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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4년 만에 법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의료법의 개정안이 온 나라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지난 29일 발표 예정되었던 보건복지부의 개정안 발표는 의료계의 항의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는가 하면 의료계는 의약분업이후 대규모 집단행동까지 계획하고 있다. 인터넷과 언론에서는 상호비방이 오가고 직역간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의료법 개정이 넓게는 국민건강 전반에, 좁게는 직역간 이해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갈등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이를 추진해 나가는 보건복지부 역할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법개정 추진 과정에서 보여지는 보건복지부의 능력과 태도는 34년의 묵은 과제를 풀기에 부족하고 안일하기 그지없다.

빌미 제공은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부터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료법개정 실무작업반을 구성하여 9차례 회의를 통해 개정안의 틀을 마련하였다. 이 실무작업반의 역할은 쟁점을 정리하고 명확하게 하여 이후 직역별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실무 작업 단위로, 참여했던 어느 누구도 감히 그 분야의 의견을 대신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후 분야별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은 생략한 채 29일 개정안 발표와 공청회를 개최하려 하다가 의사협회의 요청으로 이를 연기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기존 실무작업반 논의에 참여하고도 기존의 과정을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의사협회의 태도에도 문제이지만 이를 대응하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낳고 있다.

의료법 개정 실무작업반을 통해 정리된 의료법 개정안은 그야말로 확정된 것이 아닌 '안(案)'이다. 이 안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기까지는 논의과정에서 각 계의 불만과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현재 의료법 개정안에 의료인의 설명의무화와 당직의료인제도, 표준 진료지침 등의 강화 필요성과 의료유인, 알선행위, 부대사업확대 등 의료기관 영리성 강화로 인한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 등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기존 논의구조를 무시한 채 의료계(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 일부 단체 대표들과 별도의 의료법 TF를 구성하여 또 다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되어 접점을 찾는다 하더라도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법개정에서 별도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단체들이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이처럼 기존 논의를 무시하고 일부의 의견만 수렴하여 의료법 개정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면 사회적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가고 넓어져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보여준 보건복지부의 태도로 인해 갈등을 봉합하기엔 이미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건복지부가 해야 할 일은 힘 있는 일부의 의견 수렴이 아닌 각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동영 기자는 경실련 사회정책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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