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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거품)론이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가 현실화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매물이 쏙 들어가 있는 상태다. 정부는 버블 세븐 지역에서 20~30%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집값 거품의 원인과 해법 제시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한다. 거품이 낀 것은 분명한데, 거품을 뺄 해법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오마이뉴스>가 그 해법을 담은 4회에 걸친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다. <편집자주>
김헌동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김헌동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 오마이뉴스 박수원
거품(버블) 논쟁이 한창이다. 사실 아파트 거품을 빼자고 주장했던 원조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2003년 참여정부가 약속했던 아파트 후분양제가 무산되고,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뒤집자, 경실련은 본격적으로 이 운동에 나서게 된다. 이름까지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로 정했다.

김헌동(51)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대기업 건설업체에서 19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거품 빼기의 원조격인 김 본부장은 최근 청와대와 건교부, 재경부 장관이 잇따라 제기하는 거품 위험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참여정부는 부동산 거품의 원인진단과 처방을 할 의사를 제대로 쓰지 못해 정책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시장 거래가 중지된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세금처방만으로는 결코 아파트 거품이 빠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부동산 정상화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부녀회의 담합조차 막지 못하는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정부인지 모르겠다"면서 "담합 주변 지역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면 담합 세력은 무력화 될 수 있다"며 앞서가는 정책 집행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단해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토지 확보를 통한 공공주택 20% 건설을 약속하면 아파트 가격 거품이 빠질 수 있다"면서 "시장에 아파트가 계속 싸게 공급된다는 확신을 주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세금으로 거품 안 빠진다"

- 거품론이 왜 나왔다고 보나.
"대통령은 지난 3월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올해 강남 집값 2%, 전국 평균 집값이 0.6% 상승했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정부는 올해 초까지 집값 상승은 재건축으로 인해 강남 지역 일부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1월 이후 4월까지 강남 도곡 렉슬, 잠실 주공, 개포 주공 등 강남의 주요 아파트들은 평균 13% 이상씩 올랐다. 강남 도곡 렉슬의 경우 정부 8·31 대책 이후 평균 5억원 이상이 올랐다.

당·정·청이 만든 정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증거들이 계속 쏟아지자 불안한 정치권, 청와대, 관료들이 잇따라 거품론을 제기했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지 않겠느냐."

- 아파트 거품론은 김 본부장 본인도 제기했던 문제였다.
"거품이 물론 있다. 2004년 초부터 거품빼기 운동을 진행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상황 인식 자체가 다르다. 정부는 7개 지역(강남·서초·송파·분당·용인·평촌·목동)에만 한정해 20~30% 정도의 거품이 끼었다고 하지만, 아파트값 거품이 어디 7개 지역만의 문제인가. 강동구·상암·용산·여의도·과천·수원 영통 지역도 집값이 2배 내지 그 이상 올랐다.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일부 지역이 집 값이 2~3배 올랐는데 왜 20~30%만 거품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 그럼 거품이 빠지지 않는다고 보는 건가.
"정부는 거품 해소 시기를 2009년까지로 잡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집값이 연착륙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5·31 선거가 끝나면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할 것이다. 대권 유력 주자들은 전부 개발론자들이다. 강남 아줌마들이나 투기꾼들이 자기 편인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데 급하게 집을 내놓겠느냐. 값이 오를 것 같은데 내놓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나.

시장에 매물이 나와야 거래가 성립되고, 매물이 나와야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 강남과 분당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싹 사라진 상태인데 무슨 거품 붕괴인가. 그러니 정부의 거품 논쟁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거다."

- 정부는 세금과 신규 공급이 거품을 제거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정책도 일관성이 부족했다. 2003년 10·29 대책 이후 청와대와 관료들이 오락가락하지 않았나. 시행시기도 양도세 중과는 2007년이고, 보유세는 실효세율 1%가 되려면 2017년이나 돼야 한다. 올해부터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만 과표현실화율이 낮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생각처럼 크지 않다. 신규 공급도 그렇다. 빨라야 2008년 이후부터 살 수 있는 집들이 나오지 않나.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거품이 빠져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

