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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6주기 7차 산내학살희생자 위령제가 8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조희열 전통춤보존회의 추모공연.
ⓒ 오마이뉴스장재완
▲ 추모시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족들.
ⓒ 오마이뉴스장재완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학살된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제가 개최됐다.

대전산내학살대책회의 희생자위령제 준비위원회는 8일 오전 10시 학살지 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산내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56주기 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위령제'를 개최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김원웅(대전 대덕)·선병렬(대전 동구)·강창일(제주) 국회의원과 채의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 임원 및 회원, 산내학살사건제주·여수순천·대전유족회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조희열 전통춤보존회의 영혼을 달래는 추모공연으로 시작됐다. 이후 유족대표들이 나와 돌아가신 영령에 제를 올리는 '헌작'이 이어졌고, 제주 4·3사건을 노래로 표현한 민중가수 최상돈씨의 노래공연과 추모사, 추도시 낭송,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지난해 제정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안'이 강제조사권과 책임자 처벌, 국가배상 등의 조항이 누락된 점을 지적하며,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추모사에 나선 강창일 의원은 "지난해 과거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전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에 이를 개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웅 의원도 "아직도 학살터에 뼈가 나뒹굴고 있는데 무슨 낯으로 이 자리에 설 것인가하며 생각했다"면서 "법 개정을 비롯해 역사의 물길을 뒤로 돌리려는 세력과 맞서 싸워서 반드시 올바른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배상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채의진 전국유족회 상임대표는 "그동안 전국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유족들의 수 없이 많았던 집회와 시위, 성명발표, 농성, 면담, 항의를 통해 과거사법이 통과됐지만,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의해 졸속으로 만들어져 누더기 법이 되었다"며 "앞으로 올바른 과거사법으로 개정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유족과 참석자들이 제단에 헌화와 분향을 하면서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됐다.
ⓒ 오마이뉴스장재완
관할 자치단체 무성의한 태도 성토 이어져

또한 관련 자치단체인 대전시와 동구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특히 국회와 정부가 법을 제정해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지역 단체장이 행사장에 참석도 하지 않고, 학살지 보존에도 소극적인 것에 대해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김종현 산내학살자 대전유족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시대적 요구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대 규모로 민간인이 학살된 이 곳 지방행정기관인 대전시와 동구는 주민의 고통과 억울함에 대한 해결노력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역사에 대한 죄악이며, 주민대표 기관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여수에서 올라온 한 유족은 "여수나 순천, 제주 등 어느 지역에서 이러한 위령제에 자치단체장이 참석도 안하고, 꽃 한 송이 보내지 않는 곳이 있느냐"며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도 못하는 대전시장과 동구청장은 유족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희생당한 영혼들에게 바치는 여러 편의 시가 낭송됐다. 산내에서 아버지를 잃었다는 전숙자 유족은 '나는 상중이요'라는 시를 통해 "임종은 고사하고 아비 죽어 / 반 백년 상 못 치르는 불효 / 나는 상 중이오"라며 애끓은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의 헌화와 분향으로 마무리됐다. 대전에서 온 한 유족은 희생당한 아버지가 평소에 좋아하셨다던 술과 쑥떡을 준비해 와 제단에 올리기도 했다. 또한 각 유족별로 학살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한편 대전시 동구 낭월동에 위치한 산내학살터는 지난 1950년 7월 초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대전충남 지역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이 희생된 곳이다.

이 곳에서는 최소 3000명에서 최대 7000명이 집단 학살된 후 암매장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학살터 현장에 교회가 세워져 있어 현장훼손을 염려하는 유족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 행사를 마친 유족들은 학살현장을 찾아 '표시석' 앞에서 또 한번의 제를 지내기도 했다.
ⓒ 장재완

▲ 산내학살지에서 오빠를 잃었다는 신순란 유족이 헌시를 낭송하고 있다. 신씨의 뒤로 무대중앙에 내걸린 천에 신씨의 헌시 '눈물의 술잔'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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