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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군의 '일행공원' 명칭 변경 논란 불똥은 합천군 주최로 4월 8일 열릴 예정인 합천벚꽃마라톤대회로 튀었다.
ⓒ 합천군체육회
나는 조깅이 변비에 좋다는 얘기에 솔깃해 달리기 애호가가 되었다. 틈만 나면 뛰다 보니 제법 탄력이 붙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겨 올 연말까지 하프마라톤을 완주해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시간에 상관없이 걷지 않고 뛰어서 반드시 완주하고자 한다.

엊저녁엔 공설운동장을 11바퀴 돌았는데도 그럭저럭 숨 쉴 만했다. 한 달 전 뛰자고 마음먹고 운동장 네 바퀴를 돌고서 나는 그 길로 죽는 줄 알았다.

의기양양 집으로 돌아온 나는, 기고만장해서 어디 뜀뛰기 시합하는 데 없나, 인터넷을 뒤지게 되었다. 내 구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대회를 찾아냈는데 바로 합천 벚꽃마라톤대회였다. 일단 가까운 지역이고, 하프, 풀코스만 있는 게 아니고 너무나 고맙게도 5km, 10km, 장거리 경주가 있어 내게 안성맞춤이다.

나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10km를 안 죽을 만큼의 속도로 뛰어 보겠다고. 그러고서 코스도 알아볼 겸 합천관련 검색을 눌렀더니 세상에나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TV 뉴스를 통해 대충은 알고 있었건만 일해공원으로 전국이 이렇게 난리가 났을 줄은 정말 몰랐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부분 '고부군수 조병갑'을 외우고 있을 것이다. 만약 '도전 골든벨'이라는 TV 프로에서 사회자가 '고부군수?' 한다면 십중팔구는 '조병갑이요'라고 답하리라 확신한다.

현 정부서 고위 관료를 지냈던 그 조병갑의 증손녀가 얼굴도 못 본 아버지의 할아버지 문제로 얼마나 속이 아팠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주위에 물어보니 지금 합천군수 심의조씨를 모르면 간첩이라 했다. 물론 그 일해공원 문제로 일약 고부군수의 지명도를 뛰어넘어 있었던 것이다.

@BRI@일부 사회단체에서는 합천 마라톤대회를 보이코트하거나 더 나아가 직접 참여해 일해 반대 퍼포먼스, 집회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며칠 전 일해를 반대하는 전국 수백 개 단체에서 한나라당을 항의 방문하는 광경을 보았다. 육두문자가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광경을 봤다. 만약 경찰이 없었더라면 누구도 감당 못할 사태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창원에 있는 한나라당 경남도당 근처에 필자의 숙소가 있어 그런 광경은 자주 본다.

합천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을 역임했던 전경환씨의 고향이다. 합천군수 심의조씨는, 합천은 12대 대통령(전두환)을 배출한 자랑스런 곳이며 언젠가는 그의 기념관이 세워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합천군민 중 극소수만이 일해공원을 반대하며 군민 절대다수는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일해공원을 열렬히 지지하는 지역 군민은 존재할 것이다. 일해공원 명칭을 반대해 퍼포먼스나 시위를 벌이려는 일부 참가자들과 그 명칭을 극렬하게 지지하는 지역민들과의 충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합천 경찰을 총동원해도 마라톤코스 42.195km를 경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양측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역사적으로 불행하고 치욕스러운 일로 남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루속히 공원의 명칭 문제가 슬기롭게 해결되어 전국의 마라톤 애호가들이 화사한 벚꽃길을 따라 봄의 향취를 만끽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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