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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주장은 많지만 진실은 하나입니다"

정부가 며칠 전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실으면서 사용했던 제목입니다. 4개 통상현안을 한미FTA를 위해 미국에 양보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을 펴는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를 읽으면서 "정말 진실은 하나이구나"하고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는 오직 국민을 속이는 일에만 온 정신을 쏟는다'는 진리 말입니다.

이미 미국 측의 여러 자료가 공개되어 사전 양보를 전제로 협상이 개시되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광고가 나간 뒤 대통령은 아주 모호한 말로 4대 통상현안 양보를 시인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중 쇠고기편을 한 번 들여다봅시다.

[쇠고기] 미국은 광우병 대응 후진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 재개가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FTA와 별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수입을 재개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세상의 진실에 눈과 귀를 꽉 닫고 하는 말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소비자 단체들이 줄기차게 항의하고 있듯 미국은 광우병에 대한 대응이 가장 후진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은 도축되는 소의 1%만을 검사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가공업체에서 하는 검사라는 것이 육안 검사가 전부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육안검사로 광우병 소를 발견하려면 살아있는 소를 검사해야 하는데, 87%가 죽은 상태로 가공업체에 전달됩니다.

이 말을 다시 정리하면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다고 했을 때 사전에 검사로 발견될 확률이 0.13%라는 뜻이 됩니다. 1000마리의 광우병소가 있을 때 겨우 1마리쯤 발견된다는 것이지요.

살코기 아니라 뼈·혀·간도 수입재개하라니

미국 소의 수입재개를 결정한 일본의 경우, 광우병에 대한 전문가 패널 '12인 위원회'의 전문가 6인이 수입재개 결정 후 사임했습니다. 이 중 한 명인 일본 국립동물건강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정부 예정대로 결정만 하는 위원회에서는 더 이상 할일이 없어 사임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파렴치한 요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광우병 파동 이후 전세계에서 순살코기 외에는 무역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습니다. 일본도 수입한 살코기에 뼈 조각이 포함되어있다고 해서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통상현안에는 미국이 뼈와 혀, 간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위의 수입도 재개하라는 요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전혀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도덕적이지 않은 국가와는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불가피하게 협상을 해야 할 때는 매우 교묘한 협상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정부는 현실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 뿐 아니라 협상의 기본 태도에도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 미국 자동차 판매 저조를 왜 한국 정부가 걱정하나

이번에는 자동차와 관련해서 우리의 환경기준을 완화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들여다봅시다.

정부는 양국간 교역불균형으로 인한 반덤핑 조치 등 무역마찰 가능성을 고려해 배출가스 기준 유예 문제를 결정한 것이고, 우리의 환경기준을 유지하면서 1만대 이하 판매자에게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한 것이라고 선전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첫째, 유예기간 연장이라는 조치가 습관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2년 안에 우리 배출가스 기준에 맞는 자동차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오염물질 규제가 느슨한 상황에서 오직 한국에 팔기 위해서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입니다. 그 때가 되면 또 다시 다른 무역불균형을 핑계삼아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입니다.

두번째, 우리는 미국에 71만대를 수출했으나 미국은 우리나라에 5500대를 수출하는데 그쳤다는 주장의 의미입니다.

이는 경쟁력이 없는 미국승용차를 못 판 것이 마치 우리 잘못이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도대체 한국 정부의 주장 맞습니까? 미국은 세계에사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면서도 수출은 우리나라 수준에도 못 미치는 나라입니다.

미국이 한국에 자동차를 못 판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름값이 싼 미국에서는 고효율 자동차를 개발할 필요가 없고 그런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엠대우는 이미 미국 회사입니다.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내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수출 필요성은 크게 낮아집니다. 현대나 기아가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면 우리 자동차의 대미수출도 다시 감소할 것입니다. 일본 역시 한 때 미국에 300만대 이상을 수출했으나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서 미국시장 점유율은 크게 높아졌으나 수출은 180만대 수준으로 감소하였습니다.

1만대? 한국 시장에서는 점유율 1%

세번째, 1만대 이하 판매자에게 유예기간을 연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사실상 모든 수입자동차에 대해 배기가스기준을 완화해준 것입니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값비싼 연구개발을 요구하고 외국기업에게는 그런 의무를 배제해주는 역차별적인 정책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1만대를 판매한다는 것은 시장의 1%를 장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가 얼마나 큰 비율인지는 미국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전체의 시장 점유율이 2~4%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네번째, '판매자 기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여러 개의 분사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지엠이라고 하면 다같은 지엠이 아니라 새턴·시보레·폰티악·뷰익·올즈모빌·캐딜락·지엠씨·허머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마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을 형성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은 중소형전문, 중대형전문, 고급차 전문, 상용전문 등으로 특징을 달리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판매 대수가 늘어나면 판매자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지엠 혼자서 8만대를 팔 때까지는 1만대 이하 판매자 조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를 더하면 이론적으로는 미국차를 총 15~20만대 판매할 때까지 예외적용이 가능합니다.

시보레 1만대, 폰티악 1만대, 뷰익 1만대, 캐딜락 1만대...

마지막으로, 이것이 사전 양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정부 스스로도 신문 광고를 통해 밝혔듯이 반덤핑조치와 같은 무역마찰 해소책은 미국이 마음대로 휘둘러 온 막강한 무기였습니다. FTA를 하자는 것은 바로 상품시장에서 이런 자의적인 규제조치를 풀자는 것이고, 이렇게 할 때 FTA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처음부터 그런 조치들은 병행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규제완화는 미국이 바로 이런 자의적 규제를 철폐하는 조건으로 제시할 때만 FTA 자체가 의미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 정부가 얼마나 준비없이, 맹목적으로 한미FTA 협상에 나섰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입니다.

시민행동 에피소드에서 돈키호테님
http://www.episode.or.kr

덧붙이는 글 |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커뮤니티인 에피소드 http://www.episode.or.kr 에 돈키호테님께서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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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 좋은기업만들기 운동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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