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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거품)론이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가 현실화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매물이 쏙 들어가 있는 상태다. 정부는 버블 세븐 지역에서 20~30%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집값 거품의 원인과 해법 제시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한다. 거품이 낀 것은 분명한데, 거품을 뺄 해법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오마이뉴스>가 그 해법을 담은 4회에 걸친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사는 그 첫번째다. <편집자주>
부동산 거품 논쟁이 온 국민의 관심거리다. 그 기폭제가 된 지난 15일자 <청와대 브리핑>도 "부동산에 관한 한 대한민국 웬만한 사람들은 전문가 수준"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오마이뉴스>는 바로 그 '대한민국 웬만한 사람들'이 요즘 '부동산 거품 논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24일 저녁 7시 서울 세종로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시민기자 네 명이 모였다. 비록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요, 정확한 정부 통계보다는 막연한 경험치를 더 신뢰하는 그들이지만 궁극적인 바람은 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가운데 2명은 신분 비공개를 조건으로 참여했다. 지금부터 그들의 솔직 담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24일 저녁 오마이뉴스 사무실 '부동산 거품' 솔직토크에 모인 시민기자들
24일 저녁 오마이뉴스 사무실 '부동산 거품' 솔직토크에 모인 시민기자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참석자
이명옥 시민기자(48·서울 노원구 상계동)
최병선 시민기자(41·인천 부평구 부개동)
A 시민기자(30대 후반·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B 시민기자(40대 초반·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진행·정리 김시연 기자


최병선(아래 최)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에서 14년 된 32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전국 아파트입주자대표회 회장들로 구성된 한국아파트연합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어 아파트 소유자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선 개인적 차원에서 얘기하려고 한다."

이명옥(아래 이) "서울 상계동 다세대 주택에 사는 주부다. 상계동 지역은 예전 달동네를 개발해 아파트가 들어섰고 요즘엔 또 뉴타운지구로 지정돼 들썩들썩하고 있다."

A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살다 2001년 결혼해 지금은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24평 아파트에 살고 있다."

B "2001년 서울 상암동에서 32평 아파트를 팔고 분당에 집 사는 시기를 놓쳐 지금은 전세로 살고 있다. 정부정책만 믿고 따르다 손해 본 경우다. 내년이면 무주택 5년이 돼 판교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강남 31평이 10억이면 4억은 거품"

"분당에서 전세면 인천에선 집 한 채 산다. (집값) 거품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강남에서 31평짜리 아파트가 10억원을 왔다 갔다 하는데 원가는 3억원 정도라고 생각한다. 강남 인프라가 좋으니까 프리미엄 감안하더라도 5억~6억을 넘지 않는다. 4억 이상은 거품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에서 거론한 7개 지역(일명 '버블 세븐' -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목동, 경기도 분당, 평촌, 용인) 외에 다른 지역은 거품 현상이 심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 살고 있는 인천 집이 97년보다 3000~4000만원밖에 안 올랐다. 인천에서 45평~50평도 3억대다. 수도권 외곽 지역 벗어나면 집값 거품은 적다.

다만 전국적으로 혁신도시다 행정도시다 지역마다 개발사업 늘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다. 강원도 홍천에 사는 농부 한 분을 만나보니 자기는 가만히 농사만 짓는데도 업자들이 와서 값을 올린다더라. 그런 것도 거품 아닌가. 몇 개 지역에 한정되긴 하지만 현 정부가 전국적인 땅값 거품을 만든 측면이 있다."

"행정수도 이전, 관공서 이전 얘기 나오면 대책 나오기 전에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는 느낌이다. 우리 상계동도 뉴타운 얘기 나오기 전부터 3000~4000만원 하던 작은 무허가주택에도 업자들이 몰려들어 8000만~1억원까지 올려놨다. 그런데 두세 달 정도 바람이 불더니 다시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더라."

"8학군 있는 한 강남 불패 신화 못 깨"

최병선 시민기자 "1년만에 앉아서 6천만 원 버니 사람이 맛이 가더라"
최병선 시민기자 "1년만에 앉아서 6천만 원 버니 사람이 맛이 가더라" ⓒ 오마이뉴스 김시연
A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린 모 대학 경제통상학부에 강의를 나가보니 학생들 60~70%가 이른바 '8학군' 출신이더라. 교육 격차를 피부로 느낀다. 이제 우리 아기가 32개월 됐는데 집 옮겨야 하지 않느냐고 벌써 재촉한다. 얼마 전엔 직장 동료가 29평짜리를 6억에 집을 사 강남에 입성했는데 정말 힘든 일 해냈다고 뿌듯해하더라. 강남 개발 30년에 한 세대를 넘어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집값 하방경직성을 형성하고 있다. 8학군이 깨지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계속 간다고 본다."

