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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한테 가장 소중한 선물은 너희들 자신이다. 스승의 날 아무 것도 가져오지 말아다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런 말을 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교사들 사이에 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목동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김권형 교사(서울갈산초)는 오는 10일쯤 학부모에게도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낼 생각이다.

"스승의 날 교사를 찾을 일이 있으시거든 저한테 오지 마시고 이전 선생님한테 가주세요. 선물을 가져오시면 받지 않겠습니다. 자녀들에게도 제 뜻을 잘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물 거부하는 교사들 "교권은 스스로 세워야"

ⓒ 윤근혁
김 교사는 이런 편지를 첫 발령 때부터 14년 동안 꼬박꼬박 보내고 있다. "학부모들이 편지를 받으면 부담도 덜고, 담임교사를 더 신뢰하게 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강규희 교사(서울청량초)는 3월 중순께 연 학부모 총회 때 미리 "선물과 촌지는 받지 않는다, 스승의 날도 마찬가지"라고 말해뒀다. "아이들을 공정하게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니까, 절대 피해 당할까봐 선물 같은 것을 가져오지는 말아달라"는 식으로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서울 강남 8학군 지역에서 근무하는 박형준 교사(서울개일초)는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돌려보내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가 당장은 섭섭해 할지라도 '교권은 스스로 세워야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부모에게 촌지나 선물 사절 편지를 보내는 교사 대부분은 공통점이 있다. 어린이날 자기 반 학생들에게 엽서나 책갈피 등 소박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학교 차원에서 선물과 촌지를 사절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학교도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났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잠동초도 이런 학교 가운데 하나다.

이 학교는 지난 2일 교장 명의로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올해 스승의 날은 아이들에게 참된 사랑을 주는 베품의 날이 되고자 한다"면서 "일체의 사은행사를 하지 않으니 아이들로 하여금 꽃 등을 준비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가정통신문 보내는 학교도 부쩍 늘어

▲ 전교조가 이 단체 소속 초중고 교사들에게 보낼 '사랑의 엽서' 모형.
ⓒ 전교조
전교조도 오는 10일부터 18일까지를 교육주간으로 선포하고 학생들에게 사랑의 엽서보내기 활동을 운동 차원으로 벌이기로 했다. '스승의 날'은 돈이 오가는 날이 아니라 사랑이 오가는 날이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촌지나 선물 얘기가 언론에 나올 때마다 "남의 나라 일 같은 생각이 든다"는 교사도 있다. 충남 시골지역에서 근무하는 고아무개 교사는 "농촌인 이 곳은 1년 동안 학부모 얼굴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실은 내용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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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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