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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화제의 인물은 단연 노무현 대통령이다.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 그의 지지율이 10% 포인트 가량 올랐다. 힘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 현상에 주목한다. 그리곤 이렇게 묻는다. 노 대통령은 대선 변수가 될 수 있을까?

변수가 될지 모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나라당의 이혜훈 의원이 그렇다. 노 대통령이 보수진영에 '트로이 목마'가 될지 모른다고 했다. 한미FTA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진보층의 지지까지 받아낸 뒤 자기가 미는 후보를 내세울지 모른다고 점쳤다.

다른 사람도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이석연 상임대표다. 한나라당의 고공행진 비결을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진단한 이 대표는 이 프리미엄이 꺼질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한미FTA 타결로 참여정부의 실정이 상당부분 만회되고 남북정상회담설 등으로 한나라당의 입지가 축소되는 추세라고 했다.

두 사람의 진단엔 공통점이 있다. 한나라당이 부여잡은 '반노표'를 내주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한미FTA로 지지율 반등, 원인은 반노의 '전향'

설득력이 없는 진단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비결은 반노표의 '전향'이다. <한겨레>의 분석에 따르면 영남과 고소득·고학력층의 '노무현 지지'가 호남과 저소득·저학력층의 지지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똑같은 분석을 토대로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는 곳도 있다. '반노표'의 '전향'은 한미FTA에 따른 '반짝 지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력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판정은 무의미하다. 여론을 토대로 '노무현 변수'의 위력을 재는 건 부질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게 여론이다.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 예를 들어 개헌이나 남북관계와 같은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차라리 다른 창으로 들여다보는 게 현실적이다. 범여권 상황이다. 이 점을 축으로 해서 살피면 '노무현 변수'는 그리 크지 않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장인 임태희 의원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게 포인트다.

설령 노 대통령이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간다 해도 그것이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면 유력 범여권 주자가 서 있어야 한다. 서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노 대통령과 어깨동무를 해야 한다. 그래야 노 대통령의 지지세를 선거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없다. 유력 주자가 없다. 어깨동무를 하려는 주자는 더더욱 없다. 온도차는 있지만 범여권 주자 모두가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한다.

대통령 지지세 대선까지 주욱~?

범여권의 일정표도 문제다. 가정하자. 한미FTA로 획득한 지지율 반등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자. 나아가 남북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킨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이 지지세를 대선에 연결할 수 있을까?

통합신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한다. 범여권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대선에 임박해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범여권 단일후보가 국민 앞에 나서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야 11월 말, 늦으면 12월이다. 과연 이 시점까지 노 대통령이 지지세를 이어가 후보단일화의 열쇠를 쥘 수 있을까?

남북정상회담 효과는 끝물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정략적 해석을 경계하려면 남북정상회담과 대선 사이에 시차를 놓아야 한다. 더구나 그 덕을 노 대통령이 독차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한미FTA 효과가 있다.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은 가을 정기국회가 개최된 후다. 이렇게 보면 얼추 운때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정부의 비준 동의안 제출 후에 연출될 국회 상황은 크게 두 경우다. 하나는 예상 외로 잠잠한 경우다. 국회의원들이 대선 넉달 뒤에 치러질 총선을 의식해 정치쟁점화하는 것 자체를 극력 피할 수 있다. 이러면 노 대통령은 '한미FTA 특수'를 누릴 수 없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극심한 논란이 연출되는 경우다. '반FTA'를 천명한 범여권 주자들이 이를 동력 삼아 대선 발판을 마련하려 할 때 발생하는 경우다.

연출되는 모습은 정반대이지만 노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게 없다는 점에선 똑같다. 범여권 주자들이 '반FTA' 깃발을 높이 들면 들수록 노 대통령의 범여권 영향력은 반감된다. '노무현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더 줄어든다.

새 판 짜기엔 너무 낮은 지지율

어찌보면 이런 진단 자체가 쓸모없다. 확인할 게 있다. 노 대통령은 당적이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치 통로가 없다.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통해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지만 세력이 미미하다.

그가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국정이다. 국정을 통해 정책대결구도와 이념대결구도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범여권 주자의 운신 폭을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노 대통령은 방향이 없다. 좌와 우를 넘나들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색다른 주장이 나올 법 하다. 노 대통령이 기존 대선구도와는 전혀 다른 구도, 즉 제3의 길을 열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대답은 이것이다. 노 대통령이 구도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구도 자체를 새로 짤 정도의 힘을 발휘하려면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얻어야 한다. 여야 대선주자들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의 전폭적인 지지율을 기록해야 한다.

30%대 초반의 지지율을 갖고 운위할 사안이 아니다.
#한미FTA#노무현#여론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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