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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
ⓒ 김영사
우리 아이가 똑똑하고 공부 잘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다. 특히 교육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엄마들은 그 욕심이 더하다. <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는 이렇게 '걱정과 조바심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교육학과 교수인 저자는 아이 둘을 별다른 과외 한 번 안 시키고 미국의 명문대에 입학시켰다.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그런 저자에게 많은 엄마들이 교육 비법을 물어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자녀 교육 원칙은 '아이들의 인지적, 신체적 발달 단계에 맞춰 교육하는 것'이라고 한결같이 대답한다.

"나는 아이들의 주요 과목 학업 성취도에 예의주시하면서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 정도에는 관심을 두었지만 전교 석차에 매달리지 않았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했던 아이들의 지식은 학년을 거듭하면서 큰 힘이 되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학교 공부나 미국 대학 입학 시험 준비에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책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지적에서 출발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은 많은 한국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학과 교수가 아니라 학부모의 관점에서 본 공교육과 학교 선생님들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큰 아이가 학교 폭력 문제로 곤란에 빠진 적이 있어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하여 전반적인 한국 공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비약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나서 미국에서 지낼 때 경험했던 미국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한다. 미국 교육이 지닌 장점도 많겠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꽤 있다. 미국 교육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창의적인 측면을 북돋아 주는 교육을 실천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나 인종차별 등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저자는 이런 측면은 간과한 채 지나치게 긍정적인 요소만을 부각시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극성 엄마들을 일깨우는 좋은 내용이 많다. 모두 저자 자신이 두 아들을 키우면서 직접 체험하고 교육한 것들이라 이제 막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된다. 저자의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하여 장성한 청년기까지 실제 교육했던 경험담이 오목조목 적혀 있다.

책을 많이 읽어 주고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도와준 일,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르친 일, 풍부한 배경 지식을 알려 주면서 많이 대화한 일, 암기하라거나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아이를 믿어준 일 등 저자가 행한 교육법은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쯤 고민하고 따라 해 볼만한 일들이다.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일관되게 저자가 실천한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을 좋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둘째 아이의 지적 능력보다 인성과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교육을 실천한 것, 셋째 아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

여기서 아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이른바 '강남 엄마'들처럼 아이의 스케줄 매니저가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풍부한 지적 자극을 제공하고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도우미 역할을 의미한다. 저자는 아이에게 한번도 철자 교육이나 문자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옆에서 많은 책을 읽어 주면서 글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더니 아이가 저절로 글자를 읽게 되었다.

이런 교육 방식은 많은 엄마들이 본받을 만하다. 학습지다 학원이다 하며 아이에게 억지 공부를 시킬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주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재미를 붙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자란 아이는 엄마가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더라도 알아서 탐구욕을 불태우며 재미있는 인생을 그려 나간다.

저자처럼 느긋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이 필요하다. 옆집 아이가 조기 영어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나도 덩달아 아이에게 영어 학습지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 테이프와 책을 보여 주면서 영어가 재미있는 언어라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이 더 낫다. 아니면 재미있고 짧은 영어 애니메이션을 한편 보든가.

우리나라 엄마들은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열성적이다. 그래서 아이 교육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바란다. 좀 더디고 답답해 보이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멋진 인생을 산다는 사실. 이 평범한 사실을 잊은 채 아이에게 단순 암기와 학업 성취도의 결과만을 강요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그 무거운 짐을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지우지 말자.

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

강명희 지음, 김영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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