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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

에질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일레가 광자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광자총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맹렬히 뛰어오른 거대한 송곳니의 발에 맞았고 땅에 쳐 박힌 거대한 송곳니는 고통에 겨워 울부짖었다. 짐리림은 순간적으로 얼이 빠진 채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놈!

일레는 무력화된 거대한 송곳니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몸통에 광자총을 겨누고 쏘았다. 광자총의 빛이 거대한 송곳니의 몸통에 부딪혔고, 그 빛은 거대한 송곳니의 몸통을 두 조각내었다. 거대한 송곳니는 더 이상 발끝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 잠시 쉬어갈 곳을 찾아보자.

짐리림은 애써 떨리는 몸을 가누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천천히 일어났다. 에질은 두 토막이 난 거대한 송곳니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피인가요? 색깔이 이상하군요.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니건만 짐리림 일행은 움직이는 가이다의 생명체가 모여 있는 곳을 되도록 피해 어두운 숲으로 나갔다. 일레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행성의 자전주기를 측정하면 밝음과 어둠이 일어나는 시기를 알 수 있을 텐데요.

숲 한가운데의 자그마한 터에 자리를 잡은 후 조금은 안정을 되찾은 에질이 가이다의 환경에 대해 나름대로 느낀 바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대기가 하쉬에 비해 엷은 것이 느껴집니다. 중력도 측정치보다 실제 체감중력이 더 높은 것 같고요.

-그건 우리가 인공중력 상태에서 생활했기 때문이 아닐까.

에질은 허리에 차고 있는 신체계수 제어기를 보았다.

-인공중력과의 차이를 절감할 만큼은 아닙니다. 제 골밀도와 근육수치는 모두 정상으로 나옵니다.

-그렇군. 어쨌건 가이다에서 금방 적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일레가 마치 신체의 일부분처럼 부여잡고 다녔던 광자총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은 식사를 하기로 하고 생존키트배낭에서 얇은 봉지 하나를 꺼내어 뜯고서는 내용물을 짜내어 입에 갖다대고 씹어 먹었다. 짐리림이 중얼거렸다.

-가이즐라(하쉬 행성의 음식이름) 맛이군.
-전 우가라(하쉬 행성의 음식이름) 맛입니다.
-덴질(하쉬 행성의 도시명)에서 우가라를 먹어본 적이 있나?
-예, 그거 정말 맛이 굉장하죠! 덴질에는 언제 가보신 겁니까?

일레는 문득 즐거운 추억이 떠올랐는지 기쁜 태도로 반응했다. 곧 주위는 어둠에 잠겼고 짐리림 일행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가이다의 대기가 엷다는 것이 이런 축복도 가져오는군.

짐리림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황홀경에 빠졌다. 밤하늘에는 형형색색의 별들이 빽빽이 들어차 각자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여기서 거포아(하쉬행성의 태양)도 보일까요?
-아마 보이겠지. 3000카쉬에(하쉬의 시간, 거리개념) 전의 모습으로......

짐리림과 에질, 일레는 한동안 말없이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차마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는 저 우주 어디에인가 있을 고향별 하쉬를 떠올리며 가슴이 메어왔다. 이 알 수 없는 행성에서 자신들의 동족을 피해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는 것이 그들은 너무나 슬펐다.

-짐리림님.
-응?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목소리로 짐리림은 일레의 부름에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이럴 게 아니라 다시 탐사선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습니까?
-다른 생각이 있는겐가?

일레는 광자총을 어루만졌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탐사선에 쓸만한 무기라고는 이 광자총 한 정뿐입니다. 나머지 한 정은 고장난 상태가 아니었습니까? 수적으로는 열세지만 계획을 잘 세우면 탐사선을 탈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시 동족을 죽이는 큰 죄를 지어야 할지 모르네.

-그렇긴 하지만 저 역시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해봅시다.

에질마저 동조하고 나서자 짐리림은 마음이 흔들렸다.

‘맞아, 이대로 낯설고 위험한 행성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불안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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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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