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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위성항법시스템 '글로나스'에 활용될 GPS 위성
ⓒ Novosti-Kosmonavtiki
냉전 종식 이후 퇴물 취급을 받던 구소련의 위성항법시스템 '글로나스(GLONASS)'를 러시아 정부가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5일 보도했다.

'글로나스'는 미국의 GPS 체제에 맞서기 위해 구소련이 냉전시대에 우주에 건설한 군사용 위성항법시스템. 러시아가 뒤늦게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 완성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군사용 외에 민간부문에서도 GPS 시스템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에 익숙한 차량용 네비게이션 뿐 아니라 항공기와 선박의 안전운항, IT장비의 정밀운용에 이르기까지 GPS는 21세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미국 'GPS산업평의회'의 추산에 따르면 GPS 관련 산업의 매출은 2006년에 이미 15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향후 매년 25%~30%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러시아는 2007년까지 8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글로나스 체제를 완성해 러시아, 유럽, 아시아 일부를 먼저 커버하고 2009년까지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

이럴 경우 글로나스는 미국의 GPS, 유럽의 갈릴레오와 더불어 지구촌 전체를 커버하는 3대 위성항법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된다. 위성항법시스템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예비 위성을 제외하고도 총 24기의 위성을 중궤도(MEO)에 띄워야 한다.

<뉴욕타임즈>는 러시아가 최근 글로나스 재건을 긴급하게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오일달러 유입으로 든든해진 재정에다 위성항법시스템의 외교, 안보적 역할이 눈에 띄게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GPS는 필요한 때 특정 지역에 한해 임의로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이란, 북한 등 특정국가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이 이를 경제제재의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 측의 우려다.

러시아는 이란, 이라크, 중앙아시아 등 현재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나라에 GPS에 대항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글로나스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거 구소련의 군사적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이들 지역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영향력을 회복한다는 복안.

21세기 외교, 안보,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은 현재 미국의 GPS, 유럽연합의 갈릴레오, 러시아의 글로나스 등 3대 시스템이 자웅을 겨루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바이두'라는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이미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민관 합작으로 위성을 발사해 일본, 동북아, 호주 등을 8자 궤도로 선회하는 'QZSS'라는 위성항법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현재는 미국의 GPS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지만, 2005년 3월 정부가 유럽의 갈릴레오 계획에 적극 참여하기로 공식 발표한 뒤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황. 정부는 갈릴레오 계획에 총 5천만 유로의 예산을 들여 기술 및 인력제휴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21세기 지구촌의 안보, 경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우주경쟁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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