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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9일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지난 11월 17일 <우리나라 삼국지>의 저자 임동주 선생 인터뷰 기사에 감동을 받았다는 <오마이뉴스> 독자에게서 새로운 제보를 받았다.

최근에 역사연구가이자 중견 소설가인 황원갑 선생의 책이 재발간되었는데 그분의 소식이 궁금하니 알아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황 선생의 인기나 신뢰도는 참으로 놀라울 정도였다. 곧바로 메일을 띄워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분을 만났다.

@BRI@작년 TV드라마 등으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즈음에 황 선생의 <부활하는 이순신>이 출간되었다. 초판은 비상한 인기 속에서 곧 매진이 되었으나, 출판사 대표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출판사가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고, 황 선생의 <부활하는 이순신>은 더는 찍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올해 마야출판사의 임동주 대표와 만나게 되어 최근 마야출판사에서 재판 출간을 하게 됐다.

마야출판사라하면 바로 <우리나라 삼국지>의 저자이자 서울대 수의학과 초빙교수인 임동주 박사가 운영하는 출판사이다. 뭔가 낌새가 수상하다. 필자가 지난번에 인터뷰했던 임동주 교수와 역사연구가이자 중견 소설가인 황원갑 선생과의 만남이 어쩐지 '찰떡궁합'같은 강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잠깐 황원갑 선생의 이력을 살펴봐야 하겠다.

1945년 강원도 평창 출생, 1966년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3년 신동아 논픽션 당선, 1981년~2002년 한국일보, 서울경제신문 기자, 문화부장 역임, 저서 <비인간시대>, <역사인물기행>, <민족사의 고향을 찾아서>, <고승과 명찰>, <인물로 읽는 한국 풍류사>, <한국사를 바꾼 여인들>, <민족사를 바꾼 무인들>, <부활하는 이순신>, 장편소설 <머나먼 귀로> 등이 있고,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한국문인협회, 대한언론인회, 단군학회 회원, 한국풍류사연구회 회장으로 있다.

독자에게 걸려온 제보 전화

▲ 역사연구가 황원갑 선생
ⓒ 이진영
- 선생님의 근황, 집필 중인 저서가 또 있는지.
"지금은 역사소설집 <나를 여왕이라 부르라>를 집필하고 있다. 내용은 제목으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우리 역사를 빛낸 걸출한 여인 10여 명의 일대기를 소설화하는 작업이다. 이 소설집은 우리 역사에서 획기적 자취를 남긴 출중한 여걸들의 탁월한 리더십과 여성 파워를 다시 보여주는 데에 의도가 있다.

주인공은 허황옥, 선덕여왕, 평강공주, 황진이, 논개처럼 유명한 인물뿐만 아니라, 우씨황후, 한주, 미실궁주, 천추태후처럼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여걸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읽기 쉽게 쓰고 있으므로 역사공부와 더불어 읽는 재미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성의 정치적, 사회적 위상이 갈수록 높아가는 최근 추세에 비춰볼 때 여성 독자들에게 시사해주는 교훈도 클 것이라 생각한다."

- <부활하는 이순신>이 다시 출간되었으나 그동안의 공백 기간이 궁금하고 아쉽다는 생각인데.
"불행하게도 작년에 책이 나오자마자 출판사가 부도가 났다. 출판사 대표도 불의 사고로 세상을 떴다. 집필에만 무려 2년 동안 노력을 투입한 책이었다. 너무 허탈해서 낚시를 다니며 소일하다가 임동주 교수를 만나 <부활하는 이순신> 재판을 찍게 되었고, 또 다른 집필도 간곡하게 권유받았다. 그래서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도 내가 우리나라와 민족을 위해 할 일, 즉 쓸 것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좋은 책을 더 써서 남기기로 한 것이다."

- 들려오는 소식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뭔가 원대하고 당찬 계획이 있다고 하던데.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는 '서북공정'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알다시피 금나라와 청나라의 역사는 우리 선조들의 역사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은 우리 한민족과 사촌 격으로 같은 동이족이라는 말이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부족해 날조하고 강탈해가려는 중국인들의 파렴치한 작태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고구려와 발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한 우리 선조의 나라이다. 어찌 이를 중국인들이 자기네 나라요, 역사라고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는가? 우리 조상들이 지하에서 통곡을 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빼앗기고, 또 우리 자신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무시한다면 우리 자신도 결국은 우리의 후손들로부터 못난 조상이라고 원망 받게 될 것이다.

후손을 생각하더라도 역사 앞에서 죄인이 될 수 없으며, 나는 이런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머지않은 장래에 임 교수 등 뜻 맞는 이들과 힘을 합쳐 <우리역사지키기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구체적인 세부계획은 구상 논의 중에 있다."

- 우리 역사를 지키고자하는 파수꾼으로서 중국의 우리 역사 침략의 행태와 정부의 안일하고 비굴한 외교정책으로 인하여 앞으로 다가올 정부의 탄압이라든지 식민사관에 젖어있는 사학계 사람들과의 마찰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나는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의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에 대해서 그 어떤 대가도 원하지 않는다. 식민사관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 현재 중국의 우리 역사 침략의 행태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요즘의 세태를 보면 마치 우리나라 삼국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중국이 왜 저렇게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하고 탈취하려는지 그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중국은 내전을 두려워하여 이를 사전에 막으려는 것이다. 이른바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을 그 싹부터 잘라버리기 위해 주변국의 역사를 모두 중국사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엄연한 몽골의 영웅인 칭기즈칸을 중국인으로 둔갑시킨 사실을 보라. 원나라를 중국사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이 끝나면 고구려사와 발해사도 중국사의 일부분으로 편입되어 동명성왕, 을지문덕, 연개소문, 대조영 등이 모두 중국인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을 모두 빼앗기는 것이다. 동북공정은 결국 중국의 새로운 중화패권주의, 중화제국주의의 추구에 다름 아니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빼앗기고 만다면 우리는 만주대륙을 빼앗긴데 이어 한반도의 북부까지 빼앗길지도 모른다."

