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12일 열린 대담에서 공교육 살리기 차원에서 '복수담임제'와 '교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전문대학원 설립' 등을 중요 대안으로 꼽았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12일 열린 대담에서 공교육 살리기 차원에서 '복수담임제'와 '교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전문대학원 설립' 등을 중요 대안으로 꼽았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박효종 교수는 근현대사 대안교과서 논란과 관련해서는 5·16혁명(군사쿠데타), 4·19학생운동(혁명)에 대한 주장이 마치 교과서포럼의 공식 입장인양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박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부분이 있는 반면 자랑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교과서에서는 후대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6종 근현대사 교과서를 보면 건국·산업화·민주화 세 키워드 가운데, 건국·산업화에 대해서는 인색하고 비판적인 반면, 민주화에 대해서는 많이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윤기 교수는 "산업화 미화만으로는 산업화 결과를 감수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민주화도 그동안 너무 부족했던 것이 문제이지 결코 과잉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교과서 문제를 통해 지식인 사이에서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분열상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홍 교수는 "잘못하다가는 정신분열 양상도 보이게 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두 교수는 한국 교육개혁의 주력군으로서 전교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 역효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박효종 교수는 "교원단체 중 전교조는 막강한 이익단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며 "전교조가 시대적으로 올바른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적 이익단체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아쉬운 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육의 의제가 허접하기 때문에 전교조가 교육 선진화를 위해 충분히 기여할 게 많다"면서도 "비토그룹처럼 '노'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홍윤기 교수도 "전교조 제일주의가 있는 반면 전교조 폐쇄주의도 존재한다"며 "전교조 존립근거는 교원의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대국의 비전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의제를 선점당하지 말아야 하며 끌려다녀서도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전교조가 심각한 위기를 느껴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박효종 "사학 운영의 비법, 공개되면 곤란"

@BRI@사립학교법 재개정과 관련, 박효종 교수는 "사립학교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율적 방안으로 풀어가야 한다"며 "개정 사립학교법이 투명성이나 공론화, 학교운영의 공개에는 기여할지 모르지만 사학의 독특한 정체성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타율적 방식으로 규제하면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사학은 건학정신에 따라 운영하기 때문에 나름의 비법이 있는데 이 비법이 공개되면 곤란하다"며 "개방형 이사제가 되면 이 비법이 모두에게 알려진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꺼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립학교가 추구하는 목표가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잘 납득이 안 된다"며 "사립학교가 50~60년대 보통교육의 일반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폐쇄적 독점적 학교운영을 해왔다는 것도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사학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 "학풍보다는 학교운영의 부실·사학 족벌구조의 문제가 탄로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학이 내세우는 종교적 특색이 학생들과 공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교풍으로 강제해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며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학내 종교의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개방형 이사제와 관련한 '전교조 음모론'은 무협지 내지는 탐정소설 수준이라는 홍 교수는 "전교조가 운영을 좌우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개방형 이사제에 반대하는 것은 전교조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일종의 정략적 의미"라며 "거대신문이 채신머리없이 특정단체를 지목하면서 분위기를 몰고가는 것은 공론장의 공기를 상당히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홍 교수는 교육개혁의 중요 이슈로 '복수담임제' '전문대학원 설립'을 강력 주장하면서 "학생들에게 외국교육이나 사교육 못지않은 교육을 시키려면 교사 수를 최소한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종 교수도 "사대-교대 4년제가 아니라 '6년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교사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에 4년제 학사 수준으로는 담당하기 어렵고, 복수담임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홍윤기 동국대 교수가 나눈 대담 전문이다.

홍윤기 "모교 좋았다는 졸업생 못 만나봤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진보와 보수가 전교조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전교조가 한국 교육개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박효종 "교원단체 중 전교조는 막강한 이익단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주로 올바른 역할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적인 이익단체 범주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어서 상당히 아쉽다. 나름의 교육문제 해법을 가질 수 있는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크게 하면서 자기희생에 인색하다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는 교육 의제가 많은 반면 인프라는 허접한다. 전교조가 교육 선진화를 위해 충분히 기여할 게 많은데 비토그룹처럼 '노'만 하는 것은 안 된다. '문제 제기 집단'에 머물지 않고 국민과 함께 교육개혁의 대안을 만들어가겠다는 신임 지도부의 약속을 믿고 싶다."

