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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거품)론이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가 현실화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매물이 쏙 들어가 있는 상태다. 정부는 '버블세븐' 지역에서 20~30%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집값 거품의 원인과 해법 제시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한다. 거품이 낀 것은 분명한데, 거품을 뺄 해법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오마이뉴스>가 그 해법을 담은 4회에 걸친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사는 그 마지막이다. <편집자주>
분양원개 공개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양주시 덕정 주공아파트 1단지에 걸려 있다. 1~3단지 4000여 세대 주민들은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아파트값 '거품'을 빼고 있다.
분양원개 공개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양주시 덕정 주공아파트 1단지에 걸려 있다. 1~3단지 4000여 세대 주민들은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아파트값 '거품'을 빼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주택공사는 분양원가 산출내역을 공개하라"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18일 경기도 양주시 덕정동 주공1단지 임차인대표 김영관(41)씨가 대한주택공사(주공)를 상대로 제출한 '정보비공개결정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김씨 손을 들어줬다.

2005년 초 덕정동 주공 1단지 800여 세대는 주공을 상대로 택지조성원가, 건축비를 포함한 건설원가 공사비 등의 상세내역을 요구했지만 영업상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당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완공된 아파트인 만큼 분양원가가 이미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영업상 비밀이 될 수 없고, 분양원가 산출 내역 공개가 오히려 분양가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주공에 분양원가 산출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의정부 지방법원은 주공이 분양원가 산출내역을 공개하기 전까지 덕정 주공아파트의 분양 전환을 할 수 없다는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 주공은 궁지에 몰려 있다.

덕정 주공 아파트 뿐 아니라 인천 삼산 지구와 고양시 풍동 소송에서도 법원이 분양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주공은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분양 원가 공개로 인한 파장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왜 분양 원가 공개에 나섰나

"주공만 제대로 하면 거품 빠진다" 양주시 덕정 주공1단지 임차인 대표이자 덕정지구 분양대책협의회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김영관씨.
"주공만 제대로 하면 거품 빠진다" 양주시 덕정 주공1단지 임차인 대표이자 덕정지구 분양대책협의회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김영관씨. ⓒ 오마이뉴스 박수원
'이대로는 못 받는다. 건설원가 공개하라.'

양주시 덕정동 주공1단지 관리사무소 앞에 붙어 있는 문구다. 1~3단지 4000여 세대는 5년 공공임대 아파트에 2001년에 입주했다. 2006년 3월 분양전환을 앞두고 우선 1단지가 2005년 초 주공에 분양원가 산출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1단지에 이어 2단지와 3단지도 나섰다. 그렇게 4000여 세대가 힘을 모아 덕정 지구 분양대책협의회까지 만들었다.

분양 전환 되는 5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건설원가는 분양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분양전환가격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의 산출평균가격으로 정해진다. 법에 명시된 건설원가 계산 공식은 최초입주자 모집당시 제시된 주택가격 + 자기자금이자-감가상각비.

2000년 최초입주자 모집 당시 주공이 밝힌 덕정 주공아파트 1단지 33평의 주택가격은 9635만원(택지비 2032만원, 건축비 6913만원, 지하주차장 건축비 69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해마다 반복됐던 주공의 5% 임대료 자동 인상의 부당함에 대해 2004년부터 싸움을 했던 터라 주공이 제시한 건설원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입주민들은 겨울이면 세탁실이 얼어 빨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고 곳곳에서 잦은 하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주공이 저급자재를 써서 부실 공사를 진행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양주시 덕정 주공1단지 임차인 대표이자 덕정 지구 분양대책협의회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김영관씨는 건설원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었다.

"건설원가는 분양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임대료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입주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합니다.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내용을 주공은 그 동안 숨겨 왔던 겁니다. 거기다 가격 산정 방식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더군요. 택지비나 건축비 계산이 원가 보다 비쌌어요."

김씨를 비롯한 덕정 지구 분양대책협의회는 주공이 원가 산출내역을 공개하지 않자, 자체적으로 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아파트 건설 때문에 땅을 수용당한 원주민들을 직접 만나 땅 값을 확인하고, 건축비에 대한 조사 작업도 진행했다.

그 결과 넉넉하게 계산을 해도 33평을 기준으로 주공이 제시한 금액에 비해 원가와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공은 시중에서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질 낮은 마감재를 썼으면서도 2000년 당시 표준건축비 210만원을 적용해 원가로 계산을 했더군요. 택지비도 도로 옆 좋은 땅을 1평당 60만원에 수용하고,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평당 145만원을 적용해 원가로 계산했습니다."

"주공만 제대로 하면 거품 뺄 수 있다"

분양원가 산출내역 공개 판결을 얻어낸 양주시 덕정 주공아파트 1단지.
분양원가 산출내역 공개 판결을 얻어낸 양주시 덕정 주공아파트 1단지. ⓒ 오마이뉴스 박수원
양주 덕정 주공아파트 4000여 세대는 임대료 5% 자동 인상을 막고, 분양원가 산출내역 공개를 요구해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빼고 있다.

그 때문에 주공이 산정한 1단지 33평의 경우 분양전환 가격이 8900만원이었다. 입주민들은 원가공개가 이루어질 경우 분양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관씨는 "주공만 제대로 하면 주거비 거품을 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분양원가 공개 운동을 시작했을 때 33평 입주민들이 1억원 밑으로만 분양 받게 해주면 술 사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봐 왔던 터라 입주민들도 쉽게 수긍을 하지 못했던 거죠. 그러나 주민들이 합심해서 결국 아파트 거품을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김씨는 2004년 분양원가 공개 약속이 뒤집히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아마 2004년에 아파트 원가 공개 약속만 지켜졌다면 지금 같은 민심 이반은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와서 아파트 가격 잡겠다고 나서봐야 허사지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봅니다."

양주 덕정동 주공 1~3단지 4000여 세대는 주공과 원가 공개 싸움을 끝까지 진행할 생각이다. 1·2단지는 이미 분양원가 산출 내역 공개 판결을 받았고, 3단지도 12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주민들이 힘을 모으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한 이들에게는 집값 올리기 부녀회 담합 보다 '거품 빼기 단결'이 훨씬 더 남는 장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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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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