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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골프 파동의 주인공 중 한명인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록 '국지전'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무력충돌도 불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공 의원의 육성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공성진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우리 정부가 적극 참여할 경우)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상에서도 국지전이 전개될 개연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통을 인내하면서 국제사회와 일치된 제재에 참여하는 것이 긴 안목으로 보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혜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공 의원은 "전에도 서해교전이나 연평해전 같은 것이 있었고 동해안에서 잠수함을 통해 무장공비들이 나타나 국지전이 있었다"며 "지난 50년간 한반도의 상황이 그런 형태로 지속돼 왔고 그래서 완전한 평화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PSI 적극참여는 전면전 발발 가능성을 급격히 높여

공 의원의 말을 정리해 보면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PSI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서해교전이나 연평해전 수준의 국지적 충돌은 감수해야 한다"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공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PSI에 적극 참여해 북한을 압박한다고 해서 '북한 핵사태'가 평화롭게 해결되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

이미 북한은 미국 등이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수색 등을 감행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평상시의 북한으로서도 선박 수색을 수용하기 힘든데 긴장이 최고도에 달한 지금 감행하겠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보듯 뻔하다.

또한 PSI는 국제법상의 근거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핵무기를 해외로 수출하거나 핵무기 제조기술을 제3국 혹은 테러단체에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지도 않다.

이렇듯 효과가 지극히 의심스럽지만, PSI에 대한민국이 적극 참여하면 피해는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마 공 의원은 대한민국이 PSI에 적극 참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북한과의 무력 충돌 수위를 이전에 있었던 서해교전이나 연평해전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는 전혀 다르다.

99년에 있었던 연평해전이나 2002년 벌어졌던 서해교전은 우발적인 성격이 강했고 규모도 작았다. 물론 연평해전 당시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남북한간에 긴장감이 조성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북한 핵실험 사태와 비교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이미 북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PSI를 사실상 북한에 대한 해상 및 공중봉쇄로 여기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이 PSI에 적극 동참하여 북한 선박을 수색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북한이 이를 무력으로 저지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대한민국도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다시 북한 측의 강한 무력 대응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렇듯 남북 어느 일방의 무력사용은 그 속성상 상대방의 더 강한 무력사용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남북한간의 잦은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휘발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성진 의원은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PSI참여가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이 문 닫을까 걱정스럽다

공 의원은 문제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여론조사를 하다보면 우리 국민은 무력충돌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하자 "그렇다고 해서 불량학생이 칼까지 쥐어들었는데 이 칼에 맞을까봐 전부 다 쉬쉬하고 숨어다닌다면 그런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북한 핵사태'를 바라보는 공 의원의 인식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위에서 공 의원은 북한을 '불량학생'으로 핵무기를 '칼'로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더 정확히는 북한 지도부가 국제사회의 불량학생일지는 모르지만 바보는 아니다. 심지어 불량학생이 칼을 쥐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텐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 실험을 하는 데 까닭이 없겠는가?

주지하다시피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을 한 이유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물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미국과의 국교정상화이고, 북한이 미국에 줄 수 있는 선물은 핵개발 포기이다.

따라서 북한 핵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각종 대북 제재가 그 열쇠가 아님은 물론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공 의원은 북한을 '칼을 쥔 불량학생'으로 묘사하면서 "이에 굴복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럴 바에야 학교 문을 닫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핵 사태의 원인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위험천만한 해결방안을 용감하게 내세우고 있는 공성진 의원! 이러다 정말 대한민국이 문을 닫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 블로그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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