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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곳은 어느 공간의 어느 시간대에 위치하고 있을까? 그 머나먼 여정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아니 끝이라는 게 있을까. 당장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당장의 굶주림을 해결해야 하는 고달픈 삶 속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그들의 방문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어느 천체 망원경도

어느 나라의 방공망도

이들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들의 거대한 우주선은 마치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미국 워싱턴 상공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연상한 미국인들은 그 광경을 보며 공포에 사로잡혔다. 공포에 사로잡힌 것은 미국인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언론이 이 소식을 급보로 타진했다.

'UFO 모습을 드러내다!'

'괴비행물체 워싱턴 상공에 출현!'


이 정도는 평범한 언론의 보도에 불과했다.

'외계인 지구침략!'

'인류 멸망의 전조인가?'


있지도 않은 일이 잘못 보도되어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외계인 공격으로 워싱턴 초토화'

'외계인 10만 명, 미국 정부에 망명 요청'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워싱턴 상공 UFO 출현, 우주전쟁에 대비 전군에 비상'

'정부, UFO출현 소식에 늦장대응…야당, 총리 퇴진 요구'


UFO 출현 소식은 단 몇 시간 만에 세계를 뒤흔들었고 미국의 관리들은 전투기와 헬기를 띄우며 '그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UFO 출현 3시간 후, 드디어 인류는 외계인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지구인들,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가? 그렇게 조심스러워 할 거 없다."

억양이 죽어있는 영어가 UFO 주위를 선회하는 전투기의 주파수에 맞추어 처음으로 전해졌다. 훗날의 일이지만 그 전투기 조종사는 최초로 외계인의 음성을 접한 자로서 여러 토크쇼에 출연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당신들의 시간과 거리개념으로 1천 광년 떨어진 하쉬라는 곳에서 왔다."

"지구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곧 내가 내려갈 것이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을 해 주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사람들은 다시 한번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드디어 외계인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최초의 순간이 도래한 것이었다. 한 시간 후, UFO의 한쪽 문이 열리며 작은 비행선이 나와 백악관 앞에 운집한 사람들 위로 천천히 내려섰다.

비행선이 착륙하고 문이 열리자 모여든 사람들은 마른 침을 삼켰고, 그 광경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수억 명의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H.G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에서처럼 문이 열림과 동시에 살인광선이 나와 운집한 사람들을 숯덩이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비행선 밖으로 양손을 들고 나오는 외계인은 180cm 정도의 키에 머리에는 얼굴의 반을 덮는 차양 없는 동그란 모자를 쓰고 허리에는 두꺼운 벨트를 찼으며 발에는 두터운 부츠를 신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커다랗고 노란 눈이 인류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지만 외계인의 모습에서 공포심이나 심한 거부감을 자아낼 요소는 없었다. 외계인은 허리에 찬 동시 언어 번역기를 점검해보더니 드디어 지구인들을 앞에 두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구인들이여 안심하십시오."

입을 활짝 열어 마치 웃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며 외계인은 그렇게 처음으로 지구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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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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