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남편의 모습이다. 동료와 시국을 논하고, 신문과 방송, 심지어 점집에 가서도 정보를 얻고, 정부 부처를 방문하기도 하며, 때론 드러누워 쉬기도 한다.
반면 그의 아내는? 어김없이 커피를 갖다 바친다. 이 장면이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들의 무의식 속에 이 장면이 보편적인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몇 번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 이 그림을 다시 지적하는 것은 이런 성차별적인 장면의 반복 끝에 4월 24일자 만평과 같은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늘 갖다 바치는 커피를 받아먹기만 하던 남편이 무릎 꿇고 앉아 커피를 타고 있는 아내에게 버럭 화를 낸다. 화가 잔뜩 난 남편이 손가락질까지 해 가며 고함을 지르고, 아내는 기가 잔뜩 죽은 표정이다. 나중엔 어떤 상황에까지 치닫게 될 지 염려스럽다.
<동아>, 독자들 사고 저급하게 만들 셈인가
네 칸 만화에 시사문제를 발 빠르게 그려내기 위해 등장인물과 구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건 화백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구도가 성차별적이며 버려야 할 구시대적 사고라고 한다면 폐기해야 마땅하다.
글보다 힘이 센 만화를 판매부수나 영향력 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신문에 매일 싣고 있다면 더 더욱 그러하다. 이홍우 화백의 만평이 수많은 <동아일보> 독자의 사고를 저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백무현 화백의 만평을 두고 '죽음에 대한 희화화'라며 분노했던 누리꾼들은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이 수년간 이어온 성차별적 만평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마땅할 것이다.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출범한 여성부도 이홍우 화백의 만평에 내재된 그 성차별적 요소에 진작 주목하고 수정을 요구했어야 했다.
만화는 힘이 세다. 만화에 시사문제를 담은 시사만평의 영향력은 신문 전체를 뒤덮은 활자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의 만평이 퍼트리고 있는 저 마초이즘을 바로 잡는 게 시급하다. <동아일보> 만평을 끌어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