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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근무하는 곳에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4~6세의 어린이들이 약 60여명 정도 됩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있어 참으로 좋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속상한 것은(?) 제가 아이들에게 '망태아저씨'로 불린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군기반장도 겸하고 있으니 아이들의 입장에선 제가 망태아저씨로 보이나 봅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는 인사도 잘하고 말썽도 부리지 않는데 제가 없을 때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저를 "망태아저씨"라 칭하여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몇 번의 효과를 본 듯 합니다. 망태아저씨라는 호칭이 듣기에 따라 틀리겠지만 그래도 인사 잘하고 열심을 보이려는 아이들에게 망태아저씨라 불려도 저는 좋습니다. 아이들과의 간격이 좁아지는 듯해서 말입니다. 항상 주머니에 사탕을 갖고 다니며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니 아이들이 다투어 인사를 합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창밖으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놉니다. 따스한 햇살아래서 이리저리 뛰면서 추위도 잊고 미끄럼과 시이소도 타며 참 열심히도 노네요.

나도 어린시절 저러고 놀았는데,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께 새집다오 하는 두꺼비집 놀이 하며 고무신에 모래를 담고 붕붕거리며 놀았었는데……. 상념에 잠겨있는데 한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 저에게 말을 합니다.

"망태아저씨 모래 속에서 누가 피아노를 쳐요."
"모래 속에서 피아노를 친다고?……"

저는 요즘 아이들은 참으로 상상력도 풍부하구나 하며 그 아이의 손에 사탕하나를 주고 그 말을 흘려 버렸답니다. 퇴근 무렵입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실장님! 혹시 사무실에 누가 휴대폰 맡겨 놓은 것 없나요?"라고 묻습니다. "없는데요" 하는 저의 대답소리에 전화 하신 분의 한숨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립니다.

오전에 사무실에 오셨다가 휴대폰을 분실하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여러 거래처 전화번호 등이 많은데 하며 걱정이 대단하십니다.

계속 신호음은 간다면서 다른 사람이 습득한건 아닌 거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혹시나 습득하시면 보관해 달라고 말씀을 하시며 전화를 끊으십니다.

▲ 주인을 만난 모래 속 휴대폰 입니다.
ⓒ 조용민
번뜩 스치는 아이들의 이야기. 점심시간 모래 속에서 누가 피아노를 친다는 아이들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이들이 모래장난 하던 곳으로 가서 전화하신 분의 휴대폰번호를 누르니 아~, 저의 귀에도 모래 속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엘리제를 위하여'입니다. 분명히 저의 귀에도 들렸습니다.

내일은 예쁜 어린이집 아이에게 사탕과 더불어 칭찬을 하나 가득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바로 이해 하지 못하는 조금은 계산적이고 타산적인 저의 마음을 정리를 해봅니다.

그런데 누가 휴대폰을 모래 속에 파묻은거야?

덧붙이는 글 | 사이트 시골기차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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