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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문춘> 6월 1일자에 실린 "민단이 총련에 흡수된다(이용당한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주간문춘> 6월 1일자에 실린 "민단이 총련에 흡수된다(이용당한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 박철현
시사정론지를 자임하는 <주간문춘>과 우익성향의 일간지 <산케이신문>이 지난 5월 17일 있었던 '민단, 조총련의 역사적 화해'에 대해 '사실은 민단이 조총련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간문춘> 6월 1일자는 "'역사적 화해'로 민단이 총련에 흡수된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민단이 총련에 이용당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약 2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자극적인 굵은 글씨체의 기사 첫머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다.

"5월 22일 민단의 하병옥 단장은 조총련과의 역사적 화해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납치문제와 관계가 있는 조총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총련이 어떤 관여를 했는지에 관해서 저는 모릅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점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대답을 통해 조총련을 옹호했다."

또한 기사는 5월 17일 있었던 양 수뇌회담 현장을 "과도한 연출이 계속되었지만, 어쨌든 양 수뇌는 반목과 대립을 화해와 화합으로, 새로운 세대의 교육 등에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5.17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당시 현장을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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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사는 바로 이어서 "조총련 측이 요구한 민단의 지방참정권 요구의 포기, 탈북자 지원센터의 해체, 고국방문단의 중단 등의 3가지 요구를 민단이 받아들이는 '밀약'이 있었고, 이날(22일)의 기자회견 역시 그 지적을 부정하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고 보도했다.

<주간문춘>은 민단이 지난 2003년 6월 설치한 탈북자 지원센터가 지난 5월 초순부터 갑자기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 대해 이것은 이번 화해에 대해 조총련에 주는 선물이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이 지적에 대해 하병옥 민단 단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중지가 아닌 (기구운용에 대한)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잠시 쉬고 있는 것이며 어떻게 하다보니 공동성명 발표시기와 우연히 일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주간문춘>은 하병옥 단장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조총련에 대해 과도한 '친절'(<주간문춘>의 표현)을 베풀고 있는 하 단장에 대해 익명의 민단 중앙 간부의 입을 빌려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하 단장의 밝히고 싶지 않은 경력 중 하나가 '그가 예전에 조총련 계열의 조선학교에서 영어선생을 했다'는 것이다. 조선학교의 선생이라면 곧 조총련의 직원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22일 이 경력에 대해 묻는 <주간문춘>의 기자에게 하 단장은 "대학을 다니면서 2년간 조선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일이 있다"고 쉽게 인정했다. 하지만 위 익명의 중앙간부는 <주간문춘>에 다시 "발족 당시에는 민단과 조총련이 왕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조총련 출신이 민단의 단장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실었다.

한편 <주간문춘>은 과거 중앙본부의 결정에 사안별로 대처하거나 혹은 반대하고 있는 민단의 니이가타현, 시마네현 지역본부의 입을 빌려 "니이가타현의 사정도 있기 때문에, 납치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화해는 불가능하다"(니이가타 지방본부 김진겸 사무국장), "일본에서 태어난 나의 입장에서는 이번 화해가 일본인들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고 본다"(시마네현 지방본부 이섭윤 단장) 등의 의견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한 <주간문춘>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의장 김정부·이하 한통련)을 '적성단체'라고 표현하면서 민단중앙본부의 간부 중 한통련 출신자가 있고, 한통련을 "조총련의 뒷조직"임을 명시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산케이신문> "민단이 총련에 넘어간다?"

<산케이신문> 5월 30일자에는 니시오카 쓰토무의 칼럼 "친북좌파에 이용당하고 있는 민단중앙"이 실렸다. 문춘과 산케이 양쪽 모두 우연인지 아닌지 "놋토라레루(이용당하다, 흡수되다, 속히고 있다)"등의 표현을 공통적으로 쓴 것이 흥미롭다.
<산케이신문> 5월 30일자에는 니시오카 쓰토무의 칼럼 "친북좌파에 이용당하고 있는 민단중앙"이 실렸다. 문춘과 산케이 양쪽 모두 우연인지 아닌지 "놋토라레루(이용당하다, 흡수되다, 속히고 있다)"등의 표현을 공통적으로 쓴 것이 흥미롭다. ⓒ 박철현
<산케이신문> 5월 30일자 칼럼란 세이론(正論)은 더 자극적이다. 도쿄기독교대학 교수이며 납치가족을 지원하는 모임활동에도 적극적인 니시오카 쓰토무의 칼럼 제목은 '친북좌파에 이용당하고 있는 민단중앙'이다.

니시오카 교수는 칼럼에서 "이번 화해는 화해가 아니라 민단중앙에 포진하고 있는 소수의 친북좌파세력이 민단중앙을 장악하여, 작년 후반기부터 와해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조총련을 도우는 것이 이번 '화해'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이번 결정에 대해 반발하는 지역본부가 속출하고 있고, 심지어는 중앙에서조차 간부진들은 모르고 있었다"며 "하병옥 단장 일파는 지난 70년대 조총련과 내통해 한번 제명된 그룹으로 배후에는 미국과 일본이 진행하고 있는 대북 압박정책으로부터 김정일 정권을 지키려고 하는 노무현 정권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니시오카 교수는 익명의 민단 관계자 말을 빌어 "올해 2월에 있었던 민단중앙 선거의 배후에 한국대사관이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주간문춘>과 마찬가지로 하 단장의 조선학교 교원생활, 김군부 부단장, 강영지 기획조정실장 등이 반국가단체인 한민통(한통련의 전신) 멤버임을 들어 '민단이 총련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특히 그는 "지난 4월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하병옥 단장과의 단독회담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매년 8억5천만엔의 지원금을 민단중앙에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번 민단과 조총련의 화해에는 조직적인 음모가 있다고 말했다.

니시오카 교수는 특히 "민단중앙과 조총련의 '야합'은, 45만명 이상의 대다수 재일한국인을 5만명 미만의 조총련과 그 별동대인 한통련과 동격으로 위치시켜 결국 조총련을 지키고자 하는 중대한 정치모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요미우리 신문> 5월 16일자 석간에 따르면 조총련 소속은 현재 23만명으로 니시오카 교수가 주장한 5만명 발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편 한통련 황영치 선전국장은 두 언론의 보도에 대해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양사에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법적 수단도 생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내부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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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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