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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은 제 1조에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그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법 개정안 논란을 보면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의 심각한 상황 왜곡 속에 정작 국민은 볼모가 된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하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6일 서울과 인천의 집단휴진을 시작했고, 11일에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의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권한 다툼은 있어도 국민 건강은 없다

▲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의료진(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의협에서 문제삼은 내용은 제4조 '의료행위의 개념' 정의에서 '투약'을 명기하지 않은 것.

복지부 개정안은 "의료인이 관련 전문지식을 근거로 건강증진·예방·치료 또는 재활 등을 위하여 행하는 통상의 행위와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건강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그 밖의 행위"라고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투약권'을 의사에게서 박탈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투약'이 의사의 당연한 권한임을 밝히며 "명시되지 않아서 투약권이 박탈되었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제40조의 '간호사의 업무 정의' 중 '간호진단'이라는 용어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복지부 개정안은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체계적인 관찰·자료수집·간호진단 등 요양상의 간호'라고 명기하고 있는데, 이 중 '간호진단'이 의사의 고유권한인 진료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 "'간호진단'은 의사의 의학적 진단에 따라 환자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간호사가 취할 수 있는 행위의 판단"이라며 "이미 법조문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하에'라고 명시하고 있으니 간호진단과 의사의 진단과 별개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상한 논란... 국민 건강은 누가 챙기나

이처럼 대한의사협회의 반발과 복지부의 해명을 중심으로 논란이 진행되면서 '국민의 건강 보호증진'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잊혀져 가고 있다.

정작 의료법에서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을 위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은 제대로 거론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한, 의료인의 '의료행위 설명의무' 부여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표준진료지침 마련 ▲공정한 의료소송을 위한 진료기록 위변조의 금지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당직의료인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의협의 극단적인 투쟁과 이에 대한 복지부의 대응을 중심으로 논란이 진행되면서 의료법 개정안 논란은 왜곡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협이 이같은 투쟁방식을 취한 배경에는 의료계의 폐쇄적 내부논의 구조와 적대적 편가르기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보건의료 관련 매체에 따르면, 젊은 의대생들이 의료법 개정안의 합리적 수용을 주장했다가 호되게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복지부와의 의료법 논의자리에서 의협 관계자가 타 의사단체 관계자에게 편가르기식 발언을 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의료계 불신은 확산되고 국민건강권에도 심각한 영향이 발생하게 될 상황이다.

현재의 의료법은 대표적 '누더기 법안'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양상을 보면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도 또다시 누더기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34년 만의 법개정이 또 다시 '누더기'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의료법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을 위한' 내용을 충실히 담기 위한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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