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매립예정지 북쪽 끝지점인 매바위 부근에서 본 장항갯벌
매립예정지 북쪽 끝지점인 매바위 부근에서 본 장항갯벌 ⓒ 오마이뉴스 심규상
장항읍내에 내걸린 '조기착공' 촉구 현수막
장항읍내에 내걸린 '조기착공' 촉구 현수막 ⓒ 오마이뉴스 심규상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에는 금강 하구내 유일한 갯벌인 장항갯벌 매립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나소열 서천군수는 25일 오후 2시 충남도청 기자실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서를 통해 "정부일각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놓고 주민 숙원과 현지실정을 무시한 채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장항국가산업단지의 조속한 착공을 촉구했다.

금강 하구 북쪽의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서쪽에 이르는 374만여평 규모의 장항국가산업단지는 17년 전인 지난 1989년 장항 군산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계획됐다.

이후 사업추진이 미뤄지다 현재 환경영향평가 협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도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대로 착공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사업지구가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며 입지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벌이는 등 제동을 걸 조짐을 보이자 두 자치단체장이 나선 것.

지방단체장 "오염된 장항갯벌 매립하고, 대체갯벌 만들자"

이 지사와 나 군수는 "이 사업은 새만금이나 시화호 개발계획 이전에 확정된 사업으로 군산지구는 이미 업체가 입주해 가동 중인 단계에서 장항지구의 착공을 지연된 것은 국가정책의 일관성이나 균형발전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사업예정지가 오염과 토사 퇴적으로 갯벌의 가치를 잃어 인구마저 급감했다"며 "주민이 떠난 후 오염이 가중돼가는 갯벌을 고수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건전한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한 "전체 면적의 10%인 37만평에 생태공원과 유부도 일원을 야생동식물 지정을 통한 해안생태계 보호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호안도로 외곽에 새 대체갯벌을 만든다면 이는 현 갯벌의 보전보다 지속가능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후 해양수산부에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필요성을 거듭 건의하는 등 조기착공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 지사는 "장항산업단지가 좌절된다면 앞으로 금산·논산 등 서남부권 개발에도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각종 개발사업시 전문가와 환경단체로 환경성검토협의회를 구성해 사전환경성 검토에 철저를 기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계획돼 있는 장항산업단지만큼은 반드시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왼쪽)와 나소열 서천군수(가운데)가 장항국가산업단지 합동 성명서를 통해 조기착공을 촉구하고 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왼쪽)와 나소열 서천군수(가운데)가 장항국가산업단지 합동 성명서를 통해 조기착공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지역 어민-환경단체 "장항갯벌은 동아시아 최대 철새월동지역"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들과 지역 어민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환경운동연합 전국 사무처장단 및 서천군어민회장, 비인어촌계장, 서천군 김양식협회장 등 50여명은 지난 21일 서천군금강환경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장항갯벌은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등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 월동지역이고 다양한 바다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갯벌매립 정책을 즉각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남해안 갯벌 생태계 대부분이 간척 등의 개발로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장항갯벌은 보전상태가 양호하다"며 "새만금에서 북쪽으로 불과 1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다시 매립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반환경적이고 지역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참석 어민들도 "갯벌의 주인인 어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도 지역 정치인들이 어민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해수부 등에 갯벌매립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해수부도 부정적... 갯벌 전문가 "새만금보다 생물종 많다"

장항국가산업단지 사업예정지
장항국가산업단지 사업예정지 ⓒ 심규상
서천군 장항읍·마서면 일대에 조성되는 장항국가산업단지는 1989년 군산지구와 함께 국가산업단지 지정되었으나 착공이 지연됐고 지난 2004년부터 사업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국립환경정책평가원 등 국가기관들은 생태계파괴를 우려하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환경영향평가 검토협의회 등을 통해 "사업지구는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갯벌이 잘 발달돼 있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며 "갯벌매립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 훼손은 물론 해양환경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지난해와 올해 초 잇단 환경영향평가 검토협의회를 통해 "갯벌 매립시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되고 우수한 자연경관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주변 해양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한일공동갯벌조사단원인 사토 신이치 박사도 올초 매립예정 부지인 마서면 죽산리 갯벌의 생태조사를 통해 "새만금 갯벌보다 생물종이 많다"며 "갯벌을 매립하려는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새만금에서 세계 신종 조개류를 발견·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갯벌 전문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