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이 황강변에 있는 새천년생명의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일해)를 딴 명칭으로 바꾸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거리 서명운동이 처음으로 열렸다.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집행위원장 윤재호)는 13일 합천읍 장날을 맞아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날 서명운동에는 합천군민운동본부 배기남 사무국장 등 7명이 참여했으며, 이날 하루 동안 100여명이 서명했다.
배 사무국장은 "그동안 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서명용지를 갖고 다니면서 반대서명을 받아왔는데, 이날 처음으로 거리서명에 나섰다"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부탁했을 때 거의 대부분이 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서명운동에 반대하거나 '일해공원'에 찬성한다면서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굳이 서명을 하지 않더라도 일해공원에는 반대한다고 밝히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BRI@합천군민운동본부는 앞으로 장날을 중심으로 거리 서명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윤재호 집행위원장은 "일해공원 반대운동을 하니 찬성론자들은 몇 사람만 반대한다고 하는데 서명운동과 100인 선언을 통해 지역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100인 선언' 15일 발표, 강석정 전 합천군수 등 참여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지역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일해공원 개명을 반대하고 생명의숲과 합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합천군 각계 대표 100인 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100인 선언'은 15일 지역신문사를 통해 명단을 발표할 예정인데, 강석정 전 합천군수를 비롯해 지역 종교인과 상당수 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0인 선언'엔 "합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새천년생명의숲의 일해공원 명칭변경 과정을 지켜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합천군에서는 대통령의 출신지를 부각하여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한나라당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인 원희룡 의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했다가 국민들의 지탄 속에 결국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서 보는 것처럼 국민들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눈길은 너무도 냉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언문에 보면 "한 사람의 생각이 군민 모두의 뜻일 수가 없다"면서 "우리는 합천 군민 모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일해공원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추후 눈치를 보며 합천사람이라 말해야 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해공원으로의 개명을 반대하며 생명의숲을 군민의 품으로 완전히 돌려받을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양심의 명령에 따라 엄숙히 선언한다"고 되어 있다.
유인물 "일해공원, 최대 피해자는 합천군민"
합천군민운동본부는 8절지 크기로 "일해공원 최대의 피해자는 합천군민입니다"는 제목의 유인물을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유인물에 보면 "일해공원 명칭 선정, 합천군수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인가?"라며 "일해공원으로 합천군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심의조 합천군수의 독선을 방치한다면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마을처럼 합천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고향마을로 낙인 찍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관광객이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면서 "모두들 알다시피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여러분이라면 싫어하는 사람의 고향에 굳이 놀러 가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두말할 필요 없이 합천의 이름을 단 농축산물의 판매 감소를 불러올 것"이며 "전국 각지의 항의와 비난으로 합천군민의 자긍심은 땅에 떨어져 어디 가서도 눈치를 보며 고향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일 합천군청에서 일해공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16일까지 심의조 군수한테 답변을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심 군수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18일 서울 연희동으로 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 회원과 전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사람 등 80여명은 12일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일해공원 지지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합천군은 2004년 밀레니엄 사업으로 조성된 새천년생명의숲을 '일해공원'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