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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문학동네
어른들이 아이를 향해 던지는 부정적인 용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외돌토리, 심술꾸러기, 응석받이, 느림보, 울보. 이런 말을 듣는 아이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헤아려 본다면 쉽게 느림보나 심술쟁이라며 놀릴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가끔 우리 아이에게 '울보'나 '바보'라고 장난처럼 말하는데 책 <내 말 좀 들어 주세요>를 읽으면서는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주 붙여지는 부정적인 별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각 단어를 왼쪽에 달랑 하나 써놓고 오른쪽에는 그림과 함께 그 단어에 대한 아이의 느낌을 독백처럼 전한다.

"악바리- 무조건 이기려는 건 아니에요. 열심히 연습하는 것뿐이죠. 그래도 잘 안 되는 게 있는 걸요.
겁쟁이- 무엇을 처음 해야 할 때는 겁이 나요. 그래서 친구가 하는 걸 보기만 하지요.
극성쟁이- 얌전하게 있으면 나는 병이 날 것 같아요. 높은 곳에 올라가고, 흉내 내고 쉴새 없이 움직이는 게 좋아요."


엄마는 아이를 '극성쟁이'라고 단정지어 말하는데 아이의 속마음은 이처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어른들이 열정적이면 멋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열정적이면 왜 극성쟁이라고 말하게 되는 걸까?

아이들의 마음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들이 왜 그토록 극성 맞고 겁을 내며 악을 쓰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있다. 무언가 성취하려는 욕구가 강한 아이는 어른들의 눈에 악바리나 극성쟁이로 비치기 쉽다. 우리 아이가 '울보, 바보'인 것도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마음 속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은 채 한 마디 단어로 아이를 규정짓는 것은 성격의 고정화를 가져오는 위험한 일이다. 아이가 보다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이런 부정적 용어보다 '착한 이, 씩씩이, 건강이, 야채돌이'처럼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단어를 별명으로 붙여 주자. 아이는 자기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책 <아이는 어떤 맘일까?>
ⓒ 디자인하우스
<아이는 어떤 맘일까?>는 아이와의 의사소통이 단절된 부모를 위한 육아지침서다.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서 울보공주 예빈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한 신혜원 교수가 쓴 책으로 초보 엄마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원론적인 이론이나 지식보다 실제 상담한 사례와 해결 방법을 쉽게 제시하여 육아로 쩔쩔매는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렇게 무서운 얼굴은 엄마가 정말 많이 화가 났다는 뜻인데, 나의 구세주 할머니! 할머니! 어디 계세요? 엄마가 또 나를 혼내려고 해요. 도와주세요. 할머니! 난 정말 궁금해서, 어떤 물건인지 알고 싶어서 만져 보는 것인데 엄마는 매일 만지지 말라고만 하고 내가 궁금해하는 것은 알려주지도 않아요. 그러고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엉덩이만 때리고. 왜,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느냐고요."

이 말은 매일 사고치는 아이를 혼내는 엄마를 향해 아이가 마음 속으로 외치는 내용이다. 아이는 궁금한 게 많아 이것저것 만지고 싶은데 엄마는 혼을 내기 일쑤다. 저자는 "엄마가 위험하니까 만지지 말라고 했지!"라는 말은 아이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있어서 이것저것 만지고 싶은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만져도 되는 물건과 만져서는 안 되는 물건을 구분하는 일은 아이에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구분하고 위험한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도울 수 있을까? 첫째, '아얏!' '지지' '앗 뜨!' 등의 단순한 말을 이용하여 이 말을 하는 경우에는 만지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좀 더 자라면 물건의 소유주를 강조하여 "엄마 거야, 만지면 지지해요" 등으로 간단히 설명해 주면 좋다.

물건을 조심스레 만지는 것도 부모가 시범을 자꾸 보여 준다. 아이의 손을 붙들고 물건의 사용법을 반복적으로 설명한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를 곧 따라 하게 된다. 절대 만지면 안 되는 물건이 있다면 아이의 눈앞에서 치우는 것이 좋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일 경우 그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더라도 손부터 먼저 가기 때문이다.

@BRI@이 책은 태어나서부터 24개월까지, 24개월에서 48개월, 48개월에서 60개월까지의 삼 단계로 아동기를 나누어 그에 맞는 양육 방법을 선택하도록 안내한다. 너무 소극적이거나 수줍음이 많은 아이, 호기심이 왕성하여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아이, 겁이 많은 아이 등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획일적인 교육 방법을 강조하는 책보다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설명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 이런 책은 실제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엄마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혼내거나 절망하거나 포기하는 엄마들이 너무 많다. 몇 권의 좋은 육아 서적을 통해 아이 마음 읽는 방법을 터득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윤영선 지음, 전금하 그림, 문학동네어린이(2007)


아이는 어떤 맘일까?

신혜원 지음, 디자인하우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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