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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전화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지난번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며 보험료를 환급해주겠다고 하는 전화와 국세청이라며 세금을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하더니 이번엔 카드결제 비용을 돌려주겠단다.

세 번 다 음성은 비슷하다. 조선족 말투인 이 여성들은 어눌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이번의 음성 내용은 이렇다.

@BRI@"안녕하십니까. 고객님께서 ○○백화점에서 △△카드로 365만8000원을 결제하셨습니다. 다시 듣기는 1번 상담원 통화는 0번을 눌러주십시요."

다시 듣기를 한 번 한 후에 진위를 파악 하기 위해 상담원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금방 받는다. 상담원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주변에서 다른 여성들이 전화 받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다들 조선족 말투이다. 상담원은 녹음된 내용의 금액을 다시 확인했다.

"고객님께서 ○○백화점에서 △△카드로 365만8000원을 사용하셨습니다. 맞습니까?"
"아니요."
"그럼 환급해드립니다. 주민등록번호와 통장번호를 알려주시라요."


상담원의 말투에서 '알려주시라요'가 튀어나왔다. 상담원은 실수라고 생각하는 듯 다시 '알려주세요'라고 했다.

"그건 왜요?"
"주민등록번호와 통장계좌번호를 알아야 돌려드립니다."
"미안합니다만 난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기 왜 치고 있죠?"


그 말을 하자 상담원은 전화를 뚝 끊었다. 신용카드 없앤 지가 언젠데 그런 전화를 하는지 원. 애초 걸려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이거나 국번호입니다'라는 안내 멘트만 흘러나왔다. 그들의 전화가 '0820***'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로 미루어 국내는 아닌 것 같다.

이미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사기꾼 조직이 이번엔 카드 결제를 빌미삼아 사기를 치고 있다. 얼마 전엔 '서울시 검찰청'이라며 사기를 치더니 이젠 신용카드까지 발을 넓혔다. 그런데 '서울시 검찰청'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이런데도 넘어가는 이들이 있단다. 그게 더 문제다.

카드결제 사기 전화는 이 시간에도 어느 집을 유혹할지 모른다. 무차별적인 인간들 아니던가. 선량한 이들은 돈 돌려준다고 하면 '혹'한다. 잘못 '혹'하다 보면 바보처럼 당했다며 망신살이 뻗치는 건 고사하고 거액의 돈만 날린다.

듣기로는 이들 일당이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과 검찰은 어렵겠지만 지금이라도 서민들을 울리는 사기꾼 일당을 검거하여 이런 기분 나쁜 전화 좀 그만 받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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