B "나도 상암동에 살다 분당이 교육환경 좋다고 해 비싼 값에 전세를 얻었다. 지금 전세 살고 있는 38평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IMF 때 1억8000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은 6억이고, 앞으로 9억까지 갈 거란 전망도 있다. 아는 사람은 3.30 대책 나온 뒤에도 같은 동에 집을 샀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주거용이 아닌 재테크용이다. 거기에 끼지 못한 나 같은 사람만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매물 싸게 내놓으면 부녀회에서 협박"

"아파트는 일단 환금성 좋다. 다세대나 단독주택을 사려면 주변 형세나 집 구조 등 꼼꼼히 따질 게 많은데 아파트는 전자제품처럼 어느 아파트, 몇 평, 몇 층 식으로 공식화돼 있다. 그래서 주식같이 사고파는데 부담 없고 수요자도 많아 쉽게 투기 대상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부동산은 파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팔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매물거래업소, 시세제공업소라고 지역마다 선정하는데, 1000세대가 넘는 부개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중개소에 비용 내고 시세표 올리면 바로 인터넷 시세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호가를 2억으로 올리면 시세가 1억8000만원이라도 수요자들은 2억으로 알게 돼 있다. 오랫동안 물건이 안 나가 매물을 싸게 내놓기라도 하면 당장 부녀회에서 쫓아와 부동산중개업소를 협박해 못 내리게 한다."

A "예전에 아벨라 승용차 1년 세금이 25만원 정도였을 때 집 세금은 20만원 정도여서 이거 좀 심하다 생각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힘들지만,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을 현실화한 건 잘한 거다. 일부 기득권 저항 세더라도 이렇게 가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정부가 거품 거품 하는 건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경험적으로 거품 얘기는 계속 나왔기 때문에 아파트 가진 사람들은 '또 그러네' 하고 냉소적으로 본다. 8·31, 3·30 대책 잘했는데 거품론을 부추겨 이상한 논쟁만 붙였다. 이러다 진짜 거품 꺼진다고 그 사람들이 정부 훌륭하다고 하겠나. 3·30 대책 나온 뒤 아직 세금 한 번 안 냈는데 시기적으로 이르다."

"1년 사이에 앉아서 6000만원 버니 맛이 가더라"

"용산에서 7년 동안 벤처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정보통신 분야는 워낙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좀 벌었다 싶어도 새 장비 새 기술 따라가려면 남는 게 없다. 오히려 IMF로 부동산 가격 폭락했을 때 시세 8000~1억 정도 하는 32평짜리 아파트를 6500만원에 낙찰받았는데, 그게 1~2년 지나니 1억2500만 원으로 뛰더라. 가만히 앉아서 일한 것도 없는데 1년 사이에 6000만원이 오르니 사람 맛이 가더라. 그때부터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땄다.

정상적 경제활동을 통해 그 정도 재산 못 번다. 그러니 사람들 머리 속에 돈 버는 수단은 부동산이란 게 박혀버렸다. 그래서 샀을 때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지역이 어디냐부터 찾게 되고, 강남 등에 가수요가 붙으면서 거품이 생긴 것이다."

B "거품은 곧 깨질 거라는 걸 의미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계속 지켜보니 정부에서 거품이다, 상투다, 꼭지다 발표하고 나올 때마다 한두 달 뒤에 보면 부동산은 영락없이 폭등하더라. 왜 부동산이 오르는지, 왜 특정지역만 오르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 거품론이 나온다는 건 더 오를 가치가 있으니까, 더 오를 거니까, 정부에서 이쯤에서 막자고 얕은 수 쓰는 거다, 사야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이게 어느 정부의 실책이라기보다 땅이나 주거지 중시하고 좁은 집 싫어하는 국민 성향 탓이 크다. 8학군 같은 교육여건도 무시 못한다."

"분당 죽전 송내 등 정부가 분산시킨다고 만든 신도시 주거지역이 거품을 증폭시키고 있다. 교육 등 주변 환경이 지역마다 골고루 나눠지지 않고 특별도시다 뭐다 해서 계속 일부 지역만 특화되는 건 문제다."

A "이미 집값이 올라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 부과대상의 과세표준을 낮추는 건 바람직하다. 공시지가 6억원 이상이라고 해야 (전국민의) 1~2%에 불과하다. 더 낮춰야 하는데 기득권층 저항 깨기가 쉽지 않다. 당장 세금 매긴다고 가격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이미 오른 데 대해선 조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이명옥 시민기자 "뉴타운이 서민주거안정대책? 서민 눈물 두 번 쏟게 만 말아줘요."
이명옥 시민기자 "뉴타운이 서민주거안정대책? 서민 눈물 두 번 쏟게 만 말아줘요." ⓒ 오마이뉴스 김시연
"주택정책 자체가 미국처럼 세금 많이 내고 저택에서 살던지, 평생 임대해서 사는 문화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집에 목숨 걸고 연연하지 않고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저소득층용으로 나온 임대아파트는 기껏해야 9~12평, 5년 임대하고 분양하는 것도 18평 정도 너무 작다."

