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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첩첩상식>
진중권의 <첩첩상식> ⓒ 새움
<첩첩상식>은 시사 이슈로 떠올랐던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시사평론가인 지은이 진중권의 견해를 밝힌 책이다. 그래서 '시사 소사전'을 연상하게 된다.

또 방송 원고 같기도 하다. 오프닝과 클로징을 대신하는 말 같기도 하다. 하여 대개는 그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다. 매 꼭지의 끄트머리마다 날짜가 적힌 것으로 보아 그날그날의 방송분인 듯하다.

책의 구성은 ㄱ-'가해자'부터 ㅎ-'황우석 1∼10'까지 가나다순으로 짜여있다. 책 뒤쪽에는 '찾아보기'가 있어 특별히 찾고자 하는 단어가 있다면 군데군데 검색이 가능하다.

키워드 '황우석'을 클릭하고 들어가 보자. 그러고 보니 꼭지가 무려 열 개로 이 책 안에서 제일 큰 비중이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했었다는 얘기다.

"찬양 일색의 분위기 속에서 윤리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매국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마저 있습니다. … 첨단 기술일수록 그에 걸맞은 첨단의 생명윤리를 갖추어야 합니다." (황우석 1, 050522, 본문 235쪽)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황 박사의 연구에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연구의 발목을 잡는 '비애국적 행위'로 매도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맹목적 태도야말로 외려 황 박사의 연구를 '불량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황우석 2, 051115, 본문 236쪽)

"이 사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생명윤리와 연구윤리의 위반에 있습니다." (황우석 7, 051223, 본문 244쪽)

"한 바탕 꿈은 지났고, 이제 현실감각을 되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황우석 8, 060113, 본문 246쪽)


과도한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는 자칫 이성을 잃게 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더군다나 정보의 홍수 세상을 사는 다매체, 다채널의 시대 속에서 때때로 갈팡질팡하게 되기도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당최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해질 때도 있고, 아예 한 마디의 전망도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불분명해질 때도 있다.

특히 어떤 거대한 목소리에 짓눌리거나 일방적인 흐름 속에 갇혀버릴 경우 진실의 목소리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만큼 사회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일이 곧 그 사회의 건강함일 것이다.

'민족주의'에 대한 지은이 진중권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일본의 과도한 우경화는 일본의 모자라는 민주화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모든 일본인을 '민족'으로 묶어 싸잡아 비난할 게 아니라, 우경화와 역사 왜곡의 일차적 희생자는 일본인들 자신이라는 관점에 서서, 역사를 왜곡하는 우익에 맞서 싸우는 일본의 민주세력과 연대"할 것을 그 해결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일본의 민족주의 광풍에 우리까지 민족주의로 맞설 필요는 없겠지요.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었다는 어느 티벳 승려의 얘기가 생각나는군요. 티벳 독립운동을 하다가 13년 동안이나 중국의 감옥에 갇혀 있던 이 승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가장 두려웠던 것은 중국인들에 대한 동정심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무서움'이라는 검색어를 열고 들어가 보니 '교육' 얘기였다. 아이에 대한 교육비 부담에도 오히려 교육비를 줄이기보다는 아이 낳는 것을 조절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말이었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공포'라 할 만도 하다.

"애가 하나만 있어도 1년에 1천만 원이 넘는 마당에 애가 둘이면…, 이러니 어디 무서워서 애를 낳겠습니까?"

'리플'의 악플 이면에 이념적 잔인성이 있음을 쏘아붙이기도 하고(74∼75쪽), '자본'의 이중적 잣대를 꼬집기도 하며(181∼182쪽), '전통관습'의 맹점을 비꼬기도 한다(188∼189쪽).

진중권은 서문에서 "앞으로 공적인 성격의 글쓰기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속내를 밝힌다. 무엇이 침묵하게 하는지는 짐작이 갈 만도 하지만 침묵이 너무 오래가지는 않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진중권 / 펴낸날: 2006년 7월 20일 / 펴낸곳: 새움 / 책값: 1만원


첩첩 상식 - 진중권의 시사 키워드 사전

진중권 지음, 새움(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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