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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서민들은 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세금으로 굴러가는 고위 공직자들의 전용차는 갈수록 최고급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5만8천여 대에 육박하는 전국의 관용차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에 제안된 '관용차를 경차로'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녹색교통운동,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동 기획해 특집기사를 내보냅니다.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 간다'는 제목의 이번 기획을 통해 정부의 관용차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시민사회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기획기사가 연재되는 기간 동안 네티즌들의 제보를 받아 이를 기사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관용차를 타는 공직자들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입니다. 부적절한 관용차 운용 실태를 목격한 네티즌들의 많은 제보와 이 사안에 대한 많은 의견 바랍니다. <편집자주>
▲ 3800cc의 그랜저L330 TOP. 이형구 의왕시장은 지난 6월 이 차를 구입해 경기지역 단체장 중 최고급 관용차를 사용하고 있다.

누구 차가 더 크고 좋은가?

장·차관 등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고급 전용차 경쟁에 일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들도 가세하고 나섰다. 고유가라는 어려운 경제 현실과 낮은 지방 재정자립도에도 세금을 아끼려는 노력보다 너도나도 '크고 좋은 차' 타기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영순(민주노동당) 의원실이 지난 4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34개 기초자치단체가 보유한 전용차량 수는 739대. 이 가운데 71대(9.6%)가 배기량 2500~3500cc의 대형 고급 승용차였다. 이들 대형 관용차량의 평균 구입 가격은 2500~3000cc급이 3327만 원, 3000~3500cc급은 5281만 원 수준이다(기사 하단 분석표 참조).

이와 함께 전국 16개 시·도는 지난 2003년 행자부의 전용차 제한규정 폐지 이후 전용차 규정을 기존 2500cc 미만에서 2000cc 이상으로 고쳤으며, 이 중 인천과 제주를 제외한 14개 시·도가 차량을 교체했다.

또 234개 시·군·구 가운데 87%인 204곳이 전용차 규정을 상향조정하거나 차량을 대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21곳은 규정도 없이 대형차로 바꿨고, 9곳은 규정을 어기고 대형차로 교체했다. 규정과 차량을 바꾸지 않은 자치단체는 29곳(12.4%)에 불과했다.

경상남도, 7000만 원짜리 승용차 구입했다 매각 해프닝

▲ 7000만 원을 들여 고급 전용차를 구입했다 매각하는 해프닝을 벌였던 김태호 경남도지사(자료사진).
경상남도는 지난 1월 내구연한이 반 밖에 되지 않은 차가 있는데도 7000여만 원을 들여 김태호 지사의 전용 차량을 구입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이 쏟아지자 매각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기존의 지사 전용차량이었던 다이너스티(3000cc)가 2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7000여만 원을 들여 3500cc급 최고급 에쿠스 승용차를 구입한 것. 당시 구입한 에쿠스는 냉난방이 되는 통풍 시트에 안마기는 물론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받침대까지 설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최고급 전용차 구입 사실이 알려져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경상남도는 에쿠스를 매각했고 김태호 도지사는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에쿠스 구입에 대해 말들이 많아 곧바로 매각 처분했다"며 "매각대금은 구입금액에 근접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김 지사는 기존에 이용하던 다이너스티(3000cc) 승용차를 다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남도의 재정자립도는 29.8%였다.

경상남도는 지사뿐만 아니라 행정·정무부지사도 대형 승용차인 2500cc급 그랜저XG를, 경상남도의회 의장은 3000cc급 다이너스티를 전용차로 이용하고 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중형차인 SM5를 타다 지난 7월 2800cc급 체어맨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진석규 함안군수와 전영수 함안군의회 의장도 지난 8월 사용기한이 지난 기존의 중형 전용차를 대형 체어맨(2800cc)으로 바꿨다.

자치단체장은 대형차를 좋아해~

울산시는 박맹우 시장과 김철욱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중구청장, 울주군수와 울주군의회 의장 등이 3000cc급 대형 전용차(다이너스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장 2명과 남·북구청장, 중구의회 의장이 2500cc급 전용차를 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이너스티(2500cc)와 에쿠스(3500cc)를 사용하고 있다. 원래 '서울시관용차량관리규칙' 차량정수기준에 따라 다이너스티를 전용차량으로 배정 받았지만, 의전용인 에쿠스와 함께 이용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이명박 전 시장의 재임 시절인 2003년과 2002년 각각 구입한 것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물림해 쓰고 있는 것. 서울시 부시장 3명은 지난 2004년 구입한 체어맨(2300cc)을 이용하고 있고, 서울시 의회 의장은 3200cc급 체어맨을 타고 있다.

