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1일 만에 대전시내버스 노사가 극적인 타결을 이뤄냈다. 이로써 이번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많은 과제를 남기게 됐다.
협상의 진통을 겪던 대전지역시내버스 운송조합과 노조, 대전시는 3일 새벽 2시 10분께 협상을 완전 타결 짓고 합의서에 사인했다. 전날 9시부터 시작된 5시간 동안의 마라톤협상의 결과다.
타결된 최종안은 기본금 3% 인상과 특별상여금 1% 지급으로 합의했으며, 특별상여금은 2008년 1월 말까지는 사측에서 부담하고, 2월 1일 부터는 대전시 부담으로 기본급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노사는 또 식비 2000원을 2200원으로 인상키로 했으며, 여름휴가비도 8만원에서 2만원 인상된 10만원을 지급키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노조가 요구하던 임금인상률 10.4%에서 크게 양보한 안이며, 3%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던 대전시의 안에서도 조금 앞으로 나아간 안이다.
또한 사측도 자신들의 수익일부를 내 놓음으로써 이번 사태의 종결을 만들어내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냈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시작된 대전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은 11일 만에 종료되게 됐으며, 이날 오전 6시부터 898대의 시내버스가 정상운행하게 됐다.
장기파업이 남긴 것은?
무려 11일 동안이나 시민들의 발을 묶었던 이번 파업은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시내버스 운영 주체들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무엇보다도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고도 이러한 파업사태가 발생할 경우, 시민들은 그저 불편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버스업체는 대전시의 눈치를 보면서 협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노조는 과도한 임금인상율을 제시한 후 물러서지 않았다. 또 대전시는 조정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특히, 대전시는 본질에서 벗어난 '버스기사의 월급이 얼마인가', '준공영제 폐지' 등의 논란을 일으켜 노조와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파업의 장기화를 불렀다.
결국, 무더위와 장마 속에서 불편을 참다못한 시민들의 분노의 화살을 맞고서야 노·사·정 3자는 한발씩 양보한 타협안을 만들어 냈다.
이로 인해 대전시내버스 운영 주체 상호간의 신뢰는 물론, 시민들의 신뢰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앞으로 원만한 운영과 파업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신뢰회복'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통해 돈 먹는 하마가 되어 버린 준공영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대전시는 준공영제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지만, 분노한 일부 시민들은 '폐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일로 인하여 시내버스 정책이 뒤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준비 안 된 준공영제를 무리하게 시행한 대전시의 잘못이 클 뿐,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대전시가 책임지고 운영하겠다는 제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따라서 이번을 계기로 준공영제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원가산출방식의 변경과 전면적인 노선개편, 중앙버스 전용차로제 도입 등을 통해 시내버스 수요를 확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전시가 올 하반기를 준공영제 혁신의 시기로 삼겠다고 발표한 만큼, 이러한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대전시의 시내버스운영이 보다 더 진일보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