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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여기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눈과 입을 가린 채, 연탄 원료 반죽을 위해 계속 돌고 있었다.
ⓒ 박정규
적어도 예닐곱 명의 목수가 필요해 보이는 집을 두 분이 짓고 있었다. 간단한 연장만으로. 번개탄 크기의 연탄을 만드는 집들이 많았고, 한 집 마당에서는 '소'를 이용해 반죽을 하고 있었다. 소는 두 눈을 가린 채, 연탄 원료 주위를 계속 돌고 있었다.

주인은 '허, 허' 소리를 내며 소를 몰고 있고, 소는 '헉, 헉' 소리를 내며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푸른 들판에 있어야 할 소가, 검은 땅 위에 있으니 어울리지 않았다. 동물 학대가 바로 저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7-8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어린 아이를 업고, 11살쯤 되어 보이는 오빠와 작은 손수레를 이용해 무언가를 운반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닭, 팔자 좋게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 자고 있는 멍멍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 손수 빨래하고 있는 기특한 꼬마들을 보며 '시골'의 평온함이 느껴졌다.

20미터는 족히 될 높이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작은 폭포도 있었고, 더 작은 폭포에서 잠시 멱을 감기도 했다. '산'에서 달린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씩 알 것 같다.


▲ 저 안에 시멘트 가루가 가득 들어있다. 4층까지 올라가고 계셨다.
ⓒ 박정규

2006년 8월 9일 수요일. 구이양-쿤밍 6일차 / 맑음

07시 기상. 멍멍이 짖는 소리에 깨서, 짐을 정리한 후 밖에 나가보니 칠흑 같은 어둠이. 시간을 확인하니 05시 40분. 다시 이불 속으로. 잠시 후 차 지나다니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에 한 번 더 깼다. 시간을 확인하니 7시. 하루를 좀 일찍 시작하자는 생각에 짐을 가지고 1층으로.

여유가 좀 있어 어제 그 '철물점 왕바(인터넷카페)'로. 주인이 인터넷이 안 된단다. '선'에 문제가 생겨 언제 다시 될지 모르겠단다. 아침부터 먹어야겠다.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며 주인아저씨께 문의해서 다른 곳에 있는 왕바(인터넷카페)를 알아냈다. 오늘의 아침 도착! '계란볶음밥.' 고추와 계란을 볶은 건데, 매콤하면서 단맛이. 서비스로 마늘을 8개 주셨는데, 밥 분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잘 나눠서 먹어야겠다.

밥 먹으면서 생각한 점. 지금까지 많은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닭'들은 꼭 '아침'에만 울지 않는다는 사실. 아침 5시, 8시, 10시. 오후 12시, 3시 등 시도 때도 없이 우는 광경을 많이 목격했다. 내 생각인데, 아마 '아침의 한 번'을 위해 하루종일 '발성연습'을 하는 건 아닌지^^

▲ 거꾸로 매달린 채 '흥정'을 당하고 있는 닭
ⓒ 박정규
아침의 시장풍경.

트럭 한 대 도착. 많은 사람들이 그 차로 가서 물품들을 내린 후 노점을 차리고 있다. 노점 한 편에는 늦잠자는 강아지들, 식당 가게 앞에 앉아서 마늘 까는 아저씨. 여전히 울고 있는 닭, 큰 망태기를 메고 어디론가 분주히 가는 아주머니들, 큰 저울에 거꾸로 매달린 채 '흥정' 당하고 있는 닭.

왕바(인터넷 카페) 옆 공동화장실 풍경. 모두 3칸이 있고, 오픈형. 사용자가 있는지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확인 가능, '위급한(?)' 순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벽 곳곳에는 거미줄이 설치되어 있어, 무더운 여름날 모기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준다. 발 아래에는 오늘도 '비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1cm 크기의 누런 '구씨'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인터넷 카페 옆 개방형 화장실
ⓒ 박정규
왕바(인터넷 카페). 많은 문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건물에 '왕바(인터넷 카페)'가 있었다. 처음에는 위치를 몰랐는데,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는 곳이 있었다. 설마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제 그곳보다 조금 좋은 컴퓨터 5대가 있다.

주인은 침대에서 자고 있고, 야외용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큰 무리 없이 한글 사용. 주인은 많이 피곤한지, 내가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을 메모한 뒤 자고 있다가, 내가 나갈 때 시간을 계산해 돈을 받았다.

