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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만드는 시한은 5월말이다. 이제 5·18∼6·10을 실천주간으로 하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진지를 사수하자는 것은 인조시대의 남한산성 진지론이다. 남한산성으로 후퇴해서 지키겠다고 해서 참담한 비극으로 끝났다. 남한산성이 아니라 양만춘 장군의 안시성을 건설해야 한다."

그는 마음을 굳힌 듯 하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4일 "동반탈당 이야기가 나오더라"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본질이 전도된 질문"이라고 했지만 "5월말에는 말이 아니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만춘 장군의 안시성 구축해야"... 열린우리당 사수파 비난

▲ 정동영 전 의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은 4일 오후 광주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동반탈당설에 대해선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전당대회에서 대통합신당을 5월말까지는 창당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탈당 등을 포함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보였다.

최근 정 전 의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2일 민생개혁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문국현 사장, 최열·박원순씨 등과 만났다. 또 자신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는 이날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일정을 조율해서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열린우리당 탈당 이후의 구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더구나 '결단의 시기'와 관련, 18일과 다음달 10일, 5·18 광주민중항쟁∼6·10항쟁 기간을 "실천주간"으로 설정해 둔 상태다.

시한 설정과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탓에 맘이 바쁜듯하다. 정 전 의장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의 경우에 빗대 "열린우리당을 사수하자는 것은 비극으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사수하자, 열린우리당 진지를 사수하자는 것은 조선 인조시대의 남한산성 진지론"이라며 "남한산성으로 후퇴해서 적을 막자고 했지만 참담한 비극으로 끝났다"고 했다. 이어 "남한산성이 아니라 양만춘 장군의 안시성을 건설해야 한다"며 "요동반도의 안시성에 나아가서 요동 땅을 지키는 것, 이것이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틀로는 비한나라당 세력의 통합을 이룰 수 없으며 결국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는 "참담한 비극"을 맞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이에 대한 그의 답은 구체적이지 못했다. 비한나라당 세력을 "한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는 목표만 언급했다.

"손학규와 직접 대화하겠다"... 노 대통령 겨냥 "대북특검에 호남 등 돌려"

또 열린우리당 틀을 깨야 한다는 것과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권주자 연석회의'에 대해 "프로야구를 하려면 KBO가 주관하고 주최하는 것처럼 중립적인 시민사회 영역에서 각 주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하고 분위기를 만들면 어떠한 노력도 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실천주간"에 어떤 퍼포먼스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인지 밑그림이 완성되지 못한 탓이다. 정동영 전 의장 측 한 관계자도 "탈당에 대한 마음을 굳힌 듯하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결단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근태 전 의장과 자신을 향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난에 대해 정 전 의장은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강하게 반응했다.

정 전 의장은, 2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만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당원이 아니다"라며 "열린우리당 진로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원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고 내 진로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저녁 조선대 경영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자신이 "통탄스럽다"고 말했던 호남 민심의 이반이 노 대통령의 탓이라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후회스러운 것이 무엇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것을 잘한 것으로 뽑았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을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국민들의 비판과 지적이 많아지면서 저도 괴롭다"면서 "제가 한 일 중에 잘못한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을 향해 "실패한 것은 첫째 노무현에게 95%라는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호남의 지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대북송금 특검 때문"이라고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남북관계, 6자회담 종속시켜 유감"

▲ 이날 저녁 조선대학교 공대 1호관에서 초청 강연을 한 정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 "대북송금특검과 대연정 제의가 호남 민심을 등 돌리게 했다"고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정 전 의장은 "제가 반대는 했지만 막지는 못했다는 것을 후회한다"면서 "대연정이 나왔을 때 그것이 결정적으로 지지자들을 이탈시켰는데 가장 선명하게 공개적으로 반대해야 했는데 막지 못했다, 발등을 찧고 싶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방법론 논란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총리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4자정상회담은 부시의 결단이 필요하고 우리의 노력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정부가 남북관계를 6자회담과 북미관계에 종속시킨 듯한 정책방향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창당한 것이 아니라 정동영과 개혁적 정치인들이 돈과 총재의 공천권을 깨뜨리기 위해 창당한 것"이라며 "이 두 가지는 성공했지만 대북송금특검과 대연정 깨지 못한 것이 실패한 것"이라고 노 대통령을 거듭 겨냥했다.

한편 정 전 의장의 이날 초청 강연에는 100여명의 조선대 평생교육원, 경영대학원 원우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정 전 의장은 강연 후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1박을 한 후 5일 오전 상경할 예정이다.

바빠진 그의 행보와 '실천'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양만춘의 안시성 진지"를 어떤 성과로 보여줄지 관심이다.

#정동영#탈당#통합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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