홍윤기 "대선후보가 '전교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플래카드까지 걸고, 마치 전교조가 반국가단체인 양 다뤘던 적도 있다. 이건 품위 없는 행위다. 그 반대쪽에는 '전교조 제일주의'가 있다. 전교조가 대표하는 교원은 전체 20% 미만이지만 막중한 책임이 있는데, 자기 힘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일종의 '전교조 폐쇄주의'가 있다.

전교조 합법화의 기본 추진력은 '저 교사들이 있어야 우리 교육이 잘 될 수 있다'는 국민적 생각 때문이었다.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교육대국의 비전을 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의제를 선점당하고 끌려간다. 전교조가 심각한 위기를 느껴야 한다고 본다."

-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홍윤기 "교원평가는 해야 한다. 전교조 가입 교사는 비교적 나름대로 직업적 책무의식을 가진다. 교육부가 교원평가를 전교조만 상대로 해서는 안 된다. 교사의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면서 '교사들이 외부평가하지 말고 자체평가 기준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 전교조든 한국교총이든 가입 안한 교사가 더 문제다.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교육의 독버섯처럼 암약하는 교사들이 있다."

박효종 "평가는 우리의 아킬레스건이다. 교수 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바로 평가에 관한 문제다.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적어도 전교조는 이것을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으로 전향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평가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 안 그러면 철밥통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진보·보수가 모두 전교조에게 아쉬운 점은

홍윤기 동국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사립학교법 재개정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박효종 "사립학교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하나, 자율적 방안으로 풀어가야 한다. 사립학교에 대한 일부 나쁜 이미지가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학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들은 규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자율성을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사립학교법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개방형 이사제를 강제하면 결국 사학의 정신과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이 투명성이나 공론화, 학교운영의 공개에는 기여할지 모르나, 사학의 독특한 정체성에는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홍윤기 "어떤 파장이 가능한가."

박효종 "학교가 건학정신을 갖고 운영할 때는 나름의 비법이 있다. 내 학교를 내가 잘 가꿔보고 싶다는 주인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이 개방형 이사에게 전파된다는 것은 비법이 알려진다는 것이 된다. '비밀주의'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사립학교가 추구하는 목표들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윤기 "납득이 잘 안 된다. 사립 중고교 다녔던 학생들 가운데 '모교가 참 좋았다'고 평가하는 졸업생들 못 만나봤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인기없는 현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작업 중 거의 유일하게 지지받는 게 바로 사립학교법 개정이다.

사립학교가 50~60년대 보통교육의 일반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학들이 폐쇄적 독점적 운영을 해왔다는 것도 인정돼야 한다. 사학이 내세우는 종교적 특색이 학생들과 공존돼야 하는데, 학교의 개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나, 헌법질서의 근간인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종교의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 개방형 이사제가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는 제3자 영입도 아니다. 사실 학교 교풍보다는 학교운영의 부실, 사학 족벌구조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박효종 "사학의 커다란 불만은 평준화가 되면서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하는 학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사회 에 일반 학부모 참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고. 왜 개방형 이사회 못 받아 들이냐고 하는데 가톨릭재단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격앙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 뜻에 맞는 분들을 모시고 싶은데, 개방형 이사제를 하면 외부에서 이상한 사람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있다. 역효과도 생각해봐야 한다."

- 개방형 이사제 반대가 전교조의 집단적 개입을 꺼리기 때문 아닌가.