▲ 포스터가 붙어 있는 곳이 '왕바(인터넷카페)'
ⓒ 박정규
11시 25분. 5.1km 오르막 나무 그늘. 소 한 마리가 "쩝쩝" 소리를 내며 맛있게 풀을 뜯어 먹고 있고, 나무 그늘 아래서 아가씨가 소를 바라보고 있다. 아가씨 말로는 소 세 마리가 풀을 뜯어 먹고 있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소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언덕 아래에서 풀숲을 헤치며 큰 머리 하나가 나타났다. '아기소'였다. 뒤이어 '아빠소'까지 등장. 사방이 녹색 풀로 온통 물들었는데, 소는 단 세 마리뿐. 소들은 주위를 그냥 둘러봐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무거운 몸을 가진 소가 가파른 언덕을 잘도 올라오는지 참 신기하다.

▲ 황금마차. 사람들이 저 차에서 많은 물건을 받아서 '노점'을 차리고 있었다.
ⓒ 박정규
12시 35분. 9.5km 평지 마을 식당.

오전을 돌아본다.

6-7명의 목수가 필요해 보이는 집을 두 분이서 짓고 있었다. 간단한 연장만으로. 번개탄 크기의 연탄을 만드는 집들이 많았고, 한 집 마당에서는 '소'를 이용해 반죽을 하고 있었다. 두 눈을 가린 채, 연탄 원료 주위를 계속 돌고 있었다.

주인은 '허, 허' 소리를 내며 소를 몰고 있고, 소는 '헉, 헉' 소리를 내며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푸른 들판에 있어야 할 소가, 검은 땅 위에 있으니 어울리지 않았다. 동물 학대가 바로 저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머니를 도와 일을 하고 있는 소녀, 뒤에 어머니가 짐을 들고 오고 계셨다.
ⓒ 박정규
7-8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린 아이를 업고, 11살쯤 되어 보이는 오빠와 작은 손수레를 이용해 무언가를 운반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닭, 팔자 좋게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 자고 있는 멍멍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 손수 빨래하고 있는 기특한 꼬마들을 보며 '시골'의 평온함이 느껴졌다.

산 곳곳에 작은 마을들이 흩어져 있었고, 부정기적으로 간이슈퍼가 있었다. 갑자기 자갈들이 많이 흩어져 있는 구간도 있었고, 1차선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내리막 공사구간을 지날 때는 조금 위험했다.

20미터는 족히 될 높이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작은 폭포도 있었고, 더 작은 폭포에서 잠시 멱을 감기도 했다. '산'에서 달린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씩 알 것 같다.

▲ 정말 물이 차갑고 시원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 박정규
점심 도착! 오이 같은 '쓰쿠가'라는 것과, 돼지고기를 볶음 요리. '쓰쿠가'만 주문하면 6Y, 고기까지 같이 요리하면 8Y. 고기보다 비싸다는 결론. 맛은 굉장히 쓰지만… 고기보다 비싼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천천히 다 먹기로.

밥을 먹고 출발하려는데… '삶은 밤'이 생각났다. 남은 밤 봉지를 주인에게 보여주며, '삶아 주세요'라고 부탁하니 웃으면서, '덩이샤(기다리세요)' 10분 후 주인이 '샘플'을 들고 왔다. 맛을 보니 5분 정도 더 삶아야 할 것 같다. 5분 후 밤을 꺼내, 찬물에 열을 식힌 후 맛을 보니 정말 '담백, 달콤' 좋은 간식을 들고 출발.

19시 10분. 44.1km 지점. '정시포(지역명)' 식당.

면이 먹고 싶어서 '양료우 미셍(우동 면 발에 양 고기 건더기)' 곱빼기 주문. 시원하고 담백한 맛에 국물까지 다 먹었다. '구이양'에서 이곳까지 얼마나 걸렸냐는 질문에 거리를 계산해 보니, 321km. 308km 더 가면 '쿤밍'이란다.

'구이저우'는 산이 많고, '윈난'은 달리기 좋은 산길이란다. 식당 아저씨와 여관 아저씨가 내일 내가 도착할 '예상도시'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내가 정하는 건데….