이영순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기초자치단체인 성동·동대문·서초·강동구청장과 동대문·중랑·양천·강서·서초·강동 등 구의회 의장들도 2500cc급 대형 전용차를 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에서 최고급 관용차를 사용하고 있는 단체장은 이형구 의왕시장. 이 시장은 지난 6월 3800cc급 그랜저TOP을 구입, 전용차로 쓰고 있다. 수원시도 지난해 김용서 시장 전용차량을 체어맨(3200cc)으로 바꿨다. 또 홍건표 부천시장의 3300cc급 그랜저TG를 비롯해 고양·파주 시장 등 6군데 경기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3000cc급 이상의 전용차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 22.4%였던 강원도는 올해 김진선 지사의 전용차를 체어맨(3200cc)으로 교체했다. 지금까지 동급의 승용차를 이용했지만 사용연한이 지나 바꿨다고 강원도는 설명했다.

강원도는 이미 지난 2003년 6월 의전용으로 동급의 승용차를 구입해 현재 김 지사의 전용차와 의전용 3대 등 관용차 4대 모두가 체어맨이다. 부지사들도 지난해 8월과 10월 그랜저TG(2656cc)로 바꾼 상태다.

충청북도 사정도 비슷하다. 정우택 지사와 오장세 시의회 의장이 3200cc급 체어맨을 관용차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주시장과 제천시장, 옥천군수 등이 2800~3000cc급의 대형 관용차를 사용하고 있다. 충청북도의 지난해 재정자립도는 25.2%.

11.9%로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라남도 도지사의 관용차는 대형이다. 박준영 지사의 전용 승용차는 3200cc급 체어맨. 전라남도는 박 지사의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03년 12월 체어맨을 구입했다. 전북 익산·김제시와 완주·고창군 등이 단체장 관용차량을 고급 차종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단체장의 대형고급차... 거리에 뿌려지는 국민 세금

이처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용차를 대형 고급 승용차로 바꾸는 것은 빗나간 권위의식과 허영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다 행정자치부가 '관용차량 제한규정'을 폐지하고 자치단체 자율에 맡긴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3년 7월 행정자치부는 관용차량 제한 규정을 없애고 지방자치단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지방의회의 조례로 제정하되 단 ▲차량 등록일로 5년 경과 ▲주행거리 12만Km 경과 ▲차량 사고로 인해 수리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등으로 관용차량 교체 기준을 제시하고 준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편법으로 관용차를 교체하고 있는 실정.

지난 7월 민선 4기가 출범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은 전임 단체장의 차량을 대물림해 사용하거나 새 차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대형 고급 차량이기 때문에 유지비용 등이 만만치 않게 든다. 그만큼 시민들의 세금이 거리에 뿌려지는 셈이다.

하남시장, 전용차 대신 직원 업무용 경차 구입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임 단체장의 차량을 그대로 쓰거나 사용연한을 훨씬 넘긴 전용차를 사용하는 단체장들도 있다.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은 지난 2001년 구입해 이미 사용연한 5년을 넘긴 엔터프라이즈(2500cc)를 이용하고 있다. 김 시장은 올해 새로운 전용차를 구입할 계획을 세웠다가 '특별한 이유'로 새차 구입을 미루고 기존 승용차를 수리해 타고 있다.

새차 구입에 드는 예산으로 직원들의 현장 업무에 쓰이는 경차를 구입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최근 하남시는 5700여만 원을 들여 경차 6대를 구입, 직원들의 현장 지원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손학규 전 지사가 타던 체어맨(3200cc)을 전용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4년 1월 구입한 김 지사 승용차는 현재 주행거리가 16만6000Km를 넘었다. 관용차관리규칙상 12만km 이상이면 사용연한(5년)에 관계없이 교체가 가능하지만 김 지사 측은 아직 새 차 구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청장은 구입한 지 8년 1개월 된 2000cc급 중형 마르샤를, 이재근 경남 산청군수도 8년이 넘은 SM5(2000cc)를 전용차로 타고 있다.

