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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삼국지> 저자 임동주씨
ⓒ 이진영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 추진으로 역사 왜곡이 우려되는 요즘, 각 지상파 방송사들마다 고구려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 방영하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MBC <주몽>, SBS <연개소문>, KBS <대조영>이 그것. 더불어 서점가에도 역사소설들이 줄줄이 출간되고 있다. 그 중 지난해(2005년) 1편이 출간된 이후 올해 여름까지 총 11편으로 완간된 <우리나라 삼국지>란 소설이 눈에 띈다. 이외에도 <고구려를 세운 주몽> <발해를 세운 대조영> 등 삼국시대의 위인들을 다룬 인물전들이 뒤를 이어 출간되고 있는데 저자의 이름이 모두 같다. 그는 바로 수의학 교수이자 역사소설가인 임동주씨.

작가 '임동주'. 그의 이력이 흥미롭다.

그는 중동고를 거쳐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고 26세에 '마야무역'이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관상어 전문가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 최초의 관상어학 교수가 되었다. 관상어를 연구하면서 '물' 전문가가 되었고 현재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존경받는 독보적인 관상어 박사로 서울대 초빙교수, 삼육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또 마야무역과 마야출판사 등의 대표로 있다.

16일, '임동주 박사'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마야출판사로 그를 만나러 갔다.

"중국 역사상 철기군은 없었다"

- 최근 근황은 어떤가, 집필 중인 책이 또 있나?
"<우리나라 삼국지>를 완간하고 좀 쉬려고 했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부모와 함께하는 인물전>을 집필하느라 쉬지 못하고 있다."

- <우리나라 삼국지> 저자로서 요즘 방영되고 있는 고구려 관련 드라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역사 드라마들은 역사 고증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MBC <주몽>의 경우, 부여가 서토(중국) 한(漢)나라의 지배를 받은 것처럼 묘사하고 있고, 현토(현도)의 태수라는 자가 부여의 금와왕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현도 태수라 하면 지금의 강화 군수쯤 되는 사람이다. 한나라의 태수 따위가 만주의 패자인 부여왕을 오라 가라 할 수 있겠나?

<주몽>에선 한나라의 군사로 철기군(鐵騎軍)을 등장시켰는데 당시 한나라 군은 두루마기나 걸친 농민병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중국은 역사상 철기군을 가진 적이 없다. 이런 역사 왜곡은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거북선을 이끌고 이순신 장군과 싸웠다고 거짓말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력 246년, 위나라 관구검이 고구려를 침입할 때 동천왕이 철기군을 이끌고 맞섰다는 기록이 있다. 철기군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5권 동천왕편에 처음 등장한다. 철기군은 우리나라의 전매특허였던 것이다.

<주몽>이 다소 공상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드라마로 구성되었다고는 하나, 역사의 고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제작되어 방영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시청할 경우 TV드라마의 내용이 마치 역사의 진실인양 그대로 믿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SBS <연개소문>의 경우 MBC <주몽>과 달리 정통사극을 표방했기 때문에 보다 심각하다. <연개소문> 대본을 쓴 작가는 방영에 앞서 동북공정에 맞선 기획드라마라면서 자신만만해 했으나, '중국 삼국지'를 베낀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아름다운 역사를 저들의 술수에 맞춰서 왜곡하고 있다. 이래서야 과연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음흉한 술책에 맞설 수 있겠나? 우리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훌륭하다. 굳이 저들의 책을 베끼지 않더라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역사다.

이외에도 잘못된 예는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은 서기 696년에 최초로 등장하는 인물인데 597년부터 버젓이 나오고 있는 것과 주인공인 연개소문을 김유신의 하인으로 만드는 등 역사적 고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삼국지가 없다는데 분노해 쓰게 됐다"

-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원작소설을 잘못 선택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드라마 작가들의 일천한 역사지식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 <우리나라 삼국지>관련 학계의 칭송이 자자하다. 그런데 기존 다른 역사학자들의 반발은 없었나? 인터넷상에서 설전이 오고가기도 했는데.
"워낙 탄탄한 고증에 바탕을 두었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상에서의 설전은(웃음) 아직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재되어있는 잘못된 역사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우리를 무능력한 민족으로 호도하기 위해서 우리 역사에 억지로 낙랑군 등 한사군을 끼워 넣었다. 우리 조선은 어차피 중국의 식민지였으니 독립적으로 나라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고, 그러니 일본 천황아래 보호를 받아야한다는 논리인데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이런 논리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 방대한 분량의 역사소설을 기획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시절, <중국 삼국지>를 읽었다. 처음에는 우리 역사책인 줄 알았다. 이후 우리나라에 우리나라 삼국지가 없다는 것에 분노해 고구려, 백제, 신라를 다룬 역사소설을 쓰기로 결심했고, 11년이란 세월을 꼬박 투자해 <우리나라 삼국지>를 완간하게 됐다.