B "임대아파트를 많이 못 짓는 건 자금 회수가 빨리 안 돼 은행에서 건축업자에게 잘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아예 손을 안 대는 거다. 정부가 대신 지원해 줘야 한다. 정부기관이 안 나서면 소규모 민간업체는 망할 수밖에 없다. 토공이나 주공이 택지개발 이득으로 임대아파트 많이 지어야 하는데 주공이 짓는 임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주공 설립 목적이 서민 주거 안정이고 아파트 팔아 남은 돈으로 임대 많이 지어 분양하겠다는 취지인데 잘 안 되고 있다. 또 주공은 공기업이어서 정부에서 나서면 분양원가 공개도 가능하다. 주공이 치고 나가면 민영도 가격이 노출되고, 결국 분양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오히려 주공이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더 올려놓으면, 주변 아파트 가격도 따라 올라 결과적으로 아파트값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뉴타운, 서민 눈물 두 번 쏟게 해"

"뉴타운사업은 서민주거대책이 아니라 서민들 두 번 눈물 쏟게 하는 거다. 처음 상계동 개발할 때 아파트 살 능력 없는 사람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다세대로 자리 잡고 돈 많은 외부인들이 들어와 아파트를 차지했다. 뉴타운 개발이 이뤄지면 결국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번에도 차액이 모자라면 또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돈 있는 사람들 위한 방책 아닌가."

"말 그대로 (주민) 물갈이가 되는 거다."

A "예전에 내가 집 살 때는 주택담보비율이 75% 정도여서 1억짜리 집이면 은행에서 7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는데 이젠 40%로 떨어졌다. 그래서 만약 거품이 깨져 집값이 반 토막 나더라도 은행은 떼일 염려가 없게 됐다. 대신 서민들은 금융기관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돼 최근 5년 사이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B "IMF 때 금리 때문에 급매물로 집을 많이 내놨다. 그때는 집 있으면 빚만 늘고 '바이코리아' 같은 단기채권이 많이 올라 집보다 더 이익이어서 갈아타는 사람도 많았다. 한때는 주식으로 많이 몰리지 않았나."

A "실제로 부동산 자금은 증시로 잘 안 넘어온다. 부동산이 전통적으로 이익을 계속 봐왔기 때문이다."

B "그래도 건전한 투자수단을 많이 만든다면, 집 만이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면, 많이 바뀔 것이다."

"평당 1000만원 정도면... 거품은 쉽게 안 깨질 것"

경기도 성남시 판교택지개발현장. 도로 오른편에 분당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택지개발현장. 도로 오른편에 분당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담 마무리 시점에서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소득수준에서 이른바 서울 '버블 세븐' 지역에 33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한다면 적정한 가격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내 수준에서는 33평이면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친구가 2003년쯤 춘천에서 38평 아파트를 9000만원에 샀는데 전망도 좋고 정말 멋졌다. 일터, 교육, 주변 환경 등 여러가지 면에서 춘천도 결코 소외된 지역은 아니다.

강북도 33평이면 분양가가 2억원이 채 안됐다. 그런데 중계동은 교육도시가 되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 상계동과 비교해도 큰 격차가 생겼다. 하지만 모든 지역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시설과 학원가, 은행가가 골고루 만들어져 주변환경 차이가 없어진다면 강남과 강북처럼 10배나 차이 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천에서 32평이 1억5000만원 정도다. 서울 직장 출퇴근 경비 등을 감안해서 서울로 집을 옮긴다면 한 3억원까지는 용의 있다. 그 이상은 깔고 앉아 있기 부담스럽다."

A "처음 아파트 사고 벽지만 달랑 붙은 걸 봤을 때 '이게 1억4000만원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1억원이 올랐다. 그게 평당 1000만 원 정도다. 내 생각에 서울에서 강남 이외 지역은 아직 거품은 아니다."

B "나도 평당 1000만원 정도면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 판교 분양 가격이 1100만원대고 분당과 가까운 경기도 광주 쪽도 평당 900만원 정도까지 올랐다. 판교에서 주공이 높은 분양가를 제시하긴 했지만 그래도 분당에서 아파트 구입하는 거보다 싸다. 그래서 다들 무조건 뛰어들려고 하는 거다.

거품 깨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봤다. 만약 거품이 깨지면 국가 자산이 줄어드는 거나 마찬가지고 국가경쟁력도 떨어지는데 국가가 그걸 알면서 그런 일 하겠는가?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는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쉽게 내리지는 않겠지만 부동산값은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부유층들이 부동산을 부의 축적수단으로 여기고 부를 세습하려고 하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못하게 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을 벗어난 부분에 대해선 보유세 등 강한 세금으로 지속적으로 환수해 부동산 보유 자체를 부담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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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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