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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빈소에 모셔진 김순례 할머니 영정
ⓒ 심은식
난 지금 엄마의 영정사진과 시신 앞에 있습니다. 정말 엄마가 돌아가신 건가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나의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렇게 엄마의 영정 사진을 마주하고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 예쁜 엄마, 넷째딸 다녀왔습니다"하고 말하면 "우리 딸 이제 오느냐"며 내 두 손을 마주 잡아 줄 것 같은데…. 도대체 엄마는 어디 가고 엄마의 차가운 시신만이 내 앞에 놓여 있단 말인가요.

심장이 멈춰 굳어가는 엄마의 몸을 만지면서도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입관을 위해 냉동실에서 나온 물기젖은 엄마의 차가운 얼굴을 부비면서도 엄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그 볼에 입맞추고 싶어요

엄마, 보고 싶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엄마의 손도 잡고 싶고, 엄마의 볼에 입맞춤하고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울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말하고 싶고, "엄마, 알라뷰"하면 "꼴라리"라고 말해 나를 웃겨주던 엄마의 익살도 보고 싶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슬픔보다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고통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엄마가 보고싶으면 난 어떻게 해야합니까?

엄마, 보고 싶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엄마가 보고싶으면 엄마를 만지고 싶으면 난 어떡해야 하나요? 어떻게 나를 두고 그렇게 홀연히 가실 수가 있습니까? 자식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어떻게 눈이 감기시던가요?

자주 찾지 않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멍한 눈빛으로 기다리던 엄마가 가여워 내 가슴 속이 시커멓게 멍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자식들이 이제야 모두 한 자리에 있습니다. 한없는 그리움에 끊임없이 불러대던 자식들, 손주들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주세요. 그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엄마,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나의 예쁜 엄마, 도대체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난 엄마가 언제까지 내 곁에 계실 줄 알았습니다.

엄마를 위해 환경 좋은 곳으로 이사도 했고, 제주도 여행을 위해 예약도 해놓았습니다. 매니큐어도 칠해드려야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게찜도 먹으러 가야합니다. 아직 해 드려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왜 내 곁을 이렇게도 빨리 떠나셨나요? 내게는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생 희생의 삶을 사신 엄마께, 아직도 당신에게 갚아야할 빚이 많습니다.

내 딸이 되어준 엄마, 지난 6년 3개월 얼마나 행복했는지...

사람들은 그렇게 수년 동안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사느라 고생했다고, 할 만큼 했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엄마가 치매에 걸려 아이가 되어버렸던 지난 6년 3개월 동안 제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들을 하는 것일 겁니다.

아이보다 더 맑은 영혼을 가졌던 나의 엄마 때문에 행복했고, 틀니를 뺀 너무나 귀여운 모습에 행복했습니다. 엄마의 작은 손을 잡고 잠을 잘 때 난 평화로웠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김치"하라고 하면 "깍두기"라고 화답하여 날 웃게 만들어주던 엄마, "사람들이 엄마가 예쁘대, 그러니까 할머니 미스코리아 나가"라고 말하면 "1전 짜리 비행기 태우지 말고"라고 하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웃던 엄마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엄마, 내가 엄마의 딸로 살 수 있어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또 엄마가 치매에 걸려 나의 딸로 살아주신 지난 시간이 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성질 못된 넷째딸이 속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엄마도 아픔의 고통없는, 그리움의 고통 없는 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셔야 해요. 그리고 저를 늘 내려다 봐 주세요.

꼭 한번만 손잡을 수 있다면, 꼭 한번만 안아볼 수 있다면…. 이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엄마, 천사보다 더 예쁜 엄마의 모습을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엄마, 다음 생에서는 엄마가 나의 진짜 딸로 다시 태어나주세요. 이 생에서 받은 엄마의 사랑, 그 땐 제가 그 한없는 사랑을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나의 엄마, 사랑합니다. 너무나 사랑합니다!

나의 딸 나의 엄마, 평화와 행복의 세상으로 부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 지난 생신날 환하게 웃으시던 김순례 할머니. 할머니를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 심은식

덧붙이는 글 | 지난 6월 5일, 엄마를 아버지가 계신 남양주 공원묘지에 합장 안치시켜드려습니다. 이 글은 임종을 지키지 못한 제가 엄마께 드리는 저의 마지막 인사입니다. 이 편지를 함께 묻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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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오마이뉴스의 정신에 공감하여 시민 기자로 가입하였으며 이 사회에서 약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글로 고발함으로써 이 사회가 평등한 사회가 되는 날을 앞당기는 역할을 작게나마 하고 싶었습니다. 여성문제, 노인문제등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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