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국면에 들어섰던 장항갯벌 매립 논란이 노무현 대통령이 전격 현장을 방문한 이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휴일인 지난 달 29일 낮 12시 경 50여명의 수행원과 함께 충남 서천군을 방문했다. 나소열 서천군수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오찬 후 장항갯벌을 2시간 이상 확인한 후 귀경했다.
나 군수는 1일 아침 대전MBC 라디오 <시대공감>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장항갯벌 매립과 관련한 3차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지연돼 지난 주 노 대통령을 찾아뵙고 (갯벌매립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다"며 "대통령께서 보고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이 있고 궁금하다며 현장을 가보겠다고 해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노 대통령의 장항갯벌 방문이 나 군수의 청와대 면담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나 군수는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 특별보좌역과 2001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무보좌역을 역임하는 등으로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있어왔다.
나 군수는 "노 대통령이 직접 장화를 신고 갯벌로 들어가 도구를 사용해 3곳을 파보았으나 조개가 나오지 않아 매립 예정지구안에는 조개가 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현장을 확인한 후 '서천군민이 일방적 정책의 희생물이 되면 안 된다' '인접한 전북 군산과 균형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 '장항산단 조성이 중단될때는 명확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추진여부는 서천군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의미 있는 발언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지역 환경단체 "대통령 방문 이용해 갈등 부추겨"
나 군수는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조속한 매립개발을 건의해온) 저의 뜻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나 군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어민 보상은 이미 완료됐으나 대체어장 및 한정 어업면허를 발급 하는 등의 추가피해보상 문제를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군수는 하루 전인 31일에도 지역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여길욱 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노 대통령의 현장방문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현장방문시 갯벌매립에 반대 입장을 가진 어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를 배제시키고 한쪽 입장만을 주로 청취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군수와 서천군이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장항갯벌을 매립, 개발을 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양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하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강 하구 북쪽의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서쪽에 이르는 374만여평 규모의 매립예정지(새만금 북쪽 10km 지점)는 17년 전인 지난 1989년 장항 군산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계획됐다. 이후 사업추진이 미뤄지다 지난 2004년부터 사업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 현재 3차 협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