지방단체관용차 분석(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 2006.4)
지역2000
cc
미만
2000cc
이상
2500cc
이상
규정없이
2000cc
이상
기타

규정
어기고 대형

비고

강원광역  강원도        
기초  횡성, 동해, 원주, 양양, 평창, 철원, 속초, 고성강릉, 춘천, 화천, 양구, 영월, 태백, 홍천, 인제    정선, 삼척홍천 미제출
고성 미제출
경기광역  경기도         
기초    하남시, 성남시, 의정부, 평택시, 구리시, 고양시, 광주시, 연천군, 안성, 남양주시, 시흥시, 양평군, 김포시, 양주, 포천시, 부천시, 광명시, 여주동두천시, 이천, 안양, 안산, 용인, 가평군포,의왕시(의장) 과천, 화성*3500cc 미만 수원
*3000cc 미만 오산
*2500cc 이상 파주
    
경남광역  경상남도          
기초창녕, 남해, 하동,마산, 진주, 진해, 김해, 양산, 합천, 거제, 함양고성,산청  *2500cc 이상 창원
*3000cc 미만 통영, 밀양, 함안, 거창
사천, 의령밀양시장의장 2972cc
경북광역  경상북도        도지사3199cc 의장3199cc
기초경주, 영천, 상주/td> 안동, 구미, 영주, 문경, 경산, 포항김천, 영양, 영덕, 청도, 성주, 칠곡, 예천, 봉화, 울진군위, 의성,고령, 청송,울릉포항  경산시장 3342cc

광주

광역  광주시          시장 2972cc 의장 2500cc
기초남구광산구, 북구, 서구, 동구      광산구(청장2295cc, 의장2656cc)
대구광역  대구시         
기초      중구, 서구, 남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동구  달성군(2498)남구의장만, 청장은 9년타고있음
대전광역  대전시                시장 3342cc
기초  서구, 대덕구, 유성구, 중구  동구    동구청장3342cc
부산광역  부산시        시장,의장 3199cc
기초  사상구, 수영구, 기장군강서, 해운대, 연제, 금정, 사하, 남구, 동래, 중구, 영도, 북구부산진, 동구, 서구    연제구청장2497cc
서울광역 서울시         
기초강남, 성북, 광진, 종로, 금천, 구로강동구, 송파구, 은평구, 영등포구, 강서구, 서대문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용산구, 성동구, 중구, 동작구관악구양천구  서초구, 중랑구, 마포구, 동대문구강서, 서초의장 2659cc 동작구미제출
울산광역  울산시          
기초  동구, 중구, 남구, 울주북구        
인천광역  인천시          
기초계양, 동구서구, 강화군, 남구, 남동구, 연수구, 중구    옹진(의장)부평 별지없고 2000cc미만  남구의장2656cc
전남광역  전라남도              도지사3199cc 의장 3497cc
기초나진, 화순, 강진, 진도, 광양, 나주,고흥해남, 영암, 목포, 완도장성, 영광, 함평, 순천, 담양, 보성, 장흥, 구례, 신안, 여수  *2700cc 미만 곡성군  곡성군수2656cc 광양시미제출 나주시미제출
전북광역  전라북도           
기초순창임실, 무주, 진안전주, 군산, 정읍, 장수, 익산, 김제, 부안, 완주남원, 고창   남원시장2874cc
제주광역  제주도       도지사2497cc
기초북제주군, 서귀포시제주시남제주군       
충남광역  충청남도       
기초천안,논산,예산, 태안공주, 연기아산, 서산, 금산, 부여, 서천, 청양, 홍성, 당진보령, 계룡    계룡시장 2493cc
충북광역  충청북도       도지사3199cc 의장3199cc
기초  제천, 영동, 옥천, 보은, 청원, 청주, 충주, 단양, 음성, 괴산, 진천, 증평       옥천군수2972cc
* 광역시도 16곳 * 기초자치구군 234곳
* 광역시도 16곳 전체가 2500cc 미만차량에서 2000cc이상으로 규정변경, 14곳이 차량도 교체
=광역시 규정은 100%상향, 차량교체율은 87.5% (인천,제주만제외)

* 기초자치구 234곳 중 5곳 차량현황 미제출, 229곳 분석,
229곳중 차량배기량을 실재상향조정한곳; 128개(55.4%), 대부분 규정개정이후 차량교체시기 미도래.

*기초자치구중 배기량표 확인한 곳(212곳)
규정을 상향조정한곳 174곳(전체234개지자체의 74.3%, 배기량규정확인된 212곳중 82.0%)
규정을 바꾸지 않고 차량도 바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곳 29 (전체234개지자체중 12.4%)
규정없이 대형차이용한 곳: 21개
규정을 상향하지 않고 차량만 교체한 곳9곳
==규정을 상향하거나 실제 차량을 대형화한 지자체(174+21+8= 203개로 전체 234개지자체중 86.7%)

*규정상향하지 않고 차량만 교체한 곳: 9개(강원도-정선, 삼척, 경남-사천, 의령, 대구-달성군, 서울-서초구, 중랑구, 마포구, 동대문구)

ⓒ 오마이뉴스 고정미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는 최근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관용차 현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오마이뉴스는 5·31 지방선거 이후 자치단체의 관용차 현황이 추가로 집계되면 이를 자세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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