선에 올랐다. 만선기(滿船旗) 대신 투쟁기를 꽂는 남편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초로(初老)의 아내. 그들의 깃발엔 '주민생존권 사수'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날은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촉구하는 심포(김제)-문포(부안)-계화도(부안)-하제(군산) 주민들의 해상시위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이들의 유례없는 연합 해상시위는 15일 오후로 연기됐다.

하지만 오후 2시45분 무렵 9톤급 목선 15척이 계화도 양지포구를 떠났다. 계화도 어민들이 "우리라도 해상시위를 벌이겠다"며 나선 것. 하나같이 이름이 지워진 어선엔 주민 2~3명이 올랐다. '바다가 우리 목숨이다, 끝까지 사수하자' '끝물막이 공사 저지하고 해수유통 쟁취하자' 등 펼침막이 내걸렸다.

한 어민은 해상시위에 나선 이유를 묻자 "여기 아니면 먹고 살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끝나면 2~3년 안에 바다는 썩어서 갯벌도 죽고 주민도 죽을 것"이라며 "여태껏 바다에 의지해 살아온 내가 이 나이 먹고 직공을 하겠나 농부를 하겠나"고 반문했다.

자신의 어선을 몰고 나온 한 주민은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기 전엔 하루 수익이 200만원 됐지만 지금은 100만원도 채우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예전엔 선원 두 명과 함께 어로작업을 해온 이 선장은 "벌이가 줄어들다보니 함께 일하겠다는 선원도 오지 않는다"며 "끝물막이 공사가 진행되는 한 대책이 없으니까 바다에 나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민들의 해상시위 선단이 포구를 떠난지 약 1시간40분 흐른 오후 4시20분. 새만금방조제 2공구 현장에서 방조제공사선(바지선 1척, 작업선 1척)이 맞닥뜨렸다.

어민들은 "오는 16일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진 공사를 하면 안되는데 불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바지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며 방조제 안쪽으로 밀어붙였다. 상황을 주시하던 해경 순시선과 고속보트 7척이 순식간에 어선을 에워쌌다. 하늘엔 경찰 헬기도 떴다. 어민들이 쏜 물대포가 무지개를 지어내며 흩어져 내리는 서해바다에 일순간 긴장감이 고조됐다.

긴장된 상황은 해상시위를 나선 배들이 방조제 공사장 주변에 정박하면서 일단락됐다. 어민들은 오후 5시30분부터 배에 배를 묶어 정박한 채 새만금 공사를 반대하는 밤샘 해상농성에 들어갔다.

전북 종교인단협의회 소속 성직자 4명과 함께 단식중인 이강실 목사는 "바다가 막혀 생명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인간의 오만함에 한심하고 기가 막히다"며 "어민의 심정은 오죽하겠냐"고 위로했다.

단식 7일째인 최종수 신부는 "정치인들의 표 때문에 이렇게 많은 뭇 생명들이 죽어간다는 것이 끔찍하다"고 개탄했다. 최 신부는 "대법원에서 주민들이 승소한다고 해도 공사는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주민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5척의 어선이 어깨동무를 하고 밤을 샐 바다에 15일 새만금 관련지역 400여 척의 어선들이 모여들 예정이다.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서해바다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 14일 전북 부안 계화도 어민들이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대법원 최종 판결을 이틀 앞둔 가운데 전북 부안 계화도 어민들이 14일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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