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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의 끝자락입니다.
무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긴 하지만 휴가를 통해서 재충전한 이들의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햇살 따가운 여름날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맥문동, 그들도 꽃이 진 후 오랜 쉼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 어느 해의 여름날처럼 보랏빛 꽃밭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맥문동이라는 이름은 뿌리에 보리처럼 동글동글 통통한 것들이 있어서 붙여진 것입니다. 차로도 만들어 먹고, 음식재료로도 사용되는데 요즘 들어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웰빙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품화된 웰빙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웰빙'이라는 말 자체가 '잘 살자는 것'이니 본래의 의미는 '제대로 존재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간혹 회자되는 '웰빙'이라는 말을 들으면 '웰다이'(잘 죽는 것)는 왜 없을까 궁금합니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그것은 상반된 것이 아니라 하나일 터인데 하나만 강조되다보니 상품화되는 기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잘 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한다는 것과 반대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에 파묻혀 살아갈수록 쉼을 잃어버리고 살아갑니다. '잘 놀기 = 쉼'은 그리 먼 관계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잘 놀고, 잘 쉬는 사람들이 일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맥문동이 피어 있는 꽃밭을 바라보니 그 작은 꽃밭에 생명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벌과 나비가 분주하게 날고, 거미줄에서는 거미가 먹이를 기다리며 졸고 있습니다. 꽃대에는 잠자리가 앉아 뜨거운 여름햇살에 노곤해진 몸을 쉬고 있습니다.
어찌나 깊은 쉼을 갖고 있는지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의 모습을 보이질 않습니다. '깊이 잠들었구나!' 생각하며 다가가니 어지간해는 날아갈 것 같지 않습니다. 덕분에 가까이에서 그들의 쉬는 모습을 담을 수 있으니 저는 좋지요.
그들의 '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쉼의 시간을 제대로 쉬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람들의 쉼에는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돈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쉼의 공간도 달라지지요. 도시에서 살다보면 그냥 자연 속에서 쉬고자 할 때에도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지출해야만 합니다.
현대인들은 일중독에 빠져 살아갑니다. 일과 놀이가 하나일 때에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겠지만 일과 놀이가 분리가 되고부터 일중독은 쉼을 모르는 사람들을 양산해 내었습니다.
24시간도 모자라 25시간 일하겠다고 '24시간 영업'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들이 즐비하고, 그것도 모자라 상호이름이 '25시'입니다. 일과 쉼과 놀이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쉼없는 일을 통해서 놀이를 잃어버렸습니다. 삶은 쉬엄쉬엄 쉬면서 가야 쉬운 것인데, 그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니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잃어버렸습니다. 쉼의 시간에도 오로지 일 생각뿐인 사람들, 그래서 웰빙을 추구하지만 웰빙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은 그냥 평온해 보였습니다. 잠자리 속날개를 찍을 때에도 깊은 쉼의 경지에 들어갔는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한 철을 살다가 가는 저 잠자리도 쉼의 시간이 되면 저렇게 쉬어가는데, 짧은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쉬어갈 줄 모른다니 아이러니입니다.
어쩌면 잠자리가 수억 만 년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 그것은 바로 저런 쉼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