최근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자기네 지방정권이라 하는 등 우리 역사의 머리를 잘라버리려 하고 있다. 그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소위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미래의 역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저들의 작태에 우리 선조의 나라인 고구려가 심지어 중국의 일부가 아닌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한심한 현실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식민사관에 바탕을 둔 역사교육을 받았거나 역사 공부에 매우 소홀했기 때문이다.

중국엔 <삼국지> <초한지> <열국지>같은 다양한 역사소설이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를 통사로 다룬 소설이 지금껏 전무했다. 중국에 <중국 삼국지>가 있고 일본에는 <대망>이 있듯이 문명국이라면 자기네 나라의 역사를 다룬 대하소설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우리나라 삼국지>
ⓒ 마야출판사
- 전공으로 수의학을 택했던 이유가 있나?
"어려서부터 동물을 남달리 사랑했다. 중학교시절, 집에서 한 쌍의 거위를 키웠다. 거위 부부는 유난히 금슬이 좋았다. 어느 날 수놈이 갑자기 죽었는데 이후 암놈은 식음을 전폐하더니 마침내 보름 후 수놈의 뒤를 따랐다. 인간의 사랑보다 숭고한 금수들의 사랑, 그리고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수의학도의 길을 가게 만들었다."

- 수의학 박사, 역사 소설가, 관상어 전문가, 사업가 등 이력이 특이한데.
"내 좌우명이 '빨리 배우고 열심히 하자'다. 학문이나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정도를 걸어야 한다. 정도를 걸으며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은 없다. 내가 바쁜 와중에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시간을 잘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밤에 글을 쓴다. 낮에는 전화 받으랴, 뭐하랴 해서 좌정해 글을 보거나 쓸 수가 없다. 주로 새벽 2시부터 6시까지는 꼭 책상에 앉아있다. 잠은 초저녁에 조금 자고 낮잠도 한 두 시간 잔다. 글 쓰는 재주야 독자들이 평가하겠지만 글 읽는 재주는 남보다 조금 뛰어나다. 책을 매우 빨리 읽는 편이다."

"'스스로 비하하는 역사관'이 가장 큰 문제"

- '역사바로잡기 대장정'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알고 싶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하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우리나라 삼국지>의 출간으로 이미 어느 정도 되었다고 본다. 문제는 더 많은 독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이 책을 읽고 잘못된 식민사관에서 탈피했으면 하는 것이다. 아쉬움은 있지만 가르치는 역사 교과서도 식민사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의 '스스로 비하하는 역사관'은 여전히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바뀌므로 역사 교육의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둡고 수치스러운 그림자가 아직도 우리 언저리에 있어서 참 안타깝다. 우리가 광복을 한 지 벌써 60년이 흘렀다. 제발 이제라도 극악한 식민사관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체성을 지켜야 한다.

11년에 걸쳐 <우리나라 삼국지>를 집필하면서 많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우리 역사를 혐오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우리 역사를 비참하고 슬픈 역사라고 여기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껏 우리가 식민사관에 의해서 날조된 역사를 배워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결코 비굴하고 슬픈 역사가 아니다. 특히 우리 역사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는 당당한 삶을 살았던 역사다. 그 어느 나라의 역사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아주 뛰어난 문화와 문명을 가지고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자랑스런 역사다.

대입에서 논술의 비중은 커져가고 있다. 사실 논술은 우리 대입시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회생활에서도 필수이며 외국의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논술 실력을 늘리는데 우리나라 역사소설만한 것이 없다."

4000여 쪽에 달하는 임동주의 <우리나라 삼국지>에는 BC57년 박혁거세가 신라를 창업한 후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서로 나라를 정립해 나아가며 발달해가는 과정이 철저한 고증과 더불어 일목요연하게 묘사되어있다.

작가는 중국의 삼국인 위·촉·오의 역사가 고작 60년도 채 안 되는데 반해 800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삼국사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리의 뿌리를 대중들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임동주. 그는 여러모로 가진 것이 많다. 첫째, 그의 뇌는 부러우리만큼 각종 전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매특허권 같은 지식으로 가득하다. 둘째, 그는 이과(理科) 전공자로서 소홀히 하기 쉬운 글 솜씨까지 가지고 있다. 이미 대학 재학 시절부터 글 솜씨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셋째, 그는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편하게 주변과 나누고 사는 여유로운 마음의 소유자다. 게다가 의외로 소탈해서 더욱 매력적이다.

나는 임동주 작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소중한 것 한 가지를 챙겨왔다. 바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다.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 편히 살아도 될 임동주 교수는 오랜 세월 밤을 새워가며 우리나라 역사의 고증에 돈과 시간 그리고 열정을 바쳤다. 그는 지금도 우리 역사의 철저한 고증을 위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이 한 마디에서 증명이 된다.

"잘못된 역사는 바로 잡아야한다. 남들이 안하면 나라도 한다. 그것이 우리와 우리 후손을 위하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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