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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을 오가다 보면 사람들을 자주 태우게 된다.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혼자 타고 가는 게 미안해서 손을 들든 들지 않든 태워준다. 시골어른들과 군인들이 대부분이다. 경북 경주시 양남 네거리를 지나기 전까진 어른들을, 네거리를 지나 울산까지는 군인들을 주로 태운다.

어른들은 평일엔 보이지 않고 거의 장날에 나온다. 원래는 버스를 타려고 나온 모양이나 한두 시간 전에 미리 나와 있다. 그래서 '왜 그리 일찍 나오느냐'고 여쭌 적이 있는데, 대답은 '그냥'으로 끝난다.

아마 시골사람들은 기다림에 이골이 나서 그런 대답이 나왔으리라. 그러니 지나가는 승용차가 태워주지 않는다면 버스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 시골길을 오가는 버스
ⓒ 정판수
그런데 최근 들어 중학생들을 태워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에도 가끔 이용하던 애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애는 내가 보기에도 좀 게으른 것 같았다. 그래서 버스 시간에 맞춰 나오지 못해 놓쳐 몇 번 태워준 적이 있었다.

한 달 전부턴가 다른 애 한 명이 손님으로 더해졌다. 작년에 한 번 태워준 적이 있을 뿐 그동안 본 적 없었는데…. 첫인상이 성실해 보여 기억 속에 들어 있던 애인지라, 물어보니 버스를 놓쳤다는 것이다. 오늘처럼 늦게 나와 버스를 놓친 경우도 있지만, 어제는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버스가 가버려 놓쳤다는 것이 그 아이의 말이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하지만 가끔 시간을 지키지 않기도 하며, 아주 드물지만 빠져서 말썽이 된다. 전에 한 번 차를 집에 두고 나갈 일이 있어 버스를 탄 김에 기사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원인을 알게 됐다. 출발지가 15분쯤 떨어진 입실이 아니라 한 시간이나 떨어진 경주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주라? 혹 출근길에 경주 시내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막히면 늦어지고, 막히지 않으면 빨라지니 문제가 생긴다는 것. 원래는 오전 7시 20분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경주부터 늦어지면 자동으로 이곳에서도 늦어지고, 거기서 빨라지면 이곳에서도 빨라지는 것이다.

사실 장에 가는 어른들이나 퇴근길의 군인들(상근예비역들로 야간에 초병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이들)은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으니 느긋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다르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 안에 가야 한다. 내가 교사이기에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안다.

만약 자습시간 전에 들어가지 못해 지각하면 선생님께 야단맞을 게고, 아이들 보기에 창피를 당할 게다. 그런데 이런 게 아이들의 게으른 습성으로 인한 잘못이라면 애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노선버스로 하여 이런 일이 생긴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 버스를 놓치고 승용차에 손 흔드는 학생들
ⓒ 정판수
전에 버스기사에게 이런 얘길 했더니 자기들도 그런 점을 알기에 애를 쓴다고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니.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건 등교 시간대에 운영하는 버스만은 멀리 경주에서 출발하는 차가 아닌 입실에서 출발하면 된다는 것. 그렇지만 그것은 버스회사에서 결정할 사항이기에 기사 혼자만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버스가 고장이 나거나 피치 못할 일이 생겨 빠지는 경우도 있음을 얘기하면서 그럴 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곳 말고도 시골을 오가는 노선버스나 마을버스는 다 그런 실정이리라. 그러나 제 시간에 오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을 과연 버스회사 사장은 알고 있을까? 아니 시·군·면 행정책임자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은 알고 있을까. 또한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알고 있을까?

어제오늘 등굣길에 만난 아이들의 모습이 이곳 도시에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져 쉬 떠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삽화는 현대청운중학교 근무하시는 김태현 선생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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