"역사왜곡의 심각성을 국민이 깨달아야"

▲ <부활하는 이순신> 황원갑 저.
ⓒ 마야출판사
- 임동주 교수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것은 우리 스스로가 서슴없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역사연구가 황 선생과 <우리나라 삼국지> 저자 임동주 교수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 어떠한 야심찬 '행동'을 앞두고 있는지. 취지 및 행동반경에 대하여 조금 소개해 줄 수 있나.
"앞으로 <동북공정 격파 범시민 연대>와 같은 것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나이 먹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임의 성격은 플래카드 들고 시위나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바로지키기 국민행동본부'와 같은 성격의 모임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운동이 성공하면 지하에 가서 선조를 뵙더라도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

- <부활하는 이순신>을 보면 조선왕조와 그 시대 귀족들의 부패한 정신 상태까지 신랄하게 보여줬는데 우리가 우리 역사를 그동안 많이도 덮고 가리고 왜곡까지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이순신의 평가절하 및 원균이나 선조의 평가절상 등의 모습에 환멸까지 느끼게 되는데, 사학계에 한 마디 한다면?
"전부 다는 그렇지 않지만 역사학자의 상당수가 아직도 식민사관, 사대주의사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역사를 자신의 전공분야 뿐 아니라 보다 더 큰 스케일로 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국수주의, 감상적인 민족주의도 위험하지만 옹졸한 찬일 식민 반도사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 작년에 한참 이순신의 자살설, 은둔설, 및 심지어는 이순신이 그를 존경하는 왜국으로 가서 나라를 세웠다는 등의 말까지 나돌고 있는데.
"문제는 작가들이 엉뚱한 이슈를 들고 나온다는 데 있다. 단지 책을 많이 팔기 위한 일종의 상술이라고 본다. 그런 이설들도 또 다른 역사왜곡이요 날조가 아니겠는가? 터무니없는 설을 지어내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건 매우 좋지 않은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비양심적 행위다. 민족의 구세주 이순신 장군을 폄훼하고 당대 조선의 재앙이나 마찬가지 존재였던 선조와 원균을 추켜세워 돈벌이를 하겠다는 역겨운 발상에 불과하다."

"선조는 비정상적으로 질투가 많은 엽기적인 국왕"

- 어려서부터 선조는 학문을 좋아하고 어진 임금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좀 혼돈이 온다. 선조는 왜 이순신을 죽이지 못해서 그리도 안달을 했는가.
"선조는 비정상적으로 질투심이 많은 엽기적 국왕이었다. 나라와 백성은 뒷전이고 단지 자신의 왕권안보가 더 중요했던 비겁하고 무능한 임금이었다. 상세한 내용은 <부활하는 이순신>에 잘 나와 있다."

- 지금 만약 이순신이 부활해서 중국의 동북공정의 만행을 본다면 어떠한 행동을 취했을까?
"수문제의 뻔뻔한 국서에 치를 떨고 '이것은 말로 답할 일이 아니라 칼로 대답해야 한다'면서 응징을 주장했던 강이식 장군과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웃음)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국력이 무력으로 중국을 응징할 수 없는 것이 서글플 따름이다. 현실이 이렇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 우리 역사를 굳게 지키겠다는 정신력, 그런 의지만은 분명히 살아 있어야 할 것이다."

- 우리 역사를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필자는 정부의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 뿐만 아니라 오늘의 난국을 헤쳐 나아가고자 하는 리더들의 양심과 나라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부재라고 보여진다. 황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요즘 같은 난국에서 우리 국민이 할 일은 서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민족적 자긍심을 되세우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무장이 굳세게 잘 되어 있는데, 다시 말해서 저항력이 있는데 어찌 병원균(역사왜곡)이 침범하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역사의 교훈을 너무나 오랫동안 무시하고 살아왔다. 지금 그 후환을, 무비유환의 호된 교훈을 다시 맛보게 된 것이다."

- 끝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식민사관에 젖어있는 사학자들에게 따끔한 충고 한마디 한다면.
"자신의 국적이 일본인지 중국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어라 할 말이 있겠는가? 냉수 먹고 정신 차리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역사연구가 황원갑 선생과의 인터뷰 내내 우리나라의 역사왜곡의 심각성에 다시 한 번 전율을 하게 되었다. 조국의 역사를 오랑캐들의 편에 서서 왜곡을 일삼았던 사대주의 식민사학자들의 병폐와 그 잔영이 아직도 남아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대다수 국민의 태도는 안일하기 짝이 없고, 여전히 소설과 방송 등 우리 자신의 손에 의해서도 역사왜곡이 서슴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역사연구가이자 <부활하는 이순신>의 저자 황원갑 선생과 <우리나라 삼국지>저자 임동주 교수의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크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 미디어다음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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