- 정부는 90년대 일본 거품 붕괴론에 비유를 많이 하는데.
"그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일본은 아파트 선분양이 아니라 후분양이었다. 개인이 아니라 기업에 대출을 해줬다. 120% 이상씩 대출 받았던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문제가 커졌던 거다.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물론 우리도 거품이 빠지면 추가 담보대출을 해줬던 제2금융권과 대부업자, 다주택 보유자들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건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부녀회 담합? 반 값 아파트 공급하면 해결"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2004년 부터 이 운동을 진행해 왔다. 사진 왼쪽에서 3번째가 김헌동 본부장.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2004년 부터 이 운동을 진행해 왔다. 사진 왼쪽에서 3번째가 김헌동 본부장. ⓒ 오마이뉴스 이승훈
- 어떻게 해야 거품을 뺄 수 있다고 보는가.
"아파트 가격이 지난 3년간 폭등한 원인은 시세보다 높게 분양되는 아파트에 있다. 그 구조가 악순환을 불러왔다. 제대로 거품을 빼려면 우선 거품의 규모, 그리고 거품이 생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언제부터 병이 생겼는지, 왜 아팠는지 알아야 치료가 된다. 그런데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할 전문의가 없다. 국민들은 엉터리 진단 때문에 3년 동안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국민들이 이미 방법을 알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하면 국민의 85%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는 건설업체에게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된다. 공급을 늘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공공택지에는 민간 업체에 땅을 팔지 말고 무조건 공공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100만호 공공주택 건설 지역을 확보해서, 임기 후에도 그 계획이 추진돼야 바뀌지 않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세금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 누가 믿겠나."

- 청와대 김병준 실장은 복부인, 기획부동산업자, 건설업자, 일부 언론 등 조직적 세력이 부동산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말을 앞세울 게 아니라 정책으로 앞서가야 한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당장 언론 광고가 줄게 되고 그러면 논조가 바뀐다. 물론 맨 처음에도 극렬히 반발하겠지만, 국민적 시각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부녀회를 자꾸 탓하는 데, 부녀회에조차 지는 정부가 더 문제 아닌가? 담합하는 지역에 새 아파트를 반 값에 공급해봐라. 그러면 담합이 사라질 것이다. 주변 집값보다 더 비싸게 분양을 하니 담합이 형성되는 거다."

- 분양원가 공개하고 후분양 한다고 해서 과연 강남 집값 거품이 빠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이 교육 여건도 월등히 좋지 않나.
"90년대와 2000년 초반까지 서울 강북에 집중적으로 다세대와 연립주택이 들어섰다. 그런데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난개발이 이루어졌다. 교통이 핵심이다. 강남과 분당, 판교를 봐라. 교통이 좋다. 교육이 좋은 건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사교육에 투자를 열심히 해서다. 거품 빼서 공급하고, 강북 교통을 해결하면 교육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그러면 강남 집값 거품도 빠질 수 있다."

- 싸게 분양하면, 그 시세 차익을 최초 입주자가 모두 가져간다는 비판도 있다.
"그건 집값이 계속 상승할 때 이야기다. 집값이 안정되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시세 차익이 많이 생기는 공공택지와 신도시는 정부가 땅을 건설업자들에게 팔지 말고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그렇게 정부가 전체 주택의 20%만 공공주택을 보유하면 집값 조절이 가능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장기 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굳이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는데, 집값이 상승할까?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고 건설업자와 일부 언론은 떠드는데, 그건 사기다. 이미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고, 2000년부터 5년간 공급된 아파트가 250만 가구다. 매물과 신규 공급은 다르다. 정부가 집값이 계속 오르게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집이 부족한 거다."

"아파트 공급 부족론은 사기다"

- 정부는 건설경기 위축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건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가량 된다. 그 비율이 참여정부에서 더 커졌다. 정부는 인위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균형발전계획으로 온 나라를 투기장으로 만들었다. 개발계획 발표만 하고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 안 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다.

집값이 올라서 건설 시장이 커졌다. 청년실업, 결혼연령 상승, 저출산 문제 뒤에는 부동산 폭등이 있다. 정부는 건설 경기 위축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내환위기다. 경제 관료들은 임기가 1~2년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제 성적표, 즉 성장률에만 연연하는 데, 멀리 봐야 한다."

- 그렇다면 적정분양가와 전세가격은 어느 정도 돼야 한다고 보나.
"건설사의 이윤은 5~10%면 된다. 강남의 잘 지은 아파트 도급 건축비도 확인한 결과 350만원 선이다. 거기다 땅값 200만원(토지공사가 지난 5월 1일 공개한 용인 동백, 화성 동탄 등 4개 지역 평균 택지비는 평당 171만원~191만원) 합치면 550만원 정도 나온다. 수도권은 평당 55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임대료는 그렇게 거품이 빠진 분양가의 80% 수준이 적정하다. 33평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는 2억 내외, 전세는 1억5000만원 정도. 그리고 저소득층은 주거비 보조를 하면 된다. 집 없는 전체 국민 45% 가운데 절반인 20% 이상은 사실 거품 논쟁 자체도 사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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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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