박효종 "우려 안에 분명히 들어 있다. 이사회에 한두 사람만 들어와 외부와의 특별한 연계를 갖는다고 가정하면 그 압력을 견뎌내기 힘들다. 부정이냐 부패냐, 이것도 불명확하다. 이에 대한 고민이 복합적이다. 개방형 이사제가 돼서 애교정신과 공익정신을 갖고 있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한국사회가 과도기적 상황이기 때문에 자유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홍윤기 "전교조 음모론은 무협지 내지는 탐정소설 수준이다. 전교조도 개방돼 있다. 전교조가 잘못 활동하면 당장 반대가 들어가고 압박이 보통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전교조가 운영을 좌우한다고 해서 반대한다는 것은 전교조를 일종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정략적 의미다.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가 자꾸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평가부터 양식 있게 해보자. 거대신문의 체면에 맞지 않게 채신머리없이 특정단체를 지목하면서 분위기를 몰고 가는 것은 공론장의 공기를 상당히 오염시키는 것이다"

"복수담임제·전문대학원도 좋은 대안"

박효종 서울대 교수
박효종 서울대 교수 ⓒ 오마이뉴스 안홍기
- 고교평준화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확대 실시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박효종 "고교 평준화는 교육기회의 평등 차원에서 한국사회가 유지하는 철학이 있지만, 수월성 교육에 대한 문은 확실히 열어둬야 한다. 교육 선진화에 문제가 크다. 중고교에 유학 붐이 부는 형국에서 우수한 두뇌를 붙잡기 위해서라도 수월성 가진 학생들의 능력을 충분히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반대개념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해석해야 한다."

홍윤기 "자립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등학교 확대 논란은 국민교육체계 전체가 실패했다는 걸 보여준다.

한국 교육 수준을 탄력적으로 설정하면서 교육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려면 우선 현장의 교사 수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외국교육이나 사교육 못지않은 교육을 시키려면 교사공급이 엄청나게 늘어나야 한다. 또 교원의 질을 높이는 전문대학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복수담임제와 교원전문성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고, 사대-교대 시스템을 혁파해 교육대국으로서 유학 가는 학생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교육 때문에 사회적 양극화가 더 극심해질 것이다. 분명히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현재 수준에서 고교평준화를 확대하는 것은 반대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공교육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게 복수담임제라고 생각한다."

박효종 "'6년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의대·약대처럼 교대나 사대도 전문대학원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사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에 4년제 학사 수준으로는 담당하기 어렵다. 복수담임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좀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홍윤기 "솔직히 요즘같은 사교육 환경에서 공교육 담당하는 교사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치 옛날 구식 소총 주고 전선에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느낌이다. 대학시절에는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고시' 준비에 시간을 허비한다. 교원 수를 무차별적으로 늘리는 것도 실은 반대다. 질높은 교원의 숫자를 대폭 확충함으로써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것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교육담론도 허위담론이다."

- 끝으로 할 말은.

박효종 "한국사회가 대단히 균열적이다. 과거에는 지역에 대한 균열이 심각했는데, 지금은 교육이 전쟁 상황 일보 직전까지 와 있다. 금년 대선의 해엔 보혁갈등이 훨씬 더 강해지지 않겠나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너무 다르다면 차라리 따로 사는 게 낫다. 그러나 같이 함께 살겠다고 한다면 서로 다르면서도 적대시 하지 않는 관계가 반드시 형성돼야 한다. 전체 공동체의 해체, 이런 불행한 사태는 꼭 막아야 한다."

홍윤기 "오늘의 화두가 교육이었다. 대선국면에서 우리가 부국을 만들되 교육부국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국은 국토개발이나 경제개발을 통한 것이 아니라 인간개발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소모적 경쟁관계에 있다. 이 사회가 애정을 갖고 보살펴줘야 한다. 저돌적인 추진력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정치가 돼야 한다. 교육부국의 가장 큰 인적 자원은 교사다. 교사들이 대선의 해에 큰 영향을 끼쳐주기를 바란다. 대선주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인간개발을 통한 교육부국의 비전, 우리 아이를 잘 키워주는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바란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
박효종 서울대 교수 ⓒ 오마이뉴스 안홍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