▲ 저기 보이는 곳으로 오늘도 열심히~^^:
ⓒ 박정규
20시 35분. 숙소.

왕바(인터넷카페) 위치를 식당 아저씨게 물어 찾아갔는데, 보이지 않는다. 길가는 꼬마 친구에게 문의하니 길을 안내해준다. 10분 가량 동네 골목을 이리저리 돌면서 내려갔는데… 도착하니 숙소 앞이다. 건너편 오토바이 상가 건물 옆의 파란 대문 앞에 멈춰 서서, 바로 '여기'란다. 왕바(인터넷카페)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철문은 굳게 닫혀있다.

아이들이 '노크'를 하란다. '니하오(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문을 몇 번 두드리자, 젊은 아가씨가 나왔다. 그리고는 지금 인터넷을 할 수 없다고 한참을 설명하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옆에서 구경하던 아이들과 숙소 아저씨가 그 이유를 다시 설명하는데 역시 이해할 수가 없다. 아저씨가 좋은 생각이 난 표정으로, 이동전화를 꺼내 '시계'를 보여준다. '22시'가 되면 인터넷을 할 수 있단다. 숙소로.

▲ 기원. 지금까지 대부분 마을엔 집 안에 저런 '것'이 있었다.
ⓒ 박정규
방 가격을 문의하자 10Y이란다. 식당 아저씨가 5Y이라고 했는데… 더 싼 방을 원한다고 하니까 반대편의 방으로 안내한다. 3층. 5인 1실, 선풍기 무, 도로변이 잘 보이고, 차 소리도 잘 들리는 곳. 화장실 가려면 2층까지 내려가서 다시 10m는 더 가야 한다.

그래도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고, 방도 혼자 사용하니까 좋다. 베개도 푹신하고, 이불도 푹신하니 푹 쉴 수 있겠다. 생각보다 오른쪽 정강이 뒷쪽 근육통이 심하다. 접었다 폈다 하면 통증이 느껴진다. 밤 10시까지 기다렸다가 '왕바(인터넷카페)'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일찍 자기로.

▲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광저우-구이저우 정시포(국도 320번)

2. 주행거리 및 시간: 44.1km / 4시간 15분 / 평균속도 10.3km/h / 누적거리 4022km

3. 사용경비: 33Y
아침: 4Y / 점심: 9Y / 저녁: 5Y / 인터넷카페 90분: 3Y / 200ml 비닐우유: 0.5Y
어제 숙박비: 10Y / 빙꽈(아이스크림) 2개: 1Y / ABC과자: 0.5Y /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지떼따미(계란볶음밥)
점심: 쓰쿠가 차오료우(오이 같이 생긴 거, 돼지고기, 마늘, 고추 볶음): '쓰쿠가'라는 오이처럼 생긴 거는 무지 쓴 맛이 났다. 가격에 비해 맛은 없다.
저녁: 양료우미셍(우동 면발에 양고기 건더기): 얼큰, 시원

2) 간식
- 물 3ml / 밤 다수 / 빙꽈(아이스크림) 2개 / 우유 하나 / 과자 하나

5. 신체상태: 혓바늘 조금, 오른쪽 엉덩이 땀띠 세 개, 양쪽 정강이 뒷쪽 근육통 심함.

6.도로분석:

'광자우'에서 6.4km 지점까지 오르막. 민가 여러 채 있었고, 간이 슈퍼가 있었다. 도로 상태는 양호, 중앙차선 유. 2-3km 구간의 과속 방지 턱이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6.4km-6.8km 짧은 내리막 후, 6.8km-7.2km 짧은 오르막,
7.2km-10km 내리막. 평지. 10km-11.5km 오르막.
11.5km-12.5km 평지, 12.5km-13km 오르막, 13km-13.9km 내리막, 13.9km-14.5km 오르막
14.5km-19.6km 내리막, 19.6km-20.3km 오르막, 20.3km-20.5km 평지, 20.5km-21.3km 오르막
21.3km-23.4km 내리막, 평지, 23.4km-25.2km 내리막, 25.2km-26.3km 오르막
26.3km-26.7km 내리막, 26.7km-27.7km 평지, 27.7km-28.8km 오르막, 28.8km-38.4km 내리막
38.4km-43.5km 오르막 '정시포' 도착.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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