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금성산성 아래에서 발견한 말벌집
ⓒ 윤재훈


말벌들의 피라미드.


금성산성 내려와
산모롱이 돌다가 만난 집
나즈막히 엎드려
순한 숨 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세상에…
처마 밑에 있는 것이 하다, 커서
떼어놓았다는 주인의 말
어느 거인의 투구처럼 거대하다.

높이가 대략 45㎝ 정도,
넓이는 30㎝ 가량
얼마나 많은 말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꿈결처럼 날으면.
도대체, 그 작은 날개들을
몇 천만 번이나 팔랑거리면
저런 성을 쌓을 수 있을까?

오직 한 가지 염원으로
초지일관(初志一貫) 밀고 나가면
미물들도 하물며, 저런 성을 쌓는구나.
무주공산에 천불천탑(千佛千塔)을 쌓던
운주사의 그 사람(?)처럼…

때로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이 최대의 극치이다."

피라미드처럼 거대한
오후의 노을 비껴가는,
말벌들의 대 건축공사 앞에서
나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약 5년여 세계오지 배낭여행을 했으며, 한강 1,300리 도보여행, 섬진강 530리 도보여행 및 한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습니다. 이후 80일 동안 5,830리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습니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시를 쓰며,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